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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고사리 같은 손으로 크레파스를 쥐고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던 미술 시간들을 기억할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미술 시간에 어쩌다가 한 번은 꼭 담임 선생님 혹은 미술 선생님이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 보라는 주문을 할 때가 있었다.

보통은 풍경화, 정물화 등의 그림을 그리거나 아니면 찰흙 만들기, 부채 만들기 등 매번 미술 시간마다의 주제가 있는데, 가끔은 그렇게 말 그대로 자유 그림을 그리는 시간들이 있었다. 지금 떠올려 보면 그런 자유 그림 시간에 대한 당시 선생님들의 의도가 궁금하기도 하다. 정말 우리들로 하여금 창의력과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수업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대충 시간 때우려고 그랬던 것인지...

어쨌든, 그렇게 자유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은 마땅히 뭘 그려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또 심지어는 무언가 정확한 지시가 없다는 것에 대해 불안, 불평을 표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어쩌면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획일적인 한국 교육의 병폐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항상 지시한 대로, 획일적인 방향으로만 움직이다가 갑자기 창의성과 자율성을 요구하니 적잖게 당황했을 듯.

어쨌든, 그럴 때마다 필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늘 무언가를 열심히 그렸던 것 같다. 하얀 도화지에 그릴 게 참 많았던 것은 그 시절 형제 하나 없이 외롭고 내성적이었던 소년은 늘 무언가를 속으로 그려보면서 그 외로움을 달랬던 탓에 그 안에 가득했던 것들을 언제든 밖으로 배출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탓이었던 듯.

그랬던 덕분에 필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그 안에 있는 것을 글로, 음악으로 그려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즉, 하얀 도화지를 가득 채울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얘기가, 그리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그 만큼 많은 것들을 풍부하게 관찰하고 느끼며 살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혼자 자란 이들의 몇 안 되는 장점들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혼자인 시간이 많다보니 사소한 것들도 관찰되었고 그것들이 저마다의 의미로 각인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과 느낌들이 쌓여갔던 것 같다. ‘서른 즈음에’를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 역시 그렇게 쌓인 생각과 느낌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우리를 둘러싼 작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조각들, 세상의 조각들, 삶의 조각들, 그것들을 볼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으며, 느낄 수 있었기에 언제나 할 이야기가 있었고 그릴 그림이 있었다.

유학생 시절 ‘서른 즈음에’를 썼던 초창기 시절만 해도 한 주를 살다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아서 오히려 지면이 부족할 정도였다. 하얀 도화지를 마주할 때면 그릴 게 참 많았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요즘은 ‘서른 즈음에’를 쓰기 위해 하얀 도화지를 펼쳐놓아도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 지 막막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한 주 동안 무엇을 관찰하고 느꼈는지, 무엇이 인상에 남아 있는지 떠올려 보면 쉽게 떠올려지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지난 한 주 동안 나의 껍데기는 정신 없었을지언정, 내 알맹이는 텅 비어버렸다는 것이다.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감동적이었던, 눈물을 자아냈던, 그래서 내 가슴이 꿈틀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분명 매 순간 무언가를 하면서 정신없이 산 것 같은데, 사람도 만나고 돈도 벌고, 나름대로 열심히 산 것 같은데도 정작 하얀 도화지에 그릴 그림이 없다니?

비록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밥벌이를 하면서 제 구실을 하고 있건만, 그만큼 무언가를 관찰하고 느끼는 일이 드물어지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인상적인 느낌들, 소소한 감동들, 그리고 눈물이 메말라 간다. 이것이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 사회인이 되어 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을 잃고 싶지 않은데, 잊고 싶지 않은데...

오래 전 썼던 ‘서른 즈음에’를 가끔 다시 읽어보며 콧날이 시큰해진다. 그 시절(?)과 지금 세상은 바뀐 것이 없는데, 그렇다면 변한 것은 바로 ‘나’일텐데, 왜 그 때는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을까? 왜 그 때는 더 풍부한 감성과 깊은 인상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 보면 어느새 관찰하고 느끼고 감동하는 능력을 조금씩 잃어버리게 된다. 특히, 사람에 치이는 게 참 무섭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 간 관계는 서로가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가면을 쓰고 물고 물리는 끊임없는 싸움과 속임수의 소용돌이다.

그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자니 어쩔 수 없이 그 싸움과 속임수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관찰하고 느끼고 감동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하얀 도화지에 그릴 이야기들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속고 속으며, 물고 물리면서 동심으로부터 멀어져만 가니 어떻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자아낼 수 있겠는가?

먹고 살기도 바쁜 요즘 세상에, 더구나 서른살이 넘은 사회인이 되어서도 느낌을 찾고 감동을 찾겠다는 필자의 바램은 어쩌면 철이 없는 그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너무나 서글프다, 하얀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릴 게 없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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