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예술칼럼

최지혜 예술칼럼 (36)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2

by eknews posted Aug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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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36)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2

•    이중섭의 외로움, 그리움, 그리고 사랑
미술교과서에도 볼 수 있는 이중섭의 역동적인 '황소' 그림은 유명하다. 2010년 6월 29일 경매에서 35억 6천만을 기록하여 한국미술품사상 두번째 고가품으로 등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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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이중섭, 1953년으로 추정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이자 천재화가인 이중섭을 기리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문화라는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제주도에 터를 잡았다.
서귀포시는 1997년 4월 그가 살던 집과 부속건물을 복원해 이중섭 거주지와 그의 호인 대향(大鄕)을 따서 대향전시실을 꾸미는 한편, 매년 10월 말 이중섭의 사망주기에 맞추어 이중섭 예술제를 개최해 왔다.
이어, 서귀포시는 이중섭 거리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문화관광의 거리로 활성화를 위해, 이전 1996년 피난 당시 거주했던 초가 일대를 이중섭 거리로 명명했고, 2002년 11월 이중섭 박물관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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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거리 곳곳에 이색적인 까페와 공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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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공원 내 '이중섭' 동상



그의 정신과 숨결이, 그리고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그의 이름의 거리에 그대로 녹아져 있다. 곳곳에 이중섭 그림을 카피한 조각과 그림들이 즐비하고, 도로조차 예술인들이 위트있게 그려낸 그림들로 가득하다. 가는 길마다 눈길을  끄는 수제공방들과 갤러리들은 특색있는 품목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또한 매주 토요일마다 이중섭 거리에는 아트마켓이 선다.
이중섭 옛집에서 도보로 5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는 그의 유화와 드로잉, 은지화, 아내 이남덕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소장하고 있는 이중섭미술관이 있다. 이곳에는 사실 이중섭 원화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 1층 상설전시실에는 유화 및 은지화 등의 원화, 1955년 그린 자화상 복제본, 아내 이남덕이 보낸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갤러리현대 기증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현대의 기증작품으로 박수근, 김흥수, 허백련, 백남준, 이대원 등 우리나라 근현대 작가 34명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중섭의 화가로서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다 보기는 힘들지만, 서귀포 시절 그렸던 그림부터 은지화, 이중섭이 그려 준 당시 이웃의 초상화까지 유형별로 맛보기씩 감상은 할 수 있다.
은지화에 그려진 게를 잡아먹으며 살았던 서귀포 시절의 추억, 1952년 7월 아내가 송환선을 타고 두 아들과 친정이 있는 일본으로 돌아간 후, 아내와 주고 받았던 편지 등을 통해서, 그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역사상에 나타난 애정의 전부를 합치더라도 우리가 서로 사랑한 것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오." 이중섭이 아내에게 쓴 편지속에 있는 글구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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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나는 가족, 이중섭, 1954년



아빠가 고삐를 쥐고 있는, 꽃 장식을 한 황소 달구지에 엄마와 두 아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타고 있는 모습을 통해, 이중섭은 삶의 기쁨으로 먼 길을 떠나는 가족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림 속에서나마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을 만나고 싶은 그의 심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    은지화, 이중섭을 대변하다

캔버스 대신 버려진 담뱃갑 속에 든 은지를 펼친 다음, 날카로운 철필로 긁어 그린 그림인 은지화는 1952년 이중섭이 종군화가로 활동을 시작할 무렵 값비싼 그림도구를 구하기 어려웠던 피난 시절의 산물이라고들 말한다.
은지화는 담배가 습기에 차거나 구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쓰이는 담배갑 안의 종이인 은박지에 송곳과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홈이 생기도록 선을 그어 그린 일종의 선각화(線刻畵)라고 할 수 있다. 선 위에 유화물감 등을 칠한 후 마르기 전에 닦아내면 은박지의 표면은 물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선부분에만 색이 입혀져 은지화가 된다.
한국 고대 마애불의 선각화(線刻畵)나,  금속 공예의 은입사(銀入絲), 그리고 고려청자의 상감기법(象嵌技法)  등과 은지화는 선묘와 형식적인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종이가 귀한 시절의 즉흥적인 재료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중섭이 한국의 전통적 기법을 염두에 두고 그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짐작된다.
담배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애호품이라는 점, 전쟁 중에도 군인들에게 보급되던 미국담배들이 흔했다는 점 때문에 가난한 이중섭의 재료로 적합했던 것이다. 게다가 기존의 재료와는 다른 특이한 효과를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중섭이 은지화를 처음 그리기 시작한 것이 비교적 유복했던 일본 유학시절부터였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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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화, 이중섭, 1954년



그는 학창시절부터 독창적인 화법과 다양한 시도를 즐겼고, 유학 시절부터 기대와 주목을 받아 전쟁통에도 작품을 종종 팔았었다. 대구 미국공보원장 맥타가트라는 미국인은 이중섭의 은지화 세 작품을 구입하여 뉴욕현대미술관에 기증했고, 뉴욕현대미술관은 만장일치로 그것을 소장하기로 결정했었다.
심지어 작가로서의 그의 능력을 인정하여 ‘돈은 모두 내가 지불할테니, 작품 활동에만 전념해달라'며 후원에 나선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    나는 조선의 진짜배기 소만을 그릴 테다
(다음 편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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