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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07.04 02:08

신나는 운동회 날 (7월 1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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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오후 우리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운동회 일정이 잡혀 있었다.  한국에서처럼 하루 온종일을 운동회 날로 잡아서 큰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전은 학교수업을 하고 점심을 먹은 다음 오후 시간을 온전히 운동회 행사로 이용하는 것이 참 대조적이었다.  미리 학부모들에게 학교 일정표를 나눠주어 운동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제법 많았다.  이번에는 나도 일하는 시간을 조금 조정하여 이곳 초등학교의 운동회가 어떤지 그리고 우리 아이가 얼마나 운동을 즐기는지 한번 실지로 보고싶어서 짬을 내어 참석하였다.  
1학년때에는 깜박 잊고 가서 응원도 못해줬는데, 달리기와 줄넘으면서 달리기에서 각각 1등을 하고  또 이런저런 게임에서 3등을 세번이나 하여 다섯개나 되는 스티커를 한꺼번에 가슴팍에 다다닥 붙이고 그로 인해 신이 났던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온 아이였다.  엄마인 나는 학교 다닐 적에 하고많은 상들을 받아봤건만, 딱 하나 운동회에서만큼은 단 한번도 상을 받아본 역사가 전혀 없다.  여섯명씩 한꺼번에 달리는 100미터 달리기에서 딱 한번만이라도 1,2,3등이내에 들어보는 게 내 소원이라면 소원이었지만 그 소원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은 채 언제나 꼴등이 내차지였었다.  
“엄마, 운동회 날은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가가 중요한 거야.”
운동회가 있는 날 아침, 학교에 가는 길에 아들녀석이 나에게 한 말이다.  ‘야, 진짜?  네 엄마는 한번도 1등은 커녕 3등도 해본 적이 없는데, 누구 약올리는 거냐?’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른 체면도 있고 사실 뭐든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아들에 그렇다고 동의해주었다.
운동회가 있는 퍼힐 종합경기장 (Firhill Complex)에 친구 자난의 차를 타고 함께 가서 주차를 해놓은 후 근처의 가게에 가서 아이들에게 줄 음료와 간식을 푸짐하게 사왔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곳에서는 운동회 날 학교측에서 아이들에게 줄 음료와 간식까지도 다 준비해와서 쉬는 시간에 모두 함께 나눠먹는 것이었다.  1학년때 가서 봤더라면 괜한 수고를 안해도 됐을 뻔했었는데, 덕분에 운동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반 친구들에게 인심 한번 푸지게 쓴 날이었다.
여섯명씩 참가하는 달리기와 또 줄넘으면서 하는 달리기에서도 1등을 하는 우리 애를 보니 정말 빠르기는 빨랐다.  이 애는 신체골격이 튼튼한 게 운동신경이 제법 발달해있나 보다.  다행이다.  한 팀이 다 참여하는 릴레이 장애물 경기에서는 우리 애가 아무리 빠르게 해도 다른 아이들의 속도가 느려서 우리 애가 속한 팀은 3등이 되고 말았다.  2인3각 달리기에서는 서로 보조를 잘 맞추는 애들이 아무래도 속도가 빨랐다.  아이들이 그런 경기를 통해서 협동심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허리께까지 오는 푸대자루에 들어가 달리기를 할 때에는 정말 웃지도 울지도 못할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여러 아이들이 교대로 사용하다보니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 부실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제대로 막혀있어야 할 푸대자루 하나가 아래로 구멍이 뻥 뚤려있어서 운좋게(?) 그것을 차지했던 리나(Lina)는 자루 통채로 뛰어오면서 여간 힘들어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그냥 두발로 종종 뛰어 와서 결승점에 제일 먼저 골인하게 된 것이었다.  공인기록을 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즐겁자고 하는 경기여서 그랬는지 어쨌든 리나에게 1등이 돌아갔다.  공정하게 했다면 2등이 될 뻔했던 우리 애는 3등을 했는데, 리나가 약은 짓을 했다고 못내 속상해했다.  나는 리나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그 푸대자루가 그렇게 생긴 것을 리나가 받아서 그런 거니까 그리고 너는 다른 애들보다 스티커를 더 많이 받았으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달래줄 수밖에 없었다.
운동회를 보면서 정말 웃겼던 것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1,2,3등 스티커를 너무 남발한 것이었다.   달리기를 조금 못하는 애들은 격려하는 차원에서 그랬는지  여섯명이 시합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세명만 달리게 해놓고서 그 아이들 모두 1,2,3등 스티커를 주는 걸 보며 엄마들은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상을 많이 받는 그리고 대부분 아이들이 상을 받는 신나는 운동회 날이었다.
어떤 엄마는 자기 아이가 계속 꼴찌를 도맡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다 하는 아이에게, 아무개야, 잘 했어! 하고 응원해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고학년일수록 꼴찌가 되면 중간에 포기하는 애들이 더 많았고 저학년 애들은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예뻤다.  나도 매번 꼴찌를 도맡아 했었지만 그래도 중간에 포기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우리 애 말이 맞다.  상을 타는 것도 물론 좋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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