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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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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네 시장에서 가까운 마포구 중동에 살던 다섯 살 적이었다. 태권도장에서 만난 성훈이라는 친구와 곧잘 어울리곤 했다. 우리는 걸어가면 10분 남짓한 거리에 살았다. 그리고, 6살이 되어 유치원에 입학해야 했는데 아버지가 고등학교 교사로 계시는 충암 학원에 속한 충암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소집일 날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충암 유치원에 어머니와 함께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시간이 촉박해서 모래네에서 택시를 잡고 출발하려던 찰나, 한 녀석이 어머니와 함께 필자가 탄 택시에 급하게 합승을 부탁했다. 성훈이와 성훈이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목적지는 같은 충암 유치원. 친구 성훈이와의 인연은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날마다 같이 스쿨 버스를 타고 유치원을 오고갔고, 누가 먼저 타냐는 문제로 한 번 싸웠던 것을 빼고는 곧잘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유치원을 마치고 충암 초등학교에 입학을 지원했는데 사립 학교인지라 추첨을 했고, 우리는 둘 다 당첨되어 그것도 같은 반으로 편성 되었다. 이 때부터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로 성장해 갔다. 1, 3학년을 빼고는 같은 반에 편성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등하교길에, 또 쉬는 시간에, 하교 후 서로의 집에서 어울렸다. 한 번은 성훈이가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놀다가 자고 가기로 했는데 저녁에 성훈이 부모님과 형이 같이 놀러와서 부모님들끼리도 어울리게 되었다.

그 즈음 매주 토요일이면 산수 시험이 있었는데, 부모님들은 요 산수 시험을 잘 볼 경우 우리들을 놀게 해 주셨고, 우리는 토요일마다 같이 놀고 싶어서 가슴 졸이며 산수 시험을 치렀다. 그렇게 산수 시험을 치른 덕분인지 우리는 6학년 무렵 우수한(?) 애들만 뽑아서 아주 어려운 수학을 가르치는 방과 후 산수반에 같이 들어갔고, 하교길에 중학생 깡패들을 만났다가 둘이서 냅다 줄행랑을 치기도 했고, 둘이서 오락실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둘이서 얼마나 텔레파시가 잘 맞았는지 각자 새 신발을 샀는데 다음날 보니 똑같은 신발을 산 적도 있었고, 개학날을 착각해서 개학 전날 학교에 갔는데 개학날을 착각한, 채 10명이 안되는 전교생 가운데 우리는 정문에서 딱 만나기도 했다. 둘이서 용돈을 몇 만원씩 모아서 롯데월드에 가서 정말 개장할 때 들어가서 폐장할 때까지 놀다 온 적도 있었고, 소풍을 가서도 주로 둘이 어울렸다. 그 시절 우리 남자애들을 열광시켰던 배터리로 구동되는 일제 자동차와 비비탄 총, 말하는 자동차 키트와 에어울프 같은 TV 외화 시리즈, 그리고 토요일 오후에 AFKN에서 방영하던 WWF 프로 레슬링에 함께 심취(?)하곤 했다.

초등학교 시절 성훈이와의 두 번의 긴 여정이 기억난다. 한 번은 2학년 즈음인가 순전히 장난감 총을 구경하기 위해 신촌에 나갔다가 내친김에 명동 롯데 백화점을 가보자고 해서 둘이서 겁도 없이 백원짜리 몇 개를 들고 부모님과 다녔던 기억을 더듬어 버스를 타고 명동에 나갔던 일과, 5학년 즈음인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버스가 잘 안다녀서 응암동에서 모래네까지 둘이서 걸었던 일이다. 지금에야 그다지 긴 거리도, 별 일도 아닌 것이지만 그 때 우리에게는 너무나 길고 신나는 모험길이었다.

서로 다른 학교를 다녔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업 때문에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특히 필자가 일산 신도시로 이사하면서는 더욱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가끔 전화라도 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힘을 내곤 했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할 즈음 둘이서 술, 담배를 배워서 수능 시험을 마치고는 어른들 흉내를 내면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새벽까지 어울렸다. 여자 얘기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은 얘기들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어두운 밤이 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갔다. 비슷한 시기에 첫사랑을 만나고, 또 군 복무 중 첫사랑과의 이별을 경험했다. 군 복무 중에도 운좋게 둘 다 군 전화를 사용할 수 있어서 서로 안부를 물었고, 둘이 휴가를 맞춰서 만나기도 했다.

제대 후 복학하고, 또 취업과 함께 사회인으로 커가면서 우리들이 함께한 세월의 깊이도 한층 깊어져 갔다. 우리는 서로에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처럼 느껴지는, 일상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한 번에 잊혀지는 휴식같은 존재였다. 미국에 있었던 중에도, 또 영국에 있던 중에도 언제나 친구를 향한 그리움에 성훈이와 만나는 꿈을 꾸곤 했다. 그리고, 지난 ‘친구의 아들’편에서도 밝혔듯이 성훈이는 필자가 영국에 있던 중 결혼해서 아기 아빠가 되었다.

어렸들 적에는 잘 몰랐는데, 사실 성훈이와 나는 유사한 점이라곤 하나도 없다. 정말 너무나 다른 개성을 지녔다. 그럼에도 지난 25년 세월동안 우리는 어느덧 서로의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삶을 공유해 오고 있다. 다섯 살 적 둘이서 찍은 사진 속의 꼬마들, 지금의 우리는 그에 비하면 너무나 늙어(?) 보이지만, 언제나 함께였기에 서로를 바라보는 그 모습은 변함이 없는 것 같은데...

2주 전에 한국에 있는 성훈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왔다, “나 회사 파견 근무로 영국 간다, 주소는...”

첫 해외 파견 근무로 수 많은 나라들 가운데 영국을, 그리고 그 영국 내에서도 필자가 사는 곳과 걸어서 10분 거리로 온다는 친구... 다섯 살 적 만나 서른 즈음에 이역 만리 타국 땅에서 다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인 우리... ‘친구’라는 단어가 건네는 그 깊고 심오한 울림에, 삶이라는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수많은 물줄기들 가운데 25년을 변함없이 흘러온, 그리고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흘러갈 친구라는 이름의 물줄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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