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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기타를 사오긴 했는데 뭘 어떻게 배워야 할지 참 막막했다. 삼촌은 한참 활동 중이시라 바쁘시고, 기타를 제법 치실 줄 아셨던 아버지도 가르쳐줄 생각은 안하시고, 당시만 해도 기타 학원을 찾기도 어려웠기에 서점에서 통기타 교본 같은 책을 사서 혼자 배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악기는 확실히 책을 보고 학문을 익히듯 공부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책을 아무리 읽어봐도 좋은 기타소리를 내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책은 기본적인 코드 그림만 보고 다짜고짜 좋아하는 노래들을 무수히 반복해서 들어가며 그 소리를 따라 해보려고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한편 참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음악은 무의식 중에도 감각에 남는 법, 그 감각을 최대한 살려서 실제로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인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이 무식한 방법으로 인해 나름대로 필자의 최대 장점인 듣고 바로 연주하기를 터득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몇 시간씩 기타를 붙들고 좋아하는 노래의 한소절 한소절을 따라 연주해 보려고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기타줄을 누르는 손가락 끝이 쿡쿡 쑤시면서 아파왔다. 클래식 기타의 나일론줄과는 달리 통기타는 쇠줄인데다 꽉 누르지 않으면 깔끔한 소리가 나지 않기에 처음 기타를 배울 때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임에도 생각보다 그 고통이 심각했다. 아마도 기타를 배우려는 이들 중 3분의 1은 손가락의 고통을 못이겨 포기하는 것 같다. 또 3분의 1은 F코드를 잡다 좌절해서,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기타 소리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고 몇 달 뒤 필자는 10년이 넘게 살던 서울을 떠나 일산 신도시로 이사를 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산에 있는 학교가 아닌 서울에 있는 학교에, 그것도 졸업한 중학교에서는 단 한 명도 배정받지 않은 학교에 홀로 입학해서 외로운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이야 일산과 서울을 오가는 교통편이 빠르고 편리했지만 당시만 해도 일산은 낯설고 먼 지방이었고 방과후 집에 돌아온 뒤에는 동네 친구도 없이 그저 기타만이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휴식처였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모두가 잠든 늦은 밤 그 조용한 울림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나만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곤 했다.

지금은 너무나 다양한 악기들의 활약과 화려한 전자음의 자극적인 소리에 묻혀서 통기타 고유의 소리를 들어보기가 참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어둡고 고요한 밤의 정적을 가득 채우던 통기타의 깊고 푸근한 울림을. 아마도 자연을 가장 많이 닮은 나무, 그리고 그 나무를 둘러싼 공기의 떨림으로 소리를 만드는 기타 고유의 특성 때문일지도.

일산으로 이사한 뒤 해바라기 주호 삼촌이 우리 집에 놀러 오셔서 처음으로 삼촌께 직접 기타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삼촌은 기교나 테크닉을 가르쳐 주시기 보다는 기타를 연주할 때 지녀야 하는 마음가짐, 감성을 통한 소리와의 교감을 강조하셨다. 내 기타 소리가 마치 ‘깊은 숲 속에서 고요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처럼’ 들리도록 마음으로 그려 보면서 연주하라던 삼촌의 음성이 지금도 생생하다. 자연을 가장 닮은 소리, 아름다움과 평온함이 담겨 있는 그 소리야말로 아마도 음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고등학교 시절의 고민과 스트레스, 거기에 남다른 상황으로 더해졌던 외로움까지 참 힘든 시기였음에도 지금 생각해보면 기타라는 좋은 친구가 함께 했었기에 그 시절을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워낙 먼 학교를 다닌 탓에 지금까지 남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겨우 두 명 밖에 없지만 그래도 기타라는 친구와 더욱 가까워지며 서로를 알게 된 소중한 시절. 그렇게 골방에서 나와 단둘이 은밀한 시간을 보내던 기타와 함께 세상에 나온 계기가 된 것은 교회를 다니면서부터였다. 본격적으로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훗날 천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통기타 하나 달랑 메고 음악을 선사하는 일이 자연스러워 졌지만, 사실 어린 시절부터 형제도 없이 유난히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어디 가서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 한 번 제대로 부르질 못해서 부모님께서도 많이 속상해 하셨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기타를 배우고서도 몇 년 동안은 나 이외의 어느 누군가에게 연주를 들려줄 기회도 없었고 별로 그럴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음악은 혼자 향유하기 보다는 타인과 공유할 때 그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사람들과 단 한마디도 안하며 혼자 조용히 다니던 차, 신상명세서 취미란에 기타라고 쓴 것을 주일학교 선생님이 보시고 찬양팀에서 기타 반주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하신 것이다. 드디어 내 기타소리를 나 아닌 누군가도 듣게 된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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