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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아주 어렸던 꼬마 적에 외할머니께서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사실 그 때는 너무 어렸기에 삶과 죽음에 대한 개념도 채 갖지 못한 때였다. 항상 외로운 외아들이었기에 그냥 사촌들이랑 오랫동안 모여 있는 게 좋았고,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지나지 않은 역시 어린 시기에 친가쪽의 작은 삼촌께서 돌아가셨는데, 이 때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기에 많은 것을 느끼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서른 즈음이 된 지금까지 한참 동안 가까운 분들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시는 일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전해들은 일이라 한국을 방문할 수도 없는 상황에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직접 참여하지 못해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또 한편으로는 2년 반만에 한국을 찾은 지난 겨울, 영국에서 가져간 초콜렛을 맛있게 드시던 할아버지의 흐뭇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음에 그나마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군대 휴가 중, 또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또 영국으로 떠나오면서도 항상 먼길을 오고갈 때마다 찾아뵙고 절을 드렸는데, 2년 반만에 드렸던 지난 겨울의 절이 마지막 절이 될 줄이야... 조금 더 오래 사셨더라면 필자가 살고있는 영국 구경도 시켜드릴 수 있었을 텐데...

사실, 대부분의 필자 또래가 그러하듯이, 핵가족화와 또 정신없이 바쁜 대한민국의 일상에 쫒기는, 그리고 더 솔직히는 점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소통에 소홀해져가는 생활 속에서 외할아버지를 만나뵙고, 또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그리 많이 가져보지 못했다. 대부분이 그러하듯, 점점 머리가 굵어지면서는 명절 때나 특별한 날에나 겨우 얼굴을 뵙고, 그도 여의치 않을 때는 겨우 전화로나마 인사를 드리고, 또 그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몇 달 씩 잊고 지낸 적도 있었음을 부끄럽게 고백한다.

외할아버지는 참 정은 많은 분이셨다. 지금도 기억하는게, 아주 어렸을 적에 가끔 외할아버지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시곤 했는데, 그 때마다 손수 고르신 다양한 과자들을 여러 보따리 사들고 오셨다.  우리집에서 어린이라고는 단 한 명 뿐인 필자를 위해 사오셨음은 물론이다. 사실, 그 시절 대부분의 어른들은 주로 용돈을 주셨던 것 같은데 (물론 외할아버지께서도 필자가 청소년이 된 무렵부터는 과자 선물 대신 용돈을 주셨지만), 지금 떠올려 보면 손주가 먹을 과자를 비닐 봉지가 터질 만큼 하나 하나 직접 골라 담으셨던 할아버지의 따스한 사랑과 인간미가 새삼 찡하게 다가온다.

지난 회 ‘친구’ 편에도 등장하는 마포구 중동에 살던 시절에 잠시 외할아버지가 우리 가족과 같이 사셨던 적이 있었다.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이른 새벽부터 운동을 하시면서 땀을 뻘뻘 흘리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시기가 싫으셨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무료함을 싫어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한시도 가만히 계시지 않고, 여기 저기 다니시면서 무언가를 하시는 분이셨다. 부지런함과 깔끔함은 정말 할아버지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 같다. 90이 넘으신 나이에도 언제나 할아버지는 깔끔하게 정리 정돈을 해 놓으시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물건들을 배치해 놓으셔서 정말 놀랐던 적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문화예술을 즐길 줄 아시는, 또 나이가 들어서도 멋지게 간직하셨던 삶에 대한 열정, 또 삶을 즐길 줄 아는 모습이었다. 어머니에 따르면, 옛날부터 할아버지는 자식들을 데리고 영화 구경도 많이 다니시는 멋쟁이셨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셨던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되셨는데도 오히려 노인 할인 혜택을 알아내셔서 여전히 영화 구경을 다니셨고, 그래서 하루는 종로 극장가에서 필자와 마주친 적도 있다. ‘시네마 천국’을 쓰고 있는 필자의 영화 사랑은 어쩌면 이런 외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스스로를 늙었다고 치부하고, 전형적인 늙은이의 그늘진 삶을 자진해서 따라가는 데 비해, 할아버지는 연세가 드셨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추진하셨던 것 같다. 노인대학 같은 곳에서도 활발히 활동하셨고, 외삼촌(듀엣 해바라기의 리더 이주호)의 공연장도 꾸준히 찾아오셨으며, 때로는 예쁜(?) 할머니와 동행하시기도 하셨다. 노래도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불과 몇 년 전 모든 식구들과 노래방을 찾았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여러 곡을 목청껏 뽑으셨다. 문화예술에 대한 감성과 애정이 유난히 강한, 원하는 것을 기필코 추구하고자 하는 강한 집념을 가진 필자의 이런 습성은 어쩌면 상당 부분 외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언제나 우렁찬 목소리로 반갑게 맞아주시던 할아버지, 불고기를 참 좋아하셨던 할아버지, 어느 설날 사촌형들과 필자, 그리고 지금은 가수가 된 동생 상수와 또 유일한 손녀 막내 고운이를 앉혀놓고 세뱃돈을 주시면서 활짝 웃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할아버지, 하늘나라에서도 우렁찬 목소리로 사람들이랑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시고, 특별히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신 할머니하고 좋은 시간 되세요. 불고기도 많이 잡수시고, 영화도 많이 보시고, 또 노래도 많이 부르세요. 이다음에 수완형, 태완형, 저, 상수, 고운이가  한자리에 모이면 할아버지 얘기 많이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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