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혜의 ARTNOW

도시를 변화시킨 공공미술의 마법

by eknews posted Mar 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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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의 런던 아트 나우(London Art Now #12)


도시를 변화시킨 공공미술의 마법



 영국은 공공미술이라는 마법이 만들어놓은 환상이 존재하는 나라다. 실재로 너무나 많은 사례가 존재하고 그 사례들은 전세계 도시재생프로젝트와 공공미술의 표본이 되었다. 죽어가는 시골 탄광촐을 일약 국제적 문화도시로 만들며 기적처럼 회생시킨 북방의 천사나 도시의 낙후된 지역경제를 촉진시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다 준 미술관은 영국인들에게 문화예술이 가진 힘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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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헤드 입구에 설치된 안토리 곰리의 북방의 천사]



 게이츠헤드는 런던에서 기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20만의 소도시다. 게이츠헤드는 19세기까지 탄광산업으로 영국 내에서 부유한 도시에 속했지만 광산이 폐쇄된 이후 도시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낙후될 데로 낙후되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시 당국은 도시재생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는데, 유럽 다른 소도시의 도시재생 사례를 연구하여 문화와 예술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시키는 방안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게이츠헤드는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여 예술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썼고 서서히 도시의 삶에 예술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이러한 꾸준한 노력은 <북방의 천사Angel of the North>(1998)이라는 초대형 조각 작품이라는 결실을 만들어냈다. 영국의 최고 조각가로 손꼽히는 안토니 곰리가 소도시의 진입로에 세운 <북방의 천사>는 높이 20미터, 날개 길이 54미터, 무게는 무려 208톤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으로 예산만해도 16억원이 투입되어 완성된 작품이다. 시민의 반대에 부딪혀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던 프로젝트는 결국 이 천사를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40만명에 이르는 관람객을 도시로 끌어들였다. 뿐만 아니라 이 조각작품은 스톤헨지, 웨스트민스터사원 같은 문화유적과 함께 영국인들이 선정한 10대 문화 아이콘 중 하나가 되었으며 변변한 관광상품이 없던 지방 소도시에 6,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내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다.’


 테이트 모던의 사례도 이와 흡사하다. 테이트 모던으로 탈바꿈 하기 전, 오일쇼크 이후 10여년간 가동이 중단된 채 방치되어온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가 위치해있던 템즈강의 남동쪽은 이스트엔드와 더불어 런던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함께 대처 집권 초기까지 이어진 영국 경제 위기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던 당시 영국의 흉흉한 국운의 상징물이나 진배없었다. 이러한 불운의 상징인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가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하면서 생긴 변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통계에 따르면 테이트모던은 평균 4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고 있으며, 이러한 관람객을 수용하는 호텔, 식당 상가 등이 들어서면서 최소 2,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고 하니 영국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문화예술이 가진 힘은 막대할 수 밖에 없으며, 공공미술은 흡사 새로움으로 부와 기회를 창출해내는 마법일 것이다.


 공공미술이 가진 경제적 효과에 이어 조금 더 이론적인 접근을 해볼 필요도 있다. 공공미술이란 현대미술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기 시작한 장르로 볼 수 있다. 공공 혹은 대중을 의미하는 public에 미술 art이 결합된 공공미술은 미술관이라는 향유를 목적으로 하여 미술관을 찾은 특정한 집단만을 위한 미술이 아니다. 미술관을 벗어나 작품이 설치된 장소에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그 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작품을 감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전재된다는 것에서 독특한 지점에 놓여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작품이 가지는 성격도 자연스럽게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소통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모더니즘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공공미술은 장소특정적(site-specific)이라는 개념으로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장소특정적 미술은 글자 그대로 특정 장소에 존재하도록 제작된 미술품을 말한다. 때문에 장소특정적 미술은 그 장소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과 관람객의 눈높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작품이 전시되는 장소나 상황을 그 작업의 주요한 일부로 차용하거나 심지어는 작품이 전시될 그 장소를 위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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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ed Figure by Barbara Hepworth,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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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tchers, Lynn Chadwick, 1960, Roehampton University, South West London]



 이렇듯 공공미술을 통해 현대미술이 도시와 개인의 삶에 더 깊게 파고드는 계기가 되었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개념적인 논란과 용어에서 오는 혼돈으로 인해 공공미술은 아직도 미술의 제도권 바깥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히스토릭 잉글랜드(Hystoric England)가 기획한 전시 『Out there』가 필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이다. 영국이 단번에 북방의 천사화 테이트 모던의 신화를 만들어냈으리라고 믿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첫 술에 배가 부르지 않듯이 신화도 한번에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사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더 많은 북방의 천사들이 주목받지 못한 채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혹은 임무를 완수한 뒤 수명을 다한 천사들이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Out there』는 바로 이러한 작품들을 추적하는데서 시작되었다. 영국의 공공미술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헨리 무어, 랄프 브라운, 제프리 클락 등 유명한 미술관들은 국가의 지원아래 많은 미술품들을 제작했다. 작품들은 런던 시내 곳곳에, 또는 주요한 건물에, 학교 등에 설치되어 런더너들의 일상을 함께 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작품들이 훼손되었고, 사라지기도 했고 여전히 많은 작품들이 그곳out there에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본 전시는 전후 제작된 영국의 공공미술을 집대성한 최초의 전시이다. 이미 영국내에서는 공적자원의 위치를 획득한 공공미술을 소개하는데 일부는 이미 개인 소장된 작품들까지 본 전시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추적, 연구, 수집하여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고 아카이브화 하고자 하는 기획의도와 더불어 전시는 관람객에게 전시에 소개되지 못한 어딘가out there에 있는 작품을 제보를 정중히 요청하고 있어 진정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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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veiling day for Sigfried Charoux’s The Neighbours, 1959]



 “영국의 많은 공공미술이 우리 눈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히스토릭 잉글랜드의 리서치는 이 공공미술이 가진 중요성을 공론화시키고자 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공공미술은 우리 모두가 함께 즐기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여전히 모두에게 접근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우리는 존재하고 있는 모든 공공미술을 지키기 위한 최고의 예시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히스토릭 잉글랜드 대표 던컨 윌슨의 말처럼 본 전시를 통해 영국 공공미술이 가진 가치를 다시금 재평가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오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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