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

by 유로저널 posted Feb 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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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오후 수업이 있어 학교에 가던 길에 디스트릭트 라인 Hightstreet Kensington 역에서 길을 묻는 한 영국인 중년여성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같은 기차를 타게된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South Korea라고 했더니 요즘 상황이 어떠냐고 묻는다. 나는 아마도 북핵 문제를 비롯한 갈등상황을 묻는 것 같아 설명을 했더니 이분은 North Korea와 South Korea 자체를 헷갈려 하면서 아직도 한국이 전쟁통에 어려운 줄 아는 눈치가 아닌가? 은근히 자존심이 상해서 서양 냉전체제의 희생으로 남북한이 분단되고 현재 남한은 민주주의가 정착해서 잘 지내고 있으며 비록 북핵 문제로 북한이 미울지라도 그 안에서 굶주리고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기억해서 기도해 달라는 말로 대화를 마쳤다. 사실 그 분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 만남을 갖다 보면 아직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과 같은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선수가 영국땅을 밟고 있고, 자신들의 손에 LG 초콜릿폰이 쥐어져 있음에도 이들은 정작 Korea라는 단어에서 전쟁이나 북한의 핵실험, 개고기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 단 말인가? (참고로 지난 번 데일리 미러의 우리 영화 ‘괴물’를 평하면서 영화와 상관없는 개고기 발언을 해서 필자가 조선일보에 기사화 한 적이 있다) 또한, 지난번 센트럴의 Asia House에서 열린 한국전통음악 공연에서 만난 외국인 관객들도 한국문화를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새로움을 향해 진보하기 보다는 기존의 것만을 고수하려는 영국의 특성상 한국보다 수많은 것들이 뒤떨어져 있음에도 도도하고 타국민을 무시하는 콧대 높은 영국인들의 우월주위에 은근히 약이 올랐었는데 어쩌면 세계에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우리들의 잘못이 더 크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학과 이민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한국이 배출한 유명 스포츠인, 예술인 들이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있음에도 그 업적을 이룬 기성세대들은 외국에서도 나름대로의 한인사회를 형성하며 또 다른 한국 속에서 살아왔다. 당연히, 외국인들과의 깊이 있는 접촉이 드물었고, 한국에 대해 제대로 소개하고 인식시킬 기회가 적었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유난히 외국인들과 어울리길 꺼리는 우리 민족의 소극성과 높기만 한 언어 장벽도 이에 한 몫 했을 것이다. 다행히, 한국인들이 제법 많이 뿌리를 내린 미국의 경우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한 전달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그 외의 나라들에서도 실용적으로 외국어를 익히고 세계를 향한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젊은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하여 점차 한국 바로 알리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속 빈 강정 같은 허풍으로 한국을 과대 포장하여 전달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있는 그대로의 훌륭한 현실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최대한 정확히, 잘 전달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곧 한 나라의 브랜드 마케팅과도 같다.
언젠가는 한 외국인 친구가 새로 구입한 LG 초콜릿폰을 꺼내며 자랑하자 함께 있던 외국인들이 다들 그 제품을 좋아한다며 갖고 싶다고 말해서 나는 그 제품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알려줬더니 다들 처음 듣는다는 것이다. Sony 하면 자동적으로 일본이 연상되는 그들에게 LG 핸드폰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한국이라는 나라 마케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 한영 기업인, 정치인들의 만남 자리에서 본 광경도, 중요 인사들의 인사말에서는 양국이 서로 잘 알고 함께 잘 협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행사 내내 한국 쪽 게스트들은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정작 행사의 본 취지와는 다른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물론, 어려서부터 외국 문화와 외국인들과의 접촉이 없이 성인이 되어 버린 경우 외국인을 상대하고 내 나라에 대해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결코 쉬울 수는 없다. 다행히도 이런 상황에 상대적으로 훨씬 익숙한 신세대들, 특별히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위치로 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과 함께 야무지게 한국에 대해 전달하는 멋진 신세대들의 모습을 보면 몇 년 뒤에는 North Korea와 South Korea를 착각하거나 한국을 못먹고 못사는 그저 그런 동양의 후진국쯤으로 착각하는 외국인들이 분명 사라질 거라 믿는다. 아울러, 우리 각자가 Korea를 대표하는 사절단임을 잊지 말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할 책임 또한 잘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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