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원의 사회칼럼

인격을 가꾸는 일

by 편집부 posted Jan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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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을 가꾸는 일

산다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평가를 받으며 또한 타인을 평가하며 살아가게 된다. 평가 받는 것이 부담이 되고 올무가 될 수도 있지만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자기 확장을 위한 출발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에는 지식적인 평가만을 받았다. 그래서 언어가 좀 거칠 어도 성적만 좋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성적은 나의 존재인 인격과 별개의 것임을 깨닫게 된다. 나와 일치할 수 없는 것이다. 최고의 지식을 습득한 사람 중에는 그 지식으로 인하여 평생 자기가 만든 옥에 갇혀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인간의 삶에는 지식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지식과 인격은 동일하지가 않다는 것을 유념하게 된다. 평생 동안 쌓은 학식만큼 인격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식 무용론을 권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인격위에 지식이 쌓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지식과 인격이 반비례한다는 것을 구분할 뿐이다. 

인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하여 다듬어 지고 농익어져 가는 과정을 거쳐야 인격이 빛을 발하게 된다. 인격은 마치 다듬어지지 않은 통나무와 같다. 통나무 자체만으로는 기둥으로 쓰임 받을 수 없다. 그 통나무를 다듬어 기둥으로 세우고 그것을 중심으로 집이 지어질 때 비로소 기둥의 중요함을 알게 된다. 기둥이 있었기에 벽돌을 쌓고, 칸을 막고, 창을 달아 아름다운 집을 완성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나를 위한 집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집이어야 한다. 나 홀로 행복하기 위해 빌딩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서 초라할지라도 정성스레 테이블도 만들어 놓고 그들을 위해 차를 준비하고 인생을 나눌 수 있이 공간이 바로 인격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같을 수가 없다. 더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며, 또한 더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추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또한 추운 것을 만나면 생기가 돋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하기에 세상에는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이 존재해야 한다. 왜 추운 것을 싫어할까 의문을 품는 것이 아니라 추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품었다고 해서 내가 더운 것에서 추운 것으로 취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품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인격이라 표현 할 수 있다. 인격이 다듬어지지 않았다면 포용력이 없기에 매사에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된다. 상사와 충돌하고, 이웃과 충돌하고, 세상과 충돌하게 된다. 작은 식당에서 식사할 때도 종업원들과 충돌하게 된다. 작은 충돌이 잦은 사람들은 오히려 크고 중요한 일 앞에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함구하게 되는 비겁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일에 함구하는 자가 큰 일이 발생할 때는 정정당당하게 이웃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내 놓을 수도 있게 된다. 인격은 행동 보다는 말로써 평가 받게 된다. 말은 입으로 하는 것이지만 인격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말은 곧 그의 인격과 일치한다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말을 해 놓고는 내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배수진을 치기도 하지만 그러나 실상은 거짓말이다. 인격이 먼저 결정하고 생각한 것을 후차적으로 말로써 표현할 뿐이다. 말은 자기 권리가 없다. 평소에 생각하고 인격이 품었던 것을 말할 기회가 주어지면 언어로 전달할 뿐이다. 더러운 것을 말하는 사람은 평소의 생각이 추하기 때문이며 불평을 말하는 사람도 평소의 생각에 늘 불평스러운 것들만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말은 그의 인격과 비례한다. 

말은 나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평생 동안 배워야 할 것은 말하는 것을 훈련 받아야 한다. 말은 인격의 대변이기 때문이다.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하게 치장을 한 사람의 입에서 교양 없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면 그것은 교양 없음을 선언하는 것이며, 외형적으로 화려하게 치장했을지라도 인격이 텅 비어 있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소리를 지른다. 인격이 바닥난 사람은 그것을 감추기 위해 외적인 치장으로 감추려 한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외적인 것을 초월하여 인격에서 품어 나온다. 비록 초라한 옷을 입었다 할지라도 그의 말 한마디를 들으면 마음이 푸근해 지고 삶의 희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는 하루아침의 교육을 통하여 얻어 낸 것이 아니다. 자기 인생의 길이만큼 인격을 갈고 닦은 결과이다. 세상의 모든 환경은 내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을 통하여 나를 다듬어 가야하는 훈련의 장이다. 세상이 악하다고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그 세상을 통하여 나를 다듬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듬어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화되어 갈 것이다.

언어는 인격에 뿌리를 두고 나오는 자기 속사람의 결정체와 같다. 그래서 말 한마디에 조심하게 되는 것이고 말을 통하여 내가 새롭게 될 뿐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말이 되기도 한다. 인격은 보이지 않지만 말로써 자기 인격을 선포하는 셈이다. 악한 것을 품으로면 악한 말을 하게 되는 것이요, 불평을 품으로 불평의 말이 나오지만 선을 품고, 아름다움을 품고, 존귀함을 품으며 그의 말도 선하고 아름답고 존귀한 말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인격의 평가는 말로써 하는 것이다. 인격은 자기 실체의 본질이다. 기계 문명의 발전을 따라가다 보면 인격을 다듬는 과정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습득한 기술은 뛰어 날 수 있으나 인격은 그것을 따르지 못할 때가 있게 된다. 

인격은 말로써 다듬어지고 또한 말로써 완성된다. 그의 지식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그 입에서는 나오는 말로써 인격은 평가받게 된다. 타인의 인격은 쉽게 평가하지만 자기 인격을 다듬는 일에는 게으른 것이 사실이다. 인격을 다듬는 일은 자기 인생기간 동안이어야 한다. 인격을 다듬는다는 것은 행동을 절제하는 일이며 특히 언어를 다듬어 가는 과정이다. 언어는 인격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인격은 일상의 모든 삶에서 묻어져 나온다. 걸음걸이, 음식을 먹는 행위, 사회생활과 취미, 사람을 만나서 차 한 잔 나누는 것에 배어 나온다. 어느 한 순간의 행동이 아니라 일상의 삶이 그렇게 되는 것을 인격이라 한다. 신약성경 로마서10장 12절에도 인격에 대한 말씀이 나온다.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 이다. 그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다듬어진 인격으로 먼저 존경해야 하는 것이 곧 그의 인격이다. 

이 시대는 존경의 문화가 사라졌다. 과거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 스승님 앞에서는 큰 절을 올렸다. 훈계를 들을 때는 무릎을 꿇어서 경청했다. 이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는 스승의 부재시대이다. 존경한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존경한다는 말을 사용하게 되면 위선자라는 소릴 듣곤 한다. 특히 멀리 있는 사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존경한다고 하지만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존경하려 하지 않는다. 선생을 존경하지 않는다. 학생을 향해 훈계를 못하는 시대이다. 선생이 학생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뉴스는 이제 그리 낯선 소식이 아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존경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자기 인격의 깊이와 넓이이며 다듬고 훈련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 인격에서 나온 말은 사람에게 희망이 되고 격려가 된다. 오래도록 우려낸 사골의 깊은 맛과 같다. 나이가 들수록 인격도야라는 말에 깊이를 깨닫게 된다. 허겁지겁 정신없이 살아야 하지만 반면 내 속사람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인격을 다듬고 가꾸는 일은 그 무엇을 얻기 위함 보다 더 중요하다. 인격을 가꾸는 것은 선택과목이 아니라 인생의 절대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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