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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1 06:50

불친절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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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것일까? 하루 종일 벌어진 많은 일들이 온통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들 뿐이었다. 마음아픈 일들, 골치아픈 일들, 억울한 일들, 분한 일들, 귀찮은 일들, 이 모든 일들이 동시에 연달아 발생하니, 제 아무리 버텨보려 해도 여지없이 기분이 상해버려 온종일 저기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기분이 상했다고 혼자 방구석에서 처박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해야 하며, 이렇게 글도 써야 하는 만큼, 상해버린 감정이 너무나 힘겨웠다. 일은 손에 안잡히고, 동료 직원들과 아무런 얘기도 안하고 그저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별 것 아닌 한 통의 전화, 그것도 내 도움을 요청하는 한 통의 전화였음에도, 심기가 불편하니 나도 모르게 그만 불친절하게 받아 버렸다.

아직 나는 프로(?)가 아닌가보다.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아무일 없는 듯, 친절까지는 못해도 평범하게라도 전화를 받아어야 했거늘, 괜히 애꿎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 셈이 되어 버렸다. 평상시 같았으면 얼마든지 웃으면서, 좋은 방향으로 얘기를 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는데, 그만 까칠한 말투로, 부정적인 내용으로 얘기를 나누고야 말았다.

그 분께 너무나 죄송하다. 혹여나 나의 불친절로 인해 그 분의 하루 역시 불쾌한 기운이 가득한 하루가 되어 버렸을까 염려가 된다. 훗날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마주치게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혹여나 언제, 어디서 내 글을 읽거나 내 음악을 듣게 되면, 그리고 그 불친절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의 불친절에 대한 후회가 막심해지니, 나의 불친절을 야기시킨, 그러니까 내 감정을 상하게 했던 그 모든 원인들이 원망스러워 진다. 이렇게 사람 상대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야속해진다. 그러나, 결국은 누구를 탓하랴? 내 마음을,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내 잘못인 것을.

이렇게 마음이 상해 있을 때는 그냥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 버리고 싶은, 그런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차라리 쉬는 날인데, 할 일도 없고, 그냥 혼자 있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남은 인생을 포기할 생각이 아닌 이상,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들을 계속 해야하고, 만나야 하는 사람들,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마주쳐야 한다. 게다가 나처럼 글을 쓰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이 와중에 생각과 감성을 끌어내어 무언가를 창조해내야 한다.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 상한 마음들을 가다듬고, 잠재우고, 아무 일 없는 듯 흘러가는 것이.

그러다 보니 오늘 하루는 그냥 넋이 나간 것처럼 보냈다. 누군가와 얘기를 하는 순간에도 멍해지고, 업무를 보는 순간에도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고, 사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도 멍하다. 이런 것도 더 나이를 먹고, 자꾸 단련이 되면 언젠가는 극복하게 되려나? 그래서 어떤 감정 기복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아무 일 없는 듯 지낼 수 있을까?

웃음은 전염된다지만, 상한 감정 역시 다른 이에게 전염되기가 너무나 쉬운 것 같다. 나 하나의 상한 감정으로 인해 내가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상한 감정을 갖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 중에는 웃음을 잘 전염시키는 사람, 그러니까 천성적으로 유쾌하고 밝아서 곁에 있는 사람까지도 밝게 만드는 축복받은 재주를 지닌 사람과, 반면 울적함이나 부정적인 마음을 잘 전염시키는 사람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울적함이나 부정적인 마음을 전염시키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어두운 기운에 같이 휩싸인다. 즐거웠던 마음도 어느새 불쾌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부정적인 마음을 전염시키는 사람과 함께 있기를 싫어하게 되고, 그 사람은 점점 외로워지고, 그래서 더욱 울적해지고 더욱 부정적이 되어 버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두려운 것은 어쩌면 나는 웃음을 전염시키기 보다는 울적함을 전염시키는 쪽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문득 군 시절이 떠오른다. 군대야말로 이 감정의 전염이 가장 즉각적인 곳이다. 병장이 심기가 불편하면 그것을 상병에게 전달하고, 그것이 결국 이등병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던가? 고참 눈치보랴, 육체적인 노동과 불편 겪으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쌓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래 계급인 이들에게 그 상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그 모습은 직장에서도 동일하게 목격되는 현상이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웃음을 전염시키셨는지, 아니면 불친절을 전염시키셨는지...
오늘 하루 나의 불친절에 알게 모르게 애꿎은 희생양이 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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