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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유럽 내 가장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뉴몰든 지역이 포함된 킹스톤(Kingston) 카운슬에서 주최하는 지역 화합 음악회에 한국 대표로 초청을 받아 연주를 다녀왔다. 킹스톤 지역 내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사실 소수라고 하기엔 참 많은 인구)을 대상으로 각 민족을 대표하는 퍼포먼스를  마련해, 현재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통한 지역 내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대부분이 전통 민속 무용을 선보였던 이날,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자는 첫 순서를 장식한 파키스탄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 Hussain Mohamed였다.

이번 행사의 전반적인 사항을 기획하고, 공연자를 직접 섭외한 킹스톤 카운슬의Sara Butterfield를 공연 전에 직접 만날 기회가 있어서Hussain Mohamed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Hussain Mohamed는 현재 90세의 나이로 카운슬에 속한 요양 시설에서 누워 있던, 어떻게 보면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는 병든 노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4세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BBC오케스트라 및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등 상당한 경력을 쌓은 연주자였다. 그러나, 어느덧 생을 마감해야 하는 나이에 접어들어 병상에 누워 있던 중, 킹스톤 카운슬의 사회복지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Sara Butterfield를 알게 되었고, Sara는 이번 행사를 기획하던 차 조심스레Hussain에게 혹시 연주를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병상에 누워서도 침대 옆에 150년이나 된 자신의 바이올린을 놔두었던Hussain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호흡하는 순간까지 연주를 할 수 있다고 답하면서, 흔쾌히 연주 승낙을 했던 것이다. 아마도 생의 마지막 연주가 될 지도 모르는 노장 바이올린 연주자의 출연에 지역 신문과 방송에서도 이를 취재하기 위해 참석했고, 혼자서는 걸음도 제대로 내딛지 못하는Hussain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공연 장소에 들어섰다.

주름살 가득한 얼굴과, 오랫 동안 병상에 누워있었던 까닭에 초라해진 외모, 말 그대로 할아버지 같은 옷차림으로 주위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는Hussain의 모습에서는 까닭모를 위엄이 풍겨났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첫 순서인 그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가느다란 그의 손가락에서 울려나오는 바이올린 선율은 젊은 연주자의 그것과 같은 힘이나 기교는 부족했지만,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뭉클함이 묻어났다. 넋나간 표정으로 그의 연주를 바라보면서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것은 분명 슬픔으로 인한 눈물은 아니었다. 그저 젊은 시절에는 청중들을 사로잡았을 한 음악가가 어느덧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그의 삶과 함께한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경외감이 들 수밖에 없었으리라. 필자는 젊은 시절의 그가 속칭 얼마나 잘 나가는 음악인이었는지는 모른다. 그의 지난 삶을 수놓았을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럼에도 생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한 인간이 그의 평생을 함께해온 그 무엇을 여전히 애정어린 태도로 마주하는 모습은 아마도 우리 인간만이 보일 수 있는 너무도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Hussain의 연주에는 그의 삶과 함께해온 바이올린을 통해 그가 만났던 사람들, 바이올린을 통해 그가 겪었던 수 많은 기억들이 담겨 있었으리라. 한 사람의 삶, 아마도 순간 순간만을 바라보면 유쾌하지만은 않은, 아름답지만은 않은 우리네 삶이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되돌아보면 어느 누구의 인생도 아름답지 않은, 소중하지 않은 인생이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삶을 투영할 수 있는 그 무엇을 그토록 오랫동안 간직했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인 것 같다. 90세의 나이에 과연 그의 인생을 통해 감동을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것은 그 사람의 재산이나 명예는 분명 아닐 것 같다. 그보다는 삶을 향한 그 사람의 태도, 그리고 열정과 애정을 갖고 평생을 간직했던 그 무엇이 아닐까? 특히, 기타라는 악기를 평생친구로 두고 살아가는 필자로서는 노장 음악가의 연주에서 남다른 감명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90세까지 살아 있을지는 하나님께 달린 문제지만, 과연 나는 90세가 되어서도 저렇게 사람들에게 내 기타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90세가 되어서 평생을 함께해온 기타를 연주하는 느낌은 과연 어떤 것일까? 90세 정도의 나이가 되면 빌딩 몇 채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사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 얼마나 높이 있느냐가 별로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평생을 간직해온 그 무엇을 향한 애정과 열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그래서 그것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추억에 잠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마지막 남은 행복이 될 것 같다.

“다음 곡은 피가니니 입니다. 제가 잘 연주를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연주를 해보겠습니다.” 희미한 목소리로Hussain이 마지막 곡을 소개했고, 그의 연주가 마치자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한참 동안 보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크게 박수를 쳤다고 자부하는 필자의 뺨에는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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