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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2.13 03:54
동네가 아니라 사람탓 (2월 3주)
조회 수 2440 추천 수 0 댓글 0
아이 학교 가는 길에 건너가는 다리가 하나 있다. 어느 날인가, 다리위에 주차해둔 어느 자동차 유리문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서 부숴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 차도 아니지만 바람도 세찬 이 추운 겨울에 주인이 와서 타고 가려면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 괜스리 마음이 안스러워졌다. 비교적 좋은 동네에 속하는 그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이곳 글라스고는 크게 동, 서, 남, 북, 네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데 그중에서 서쪽의 학군을 최고로 쳐준다. 그래서 그런지 당연 집값도 그쪽이 가장 비싸다. 우리는 서쪽이 아니라 남쪽에 살고 있지만 아이 교육을 위해서 다른 여러 학부모들처럼, 매일 통학을 하고 있어서 길거리에 일어나는 일들은 제법 소상히 알 수가 있다. 며칠이 더 지났을까, 그 차가 없어진 자리에 또 다른 차가 똑같은 일을 당한 채로 있었다. 그날따라 몹시 강추위가 심한 날이었는데 차 주인이 와서 차를 끌고 가기 전에 깨진 유리창쪽을 까만 비닐로 임시방편 삼아 들어오는 바람을 막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리 저쪽 끝에는 제법 오래된 듯한 지역 교회가 서 있고, 이쪽 끝에는 강을 끼고 전망좋은 고급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데 자꾸만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 매일 아침 학교가는 어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이 곳에서 이러한 반사회적인 기물파손이 이 동네가 좋은 지역에 위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좋은 동네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할 것은 뻔했다. 부동산 관련업자들은 흔히들 부동산을 고를 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지역, 지역, 지역이라고들 말한다. 물론 이 말에도 일리는 있다.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에 있는 집이 당연 더 좋은 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프리미엄을 붙여서라도 좋은 지역에 있는 집을 사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지역 혹은 나쁜 지역이 처음부터 갈라져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땅은 그저 그대로 거기 있었을 뿐이다. 다만 어떤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그 동네가 좋아질 수도 있고 아니면 속된 말로 후진 동네가 되어질 수도 있다. 나는 아직까지 어떤 동네 아니 땅이 일어나서 지나가는 사람을 쳤다든지 혹은 가만 있는 자동차를 부쉈다든지 하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술에 잔뜩 취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은 똑바로 걸어간다고 갔는데 바로 앞의 땅이 혹은 길가의 전봇대가 느닷없이 다가와서 자기 이마에 혹은 얼굴에 박치기를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말이다. 킥킥킥. 어떤 나쁜 사람이 좋은 동네에 가서 살면 사람이 더 좋아지게 되는 걸까, 아니면 나쁜 동네(사실 나쁜 동네란 없다. 다만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므로)에 좋은 사람이 들어와 살면 그 동네가 좀 더 좋아지는 걸까?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스피노자처럼 나도 역시 어느 동네에서 살지라도 나로 인해 그 동네가 좀 더 살기좋은 곳으로 변하는 데 내 작은 노력이나마 기울이고 싶다. 남들은 어떻게 할지라도 우선 ‘나자신부터’ 하는 생각으로 살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이런 귀한 자연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여 작은 쓰레기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마음이 자연스레 우러나오게 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전혀 생각지않고 제멋대로 살아가다보면,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나로 인해서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또 나로 인해서 더 나빠질 수도 있는 동네, 선택은 바로 땅이 아니라 사람인 우리가 할 일이다. 땅이 사람들더러,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바로 당신들인데 왜 허구헌 날 애꿋은 우리 탓을 하는 거요? 하고 외칠 것만 같다. 이제는 우리 사람들이 모든 걸 다 사람들에게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내어주고도 아무 소리도 하지않는 자연, 땅, 동네에게 “네 탓이 아니라 바로 우리탓, 아니 내탓이오.”하면서 우리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들을 반성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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