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혜의 세계 여행기

손선혜의 사하라 사막 기행 (4)

by eknews posted Oct 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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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혜의 사하라 사막 기행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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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산을 떠나 얼마 가지 않아서 트럭의 바퀴가 모래 속 깊이 빠지는 일이 생겼다. 이런 때에 대비해서

트럭 밑에 항상 갖고 다니는 긴 철판을 바퀴밑에 깔고 트럭을 모래 구덩이 속에서 밀어 내어 굳은 땅

위로 올려 구덩이에서 겨우 나오다. 대형 트럭이 모래 구덩이에 빠졌다는것이 걱정스러운 일이기는 커녕

오히려 재미있어 하며 힘을 합해 트럭을 모래 구덩이에서 끌어 내다.
뜨거운 지열, 태양, 모래바람을 뚫고 트럭은 또 계속 달리기 시작한다. 뿌연 먼지를 뒤로 하며 그 뒤에는

끝없는 벌판과 지평선, 나는 그 속으로 한 점이 되어 멀어져 간다.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서 있는 모래산들,

수많은 별들, 강한 바람, 침묵, 적막 속을 달리며 ‘예언자’를 쓴 칼릴 지브란을 생각했다.
그가 쓴 작품중의 하나인‘Wind, Sand, and Foam’ 에는 그의 깊은 사색 속에서 건져 올린 주옥같이

아름다운 생각과 지혜로운 말들이 가득하다.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사막은 고독과 침묵으로 사람을

키운다는 말을 다시 새겨본다.
사라고사에서 우리는 갖고 있는 옷 가운데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식사에 나왔다. 일행은 어디에

그런 좋은 옷들을 넣어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화려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여 포식을 하고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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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현지 로케이션 장소였다는 옛 궁터, 카스바를 향해 가는 길에는 팀박투까지

52일이 걸린다는 이정표가 있다. 영어표현에 ‘gone to Timbucktu’하면 다시는 돌아 오지 못하는 곳에

갔다는 뜻이다. Timbucktu 가 전설적인 장소인 줄 알았던 내게는 이것은 너무도 충격적인 발견이다.
얼마를 달렸을까? 산세가 더 웅장해지고 계곡이 깊어지면서 낮으막한 물길이 나온다. 그러나 더 이상 차가 들어

갈 수 없을 것 같은 물길을 트럭은 계속 들어가고 있었다. 이내 신천지가 눈 앞에 전개되는데 양쪽의 암벽은

100피트 높이이고 두 암벽의 사이는 15피트 정도다. 두 암벽 사이로 물이 흐르고 그 얕은 물을 트럭이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두 암벽 사이가 25피트 쯤 되는 지점에 야스미나라는 자그만 호텔 하나가 암벽 밑에 자리

하고 있다.
호텔 앞에는 베르베르 텐트가 세워져 있다. 호텔을 지나20미터 쯤 더 가면 두 암벽 사이의 거리가 10피트로 아주

좁아진다. 그곳을 지나면 그랜드 캐년을 맨 밑바닥에서 올려다 보는 것과 같은 계곡이다. 거대하고 높은 암벽은 그

높이 때문인지 마치 벽이 안으로 둥글게 휘어져 들어가 암벽의 꼭데기가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듯이 보인다.

그 밑에 조촐한 호텔이 있으니 꿈속에서나 볼 수있을 것 같은 이곳이 신혼 여행지로 너무 좋을것 같은 생각이 들다.
식사할 수있는 곳은 단 하나 밖에 없는 호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오히려 편하다. 먹을 곳을 찾을 필요도 없고 찾아

가봐야 할 고적이나 박물관도 없으니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생긴다. 조용하고 수줍어 보이면서도 조금은 어딘가 슬퍼

보이는 트럭 운전사인 투어리더와 긴 얘기를 하다. 8년간의 투어리더 생활 후에 여자 친구와 헤어져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 중이라 했다. 아프리칸 북을 제법 잘 치는 분위기 있고 매력있는 그 친구가 그간의 경험을 글로 남기는 일에 좋은

결실이 있기를 바란다.
다음 날, 아일랜드에서 온 여자, 룸메이트 누알라와 함께 점심을 싸고 요구르트 한 병과 물을 챙겨서 작은 륙색에 넣어

메고는 두 암벽 사이가 10피트로 좁아진 곳을 지나 그 별천지같은 계곡을 계속 걸었다. 점심을 먹는 30분을 제외하고

6시간을 계속 걸었으니 기진맥진! 그러나 힘든것도 잠시, 야외의 베르베르텐트에서 술을 마시며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우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것 같은 아름다운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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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선지인 마라케쉬로 가는 길은 마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서 한 소절도 빼거나 고칠 수 없을것 같은것처럼

완벽하게 이어지는 자연의 장관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첩첩 산중에 저 멀리의 산봉우리는 눈이 하얗게 덮여 있고,

우편 엽서에서나 보는 그 광경은 헤밍웨이의’킬리만자로의 눈’이란 소설을 생각나게 한다. 다른 많은 소설에서와 마찬

가지로 ‘킬리만자로의 눈’이란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이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옛날에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한다. 나는 그 소설을 마음 속으로 다시 읽는다.
산의 계곡이 아주 깊어서 산을 돌아 나가느라니 길이 양의 장처럼 180도씩 돈다. 그 어느 산모퉁이에 가게 하나가 있고 모자가

달린 검은 카프탄을 입은 노인이 아름다운 산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쭈그리고 앉아 있다. 무표정한 그의 모습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의 마지막 노래를 생각나게 한다. 마을 저편에 아무 인적이 없는 길거리에서 꽁꽁 언 손으로 열심히 풍금을

울리는 이가 있다. 아무도 그 풍금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 없고, 한번 쳐다보는 이 조차 없다. 꽁꽁 언 맨발로 서성이나 앞에

놓인 접시는 여전히 비어있고 개 들만 노인 주위를 맴돌며 짖는다.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외롭고 쓸쓸한 장면이다.
슬픔이 가득할땐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어도 눈에 들어 오지 않고, 흙 냄새 가득한 정원으로 삽을 들고 나가도 힘들기는 매

한가지다. 살아 오면서 어느 순간 삶에 활기가 없어지고 모든것이 시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생각해 보면 순수하고 뜨거웠던

처음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타성에 빠져, 아무 생각없이 사는데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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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쉬는 여늬 도시처럼 교통 체증과 자동차 소음으로 가득하다. 시장은 아주 넓어서 한바퀴 돌며 구경하는데만 2시간이상

걸린다. 넓은 광장에는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물장사, 싱싱한 오렌지를 즉석에서 짜서 파는 사람, 각종음식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 파는 사람으로 가득하고 사람들이 많아 생동감이 넘친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남대문시장의 ‘먹자 골목’이 커다란

광장이 된것이다. 우리나라의 장구의 리듬과는 또 다른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리듬에 매력을 느껴 각각 다른 크기의 북을

세개 사다. 넓은 광장에서 들려오는 북소리를 마음에 새기면서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3층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시장 풍경을 보며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날을 나 혼자만의 시간으로 어린왕자, 칼릴 지브란, 헤밍웨이를 생각하며 보내다.
이제 가을이 오면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출발해서 베이징까지 가는 ‘실크로드탐사대’에 참가하여 고비사막과 그

험하다는 타클라마칸사막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본다. 또 사막의 영겁을 찾아 헤매 보려고 한다. 사막은 고독과 침묵으로

사람을 키운다기에.
끝.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Sonhae Lee.jpg

재영 한인동포 자유기고가 손선혜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ommasdre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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