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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07.23 23:00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27)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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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27회)

바람의 기억



3. 우림각의 전설 장 마담을 만나다


“주말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그 안에 시간 내서 우림각 분위기나 손님을 모시는 동선을 익혀놓는 게 좋을 거야. 영미가 도와서 말이야.”

장 마담의 충고에 영미가 염려하지 마시라고 대답했다. 후식으로 수정과가 나왔다. 그릇을 놓는 종업원의 손놀림이 재고 거칠어졌다. 얼른 둘러봐도 빈자리가 없었다.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을 발견한 장 마담이 턱짓으로 카운터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평일인데도 고기 먹자고 순서 기다리는 사람들 봐라. 우리 우림각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런 풍경 흔했는데 말이야. 그야말로 문전성시였지.”

“그랬지요. 한국 조개 맛보려고 일본 고추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줄을 섰는데.”

“아이고, 이년 또 척박한 말본새 봐라. 거기다 조개와 고추는 왜 붙이니?”

“그게 어때서요. 그 누구더라, 걔 이름이. 오사카 남자 만나서 팔자 고친 애.”

“박자옥이 말이냐? 걔가 왜?”

“맞아요, 자옥이. 걔는 명함을 그렇게 팠어요. ‘조개요리 전문, 박자옥’. 그 명함 덕분에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데요. 지금 남편도 그 덕분에 만났어요.”

“정말이야? 하여간 그년 수완도 보통이 아니었지. 여기서 현지처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기어이 본처 밀어내고 안방 차지했으니까.”

“어쨌든 조개 마케팅으로 성공한 케이스잖아요.”

“조개 마케팅? 하하하... 꽤나 번지르르한 경제용어도 어째 우리 영미 입만 거치면 이상하게 들리지?”

“참 나, 언니도 그 편견을 고치셔야 해요. 저도 가만 보면 은근 유식하다고요.”

“그래 알았다. 근데 그게 성공이니? 우린 단순히 성을 파는 직업이지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직업이 아니야. 사실 자옥이는 내가 스카웃했다.. 저기 대감집에서 일하던 걔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왔지. 목돈이 필요한데 선불금을 주면 우림각으로 오겠다고 말이야.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있어서 나도 호의를 보였지. 걔 단골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고 보니 그 명함이 일조했을 수도 있겠다.”

정아는 방금 장 마담의 말한 선불금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며 수정과를 마셨다. 정아는 수정과의 달달한 맛이 맵싸하게 바뀌는 순간 장 마담에게 선불금 얘기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연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림각에서 일하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정아는 살짝 고개를 돌려 곁눈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직도 미친개의 자동차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도 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지금 저도 목돈이 필요해서요.”

정아의 말에 영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장 마담의 눈치를 살폈다. 장 마담의 시선이 정아에게서 영미를 거쳐 다시 정아에게로 왔다.

“아하, 이제 좀 이해가 되는구나.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어떤 위태로운 느낌이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아무리 실직 상태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선뜻 우림각으로 오겠다는 태도가 사실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

“저도 오늘에야 알았는데 집세가 필요한가 봐요.”

영미가 장 마담의 눈길을 피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영미가 보낸 신호는 아마도 아이의 수술비 얘기까지는 꺼내지 말라는 의미일거라 정아는 짐작했다.

“집세를 내는데 무슨 목돈이 필요하니? 요즘 원룸 월세로 받는 곳 많은데. 그런 형편도 안 되면 당분간 영미 신세를 져도 될 테고.”

정아는 난감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작년에 방을 얻으면서 급전을 썼거든요. 그게 그만...”

“허허, 여기도 딱한 아가씨 하나 있구나.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사채를 썼는데 그게 연체가 되어서 숨이 막힌다는 얘기지?”

정아는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장 마담이 혀를 차며 내게 죄송할 게 뭐 있느냐고 대꾸했다. 장 마담이 원금과 현재의 연체금을 물었고 정아의 대답에 장 마담이 눈살을 찌푸렸다.

“6개월 연체에 원금의 두 배라니, 진짜 칼만 안든 강도를 만났구나.”

“정말 그러네요. 그런 고리는 저도 처음 들어요.”

장 마담의 말을 영미가 받았다. 한숨을 내쉬는 정아를 바라보던 장 마담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얼른 수습하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있겠니. 내가 강 회장님께 일단 말씀은 드려보마. 하지만 요즘은 아가씨가 남아도는 형편이라 네 사정을 헤아려주실지는 모르겠다. 저번에 서울 아이 하나도 비슷한 케이스였는데 거절되었으니까.”

“그럼 언니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 갈아타기 할 때처럼요.”

영미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난 돈놀이 끊은 지 오래 되었다. 많아 떼기도 했지만, 기껏 도와주면 나중에 돌아오는 말이라는 게 아가씨들 등골을 빼먹어 부자가 되었다는 식이어서 신물이 났거든.”

“어머, 어머, 어떤 나쁜 것들이 그딴 소리를 한대요? 언니는 숫제 연체 이자라는 게 없잖아요. 돈 갚으라고 괴롭히지도 않고.”

“뭐 다 지난 얘기지. 아무튼 일단 강 회장님 반응을 지켜보도록 하자.”

장 마담은 종업원을 불러 계산서를 부탁한 다음 핸드백을 열었다. 지갑에서 수표 두 장을 꺼내 영미 앞으로 내밀었다. 영미가 무슨 돈이냐고 묻자, 어제 고바야시 접대비라고 말했다. 영미가 바로 수표를 집어 정아의 가방에 넣어주었다. 장 마담이 흐뭇한 표정으로 영미를 바라보았다.

“내가 우리 영미를 아끼는 이유는 이렇게 의리가 있어서야. 우리 영미는 사내로 태어났으면 뭔가 화끈하게 살았을 것 같아.”

“에고, 언니에 비하면 저야 조족지열, 즉 새 발의 피지요. 언니야 말로 의리의 상징이잖아요. 강 회장님 대신해서 교도소까지 다녀오셨으니...”

정아는 조족지열이 아니라 조족지혈이야 하고 정정해주고 싶었으나 이어진 강 회장과 교도소라는 단어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장 마담이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고는 다그치듯 말했다.

“이년아, 그 얘긴 아무데서나 입 밖에 내면 안 된다고 했잖아.”

“여긴 우리뿐이고 그건 사실이잖아요.”

영미가 움츠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래도 다신 꺼내지 마라. 정아도 방금 들은 얘기는 잊어버려. 강 회장님 요새 선거에 나갈까 고심하고 계시는데...”

“선거에요? 정치하시려고요?”

“그래, 출마를 재고 계셔. 전부터 정가에서 성매매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있다고 걱정이 많으셨거든. 그거 막아야 하는데 힘이 없다고 말이야. 근데 이 얘기가 밖으로 돌면 회장님 입장이 어찌 되겠니. 선거는 물 건너가는 거야. 명심해.”

정아는 잘 알았다고 대답했다. 무슨 연유로 영미가 장 마담 대신 교도소를 다녀왔는지 모르면서도 그렇게 대답을 하고나니 갑자기 커다란 비밀 하나를 공유한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묘했다.

장 마담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며 사장과 덕담을 나누는 사이 정아는 먼저 밖으로 나왔다. 미친개의 차는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아는 짙게 선팅된 미친개의 차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뒤따라 나온 영미가 팔로 정아의 어깨를 감쌌다.

“너무 걱정 마라. 마담 언니가 가시는 길에 우리 보건소까지 태워주신대. 서둘러 보건증부터 만들라고 하는 걸 보니 네 사정을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 같다.”

정아는 영미에게 상체를 기대며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때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려왔다. 정아가 백을 열고 전화기를 꺼냈다. 액정에 미친개가 떴다. 


(다음호에 계속)



오을식 소설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제31회 한국소설문학상, 제8회 자유문학상, 제3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련사 가는 길」이 2008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11년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 「삶과 문화」 편집인 역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쳐, 현재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다.

email: oesnov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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