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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1.16 02:10

사람 질리게하는 전도 (1월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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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래 전 일이다.  현관문 밖에서 누군가가 초인종을 딩동 하고 누르기에 문을 열기에 앞서 집안에 설치된 작은 카메라로 누군인가를 보았더니 초인종을 누른 그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도저히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하도 잡상인들이 많이 오는 통에 문을 열기 전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그곳이 런던이었으니까 영어로 물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랬더니 들려오는 대답, “안녕하세요?”  한국사람인가보다.  그런데 나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무턱대고 찾아올 한국사람은 아직 없는데…  다시 묻기를, 누구세요?  들려오는 대답은 또, “안녕하세요?”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나?  누구냐고 물었으면 통성명을 해야지, 제 이름이 ‘안녕하세요?’인가?  카메라로 가만 보아하니 그 여자 옆에는 좀 더 나이들어 보이는 백인 여자가 하나 더 있었다.  아마도 둘이 짝을 지어 뭔가 목적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모양이었다.  
누구냐고 묻고 예의 그 사람 질리게 만드는 인사(그것도 인사라고 친다면)를 무려 여덟번이나 듣고 난 이후에 문을 열었다.  마음같아서는 그 “안녕하세요?”만을 앵무새처럼 주절대는 그녀의 따귀를 한대 세게 후려갈겼으면 싶었지만, 대신에 정중히 말했다.  “두번 다시는 우리집에 오지 마세요.”  보아하니 무슨 무슨 증인회의 전도팀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끔찍스런 전도는 내 평생 처음이었다.  떳떳하게 제 이름 하나 밝히지 못하면서 무슨 전도를 하러 다닌다고, 쯧쯧쯧.  전도는 고사하고 사람이나 질리게 하지 말 일이지.
요즘은 이곳에 와 있는 중국인들중에 그 증인들이 파다하게 퍼져있는지 길거리를 오가다 보면 동양인은 다 중국인인 줄로 착각하고 대뜸 중국인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자세히 보면 항상 중국인 여자 하나 서양인 여자 하나 둘이 한 조를 이루고 있다.  물론 먼저 말을 거는 쪽은 백인 여자이다.  수법도 뻔하다.  “중국말을 하세요?”  정말 본심대로라면, “옛다, 엿먹어라, 인간아!” 하고 싶지만, 사회적인 체면을 생각해서, “나 중국인 아니오.” 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그들만의 끈질긴 작전이 나오려고 한다.  그러기 전에 나는 갈 길을 서둘러 재촉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걸려들었다가 학교 시간이 임박해서 나처럼 서둘러 가는 다른 동양인을 보면, ‘저 치들은 항상 조심하라’고 친절하게 말을 해주는 걸 잊지 않는다.  나는 그들 입장에서 보면 도와주기는 커녕 쪽박을 깨는 쪽에 속한다고 해야할까?  예전에 그 “안녕하세요?”라는 앵무새 여자에게 얼마나 질렸으면 내가 이러겠나?
한날은 아이 픽업을 조금 앞두고 근처의 식물원에 갔는데 입구의 긴 의자에 어떤 중국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저 여자 분명히 나를 뒤따라 올꺼야.’  와아, 그날 나는 내가 멍석 깔아야 되는 줄로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여자는 그다지 식물에 관심있어 보이지도 않았는데 내 뒤를 쫄쫄 따라 왔다.  그럴 때 내가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여자 바로 면전에서 냄새나는 독한 방구만 풀풀 뀌어대면서 살살살 고소하게 웃으면서 돌아다닐 수 있게 말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저 여자 나에게 말을 걸꺼야.’ 생각하기가 무섭게 그여자가 내게 말을 붙였다.  “당신 중국인이세요?”  그럴 때는 길게 가서 좋을 거 하나도 없다.  “아니.”  땡이었다.  인간아, 인간아, 전도를 하려면 사람을 질리게 할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친근감을 먼저 줘야지.  그여자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자기 딴에 사람 하나 낚아보렸다가 미로처럼 생긴 식물원 내부를 이리저리 돌고 도느라 제법 애를 먹었을 것이다.  
잠시 머물렀던 집사님 댁에서 마음에 감동을 받아 나이 삼십이 넘어 스스로 전도되어 교회에 열심히 나오기 시작한 자매를 나는 알고 있다.  함께 커피 마시다가 성경공부하러 갈 시간이라고 과감히 일어서던 그녀에게 나중에 물었더니 그런 얘기를 해주었다.  진짜 전도는 우리 생활속의 열매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더니 딱 맞는 말이었다.  요즘은 그런 귀한 전도가 그리워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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