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또 하나의 우주

by 유로저널 posted May 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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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이 남긴 17곡의 현악사중주 곡들은 그의 9개의 대 교향곡과 더불어 인류의 위대한 유산 중 하나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그의 교향곡들에 비해서 객관적인 선호도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현악사중주라는 장르를 일반인들이 왠지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전문적인 분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악사중주는 클래식음악의 기본을 이루는 정수(精髓)이다. 두 개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첼로로 이루어지는 이 가장 기본적인 구성을 가지고 베토벤은 우주를 표현하려고 하였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는 크게 3기로 분류된다. 작품번호 18번의 6곡의 초기작품들은 아직까지 베토벤의 스타일이 확립되기 전으로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영향이 많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고전파 곡들의 느낌이지만 그의 ‘혁신’의 기미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중기로 들어서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만의 명작들이 나타난다. 우선 러시아의 라주모프스키 백작에게 의뢰로 작곡하여 ‘라주모프스키’로 불리는 작품번호 59의 3곡은 매우 유명하다. 베토벤만의 ‘혁신’이 여기저기서 곡의 가치를 높여주며 듣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해준다. 또 작품번호 74번 ‘하프’와 96번 ‘세리오소’도 그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을 이제부터다. 그가 남긴 6개의 후기작품들은 바로 ‘기적’이다.

  베토벤은 Op.96 ‘세리오소’를 작곡한 후 14년 동안 현악사중주 곡을 한 곡도 작곡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9번 교향곡을 쓰고 난 후 죽기직전까지 쓴 곡들이 이 후기 작품들(작품번호 127,130,131,132,133,135)이다. 이 곡들은 베토벤 음악의 완성이며 음악의 미래를 제시해주고 있다. 이 당시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시기였으며 여러 병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후기 작품들을 듣고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제 베토벤의 재능은 끝이 났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귀에 의지한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의 소리를 듣고 곡을 써나갔던 것이다.

기적의 음악

  후기의 작품들 중 가장 주목할 곡은 작품번호 132번과 ‘대 푸가’라고 이름 부쳐진 133번이다. 먼저 132번은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3악장에는 ‘리디아 선법에 의한, 병으로부터 회복된 자의 신에 대한 성스러운 감사의 노래’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베토벤은 이 곡을 작곡하던 당시 지병이었던 장염이 악화되어 2악장을 마친 후 작업을 진행시킬 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병이 호전되자 베토벤은 애초의 계획과 달리 3악장의 형태를 바꾸었고 신에 대한 감사의 노래를 작곡한 것이다. 이 3악장은 무려 15분이 넘는 긴 악장이지만 베토벤의 감사의 마음이 듣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며 또 중간 아디지오 부분에 적혀있는 ‘새로운 힘을 느끼면서’라는 베토벤의 지시는 이 곡을 더욱 힘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5악장은 원래 베토벤이 그 유명한 9번 교향곡 ’합창’의 마지막 악장으로 쓰려던 것이었다.

  그리고 베토벤 최대의 문제작인 ‘대 푸가’, 원래 Op.130의 일부분이었지만 출판업자와의 마찰로 Op. 133으로 독립하였다. 이 곡을 들으면 정말 고전시대의 작품이 맞나? 하는 의문과 놀라움으로 사로잡힌다. 당시 사람들은 그가 완전히 귀가 먹었기 때문에 이런 해괴망측한 곡을 썼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리듬과 음정, 그리고 난폭한 음량과 이해할 수 없는 고요함, 하지만 베토벤은 시대를 초월한 음악을 작곡한 것이다. 이 곡은 후배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클래식 음악의 방향을 바꾸었다. 남을 인정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바그너도 이 곡에 경의를 표했으며 20세기의 혁신적인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도 이 ‘대 푸가’를 두고 ‘영원한 현대 음악’이라고 칭할 정도였다. 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Copying Beethoven’은 이 대 푸가의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음악에 맞추어 시작되는 오프닝은 매우 인상적이며 대 푸가를 작곡했을 당시의 시대상황과 베토벤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어 추천할 만 하다.

  우리는 베토벤을 악성이라 칭하며 위인으로 논한다. 하지만 왜 그가 위대한지 정작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의 합창 교향곡 하나만으로도 그의 위대함을 논할 수 있지만 그의 후기의 현악사중주 곡들은 그를 불멸의 위인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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