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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정규직으로 출퇴근하는 회사는 금융 업체는 아니지만 런던 금융가 시티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워털루 기차역과 시티 지역의 심장부인 뱅크 지하철역을 오고가는 워털루&시티 라인을 이용하는데, 출퇴근 시간이면 늘 콩나물 시루떡이다.

승객 대부분이 정장을 입은 회사원들, 아마도 상당수는 시티 지역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들일 듯.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들은 영국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이다. 그런데, 콩나물 시루떡 지하철에서 만나는 이들의 얼굴은 대부분 피로와 스트레스로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다.

보통 종착역에 도착하면 지하철 기관사가 도착했다는 안내 멘트를 간단히 한다. 녹음된 것을 자동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사가 매번 직접 생방송(?)처럼 멘트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어떤 기관사의 안내 멘트가 상당히 독특했다. “Wherever you are, whatever you do...”로 시작해서 “God bless you”로 끝는 그의 안내 멘트의 내용은 대략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 늘 행복하길 바랍니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이었다.

대부분 기관사들은 종착역에 왔다는 간단한 안내만 하는데 갑자기 이런 멘트가 나오니까 승객들은 황당하다는 듯 피식 웃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는 그 기관사의 멘트가 괜히 찡했다. 피곤한 직장인들에게 건내는 그의 따스한 메시지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누구길래 이런 멘트를 할까 궁금해서 승강장을 빠져 나가면서 기관사를 찾아보았더니 흑인 할아버지였다. 이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지하철을 탈 때면 어김없이 같은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때마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 승객들의 표정에는 까닭 모를 밝은 빛이 아주 잠시나마 스쳐가는 게 보였다.

필자는 그 할아버지가 마치 지하철의 천사 같다. 그는 비록 허구언날 어두 컴컴한 지하 터널을 오가는 지하철 기관사라는, 어떻게 보면 별 볼일 없는 직업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따스한 마음으로 승객들에게 건내는 그의 메시지를 통해 그가 하는 일의 가격을 환산한다면, 이는 너무나 비싸고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내가 하는 일의 진짜 가격은 얼마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 말고, 어떤 노동의 댓가로 받는 급여 말고, 진짜(?) 가격 말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같은 경험을 하겠지만, 필자 역시 가끔은 내가 이렇게 일하고서 고작 이 월급 받고 있나 하는 불만이나 불평을 할 때가 있다. 내 노동의 가치가, 내 능력의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되고 너무 적게 보상받는 것 같은 억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거기다가 가끔 나보다 별로인 것 같은 사람이 나보다 더 높게 평가되고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을 볼 때면, 정말 당장이라도 하고 있는 일을 다 관두고 싶은 충동도 일어난다.

비단 직장에서 받는 월급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가끔은 이 돈 받고 이 글을 써야 하나, 이 돈 받고 이 음악을 연주해야 하나 하면서 투덜거릴 때도 있다. 필자도 부족하고 흠 많은 평범한 인간인지라 돌아서서는 스스로의 못난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런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누구나 처음에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그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하고 기뻐하며 작은 것에도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서게 되고, 어느 정도의 돈을 만지게 되면서 우리는 처음과 같은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돈을 받을까에만 몰두하게 된다.

그럴 때면 필자는 이 지하철의 천사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렇다, 내가 하는 일의 가치, 내가 하는 일의 가격은 비단 내가 손에 거머쥐는 돈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마음과 내 영혼의 문제이기도 하며, 내가 하는 일을 통해 타인과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승객들에게 천사와 같은 마음으로 따스한 메시지를 건네던 기관사 할아버지가 하고 있는 일의 가격은 고액 연봉의 은행가가 하는 일의 가격보다 낮지 않다. 자신이 하는 일의 진정한 가치, 진정한 가격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내가 하는 일은 싸구려가 될 수도, 값비싼 명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직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찾아주고, 직원이 필요한 회사에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 일이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써서 어느 누군가에게 작은 감동, 작은 행복이라도 건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좋은가? 내가 퉁기는 기타소리를 통해 누군가의 메마른 영혼에 단비를 뿌려주고, 누군가의 고단한 인생길에 잠시라도 휴식을 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생각해보면 필자가 손에 거머쥐는 돈의 액수와 상관없이 필자가 하는 일의 가격은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하는 높은 가격이 된다. 너무나 비싼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 이제 여러분이 하는 일의 가격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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