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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10.16 01:37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38)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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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38회)

바람의 기억

4. 밤의 꽃

정아는 사선으로 뻗어나간 왼편 길을 그윽이 바라보았다. 교통량이 많지 않은 중산간 도로임에도 제설작업이 이미 끝나 말끔했다. 직선으로 이어진 까만 아스팔트가 눈 쌓인 들판을 두 개로 절개해서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대가 높은 왼편은 주로 마른 억새가, 오른편으로는 삼나무 숲이 풍경의 주를 이루었다. 정아는 이 길을 오갈 때마다 교도소로 빠지는 저 도로를 부러 외면하고는 했다. 길이 추모관의 인수와 교도소의 철규 사이를 오롯이 잇고 있는 외나무다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철규 선배는 저 길 끝 높은 담장 너머에서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잘 견디고 있을까. 그는 앞으로도 몇 번의 겨울을 더 나야 저 길을 자유롭게 걸어 나올 수 있을까. 선배를 생각하자 자연스레 그의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철규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정아를 경찰서 안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확히 짚어내 욕설을 퍼부었다. 저년이 착한 내 아들을 살인자로 만든 갈보년이라고. 정아는 자신이 왜 그런 형편없는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를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인수를 잃은 슬픔에 제 몸 하나 가누기조차 힘겨워 다른 생각을 할 여지도 겨를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 부당한 대우는 철규 어머니에게서 그치지 않았다. 몇 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 적이 있는 인수 어머니마저도 시간이 흐르자 모든 비난의 화력을 정아에게 집중했다. 양다리를 즐긴 네년의 화냥기가 앞날이 구만리 같은 두 남자를 해쳤다는 식이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의 슬픔을 이해해줄 줄 알았던 인수 어머니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도 정아는 따로 원망하거나 분하다는 생각 따위는 갖지 않았다. 자신은 부끄러운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언젠가는 진실을 이해해주리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철규 어머니가 찾아왔다. 그녀는 예전에 경찰서 조사실에서 정아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울부짖던 사람이 아니었다. 전에 내가 아가씨에게 했던 서운한 말들은 내가 놀라 경황이 없어서 한 소리이니 이해해줘요. 그녀의 사과는 매우 정중해서 정아는 이 분이 그날 경찰서에서 난리를 피웠던 그 어른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녀는 정아에게 탄원서를 부탁했다.

“변호사님이 그러더라고요. 분란의 장본인인 아가씨의 탄원서가 재판에서 정상을 참작할 중요한 조건이니 도움을 청하라고요.”

정아는 기가 막혔다. 분란의 장본인이라니. 정아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져서 좀 퍼붓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마음을 다잡고 말을 아꼈다. 아들이 살인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어떤 부모라도 그렇게 믿고 싶을 것이라 여겼다. 정아는 그것의 사실 여부를 떠나 선배의 형량을 줄일 수만 있다면 그까짓 탄원서 한 장 써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탄원서를 어떤 식으로 쓰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대꾸했다.

“그냥 사실에 입각해서 쓰면 돼요.”

“사실에 입각해서요? 그게 재판에 도움이 될까요?”

의아한 표정으로 정아가 반문했다.

“그냥 사실대로, 피해자와 가해자 두 사람을 동시에 사귀는 바람에 빚어진 참극이니 선처해주시라고 쓰면 되지요.”

정아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왜들 이러시는 거예요? 무슨 근거로 아드님과 저를 엮는 거지요? 저는 결단코 철규 선배와 사귄 적이 없어요. 몇 번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를 본 게 전부라고요. 학과 선배와 밥 먹고 영화 보면 그게 다 사귀는 건가요?”

주변에 있던 시선들이 정아의 얼굴로 날아왔다. 철규 어머니가 주위를 둘러보며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고는 가져온 사각봉투를 정아 앞으로 내밀었다. 정아는 봉투 안을 살폈다. 몇 장의 사진이 보였다.

“우리 철규 책상 앞에 늘 걸려있던 사진이에요.”그녀가 말했다. 정아는 사진을 꺼내 한 장씩 살폈다. 언젠가 커피숍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었고 나머지는 자신도 모르게 찍힌 사진들이었다.

“이 사진은 선배와 둘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 과 선배들 여러 사람과 함께 찍은 거네요. 아마 철규 선배가 사진을 자른 것 같아요.”

정아의 설명에 그녀가 정아를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백에서 사진 한 장을 더 꺼냈다. 이 건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가씨가 자꾸 발을 빼니까 공개하는 거예요. 잘 봐요. 둘이 사귀지 않았다면 이런 사진을 우리 철규가 어떻게 가지고 있을 수 있는지.”

사진을 본 정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확신에 찬 어조로, 아가씨 맞지요? 하고 말했다. 정아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이게 뭐란 말인가. 사진 속 나신은 자신의 모습이 틀림없었다. 철규는 어떻게 이 사진을 찍은 것일까. 그것은 샤워를 하고 나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분명했다. 그녀는 이래도 발뺌을 할 거냐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정아를 바라보았다.

정아는 이를 악물었다. 각도로 보아 창문을 통해서 찍은 사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철규는 지금껏 숨어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인가. 자취집은 막힌 골목의 끝집에다 창문도 대문을 지나쳐야 볼 수 있어서 누군가 부러 보려고 하지 않는 이상 시선으로부터 안전한 곳이었다. 그래서 전에 다른 집에서 썼던 커튼이 약간 작았지만 그대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철규는 이 엄마에게만큼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우리 철규가 자정이 넘어서 늦게 들어올 때마다 왜 이리 늦게 들어오느냐고 야단을 치면 정아 집에서 놀다왔다고 내게 분명하게 말했어요.”

정아가 대들 듯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는데 저는 단 한 번도 철규 선배를 제 방에 들인 적이 없어요. 하느님께 맹세해요.”

정아는 그녀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사진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철규는 자주 자취집 주변을 배회했을 것이다. 어쩌면 창문에 붙어서 일상을 지켜본 것인지도 모른다. 혹시 인수와의 정사도 지켜봤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노여움에 이어 무섬증이 확 끼쳤다. 정아는 찢은 사진을 옆의 쓰레기통에 넣으며 말했다.

“철규 선배는 재판에서 정상 참작을 받을 게 아니라 오히려 가중 처벌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제가 방금 찢어서 버린 건 창밖에서 몰래 찍은 사진이 분명해요.”

인수 어머니도 정아를 대하는 방식이 철규 어머니와 비슷했다. 하지만 인수 어머니가 처음부터 그렇게 강경하게 나왔던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남자들의 단순한 폭력이 빚은 사고라며 정아를 안타깝게 여겼었다. 그러다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정아가 살인을 부른 촉매였다는 걸 듣고는 급격하게 태도를 바꾼 것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건 아마도 철규 어머니의 역할이 컸으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아들의 행위를 변호하려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필요했을 테니까 말이다.

정아가 은지를 낳아 인수네 집을 방문했을 때, 인수 어머니는 정아를 대문에서 한 발자국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었다. 어머니, 손녀 얼굴이라도 한번 보세요. 정아가 애원하며 은지의 얼굴을 보여주려고 애를 썼지만 인수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그게 어느 놈의 씨를 받아 낳은 애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지 백일에 다시 찾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우리 인수가 네 꿈에라도 나타나서 씨를 뿌렸단 말이냐? 아이고, 우리 집에 성모님 한 분 납셨네! 인수 어머니는 그런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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