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대하는 강자의 마음이 그의 얼굴에 그려져 있다

by 유로저널 posted Mar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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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칙왕’을 아주 오랫만에 보았다. 이 영화는 소심한 은행원이 레슬링 선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 그리고 소시민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블랙 코미디 걸작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순수했던(?) 대학생이었고, 지금은 직장인이 되어서, 사회와 세상을 맛보고서 다시 접한 이 영화는 너무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가슴 깊숙한 곳을 울컥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 말단 은행원 송강호를 늘 못살게 구는 지독한 부지점장 송영창이 송강호에게 헤드락을 걸고서 꼼짝 못하는 송강호에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알아? 쟝글(정글)이야, 쟝글!”이라는 대사를 날린다.

그렇다, 가슴 아프게도 사회는 정말 정글이다. 강자와 약자가 철저하게 정해져 있으며, 이들은 서로 물고 물리며 날마다 치열한 전쟁을 치른다. 아직 사회생활 경력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요즈음에는 강자와 약자들이 만들어가는 정글 풍경이 더욱 선명하게 목격된다.

다행히 필자가 하는 일들은 모두 강자와 약자의 개념이 뚜렷하지 않고, 전적으로 필자 개인 역량에 따른 원맨쇼(?)와 같은 일이어서 굳이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의 횡포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주위를 보면 약자에 대한 강자의 횡포들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비록 내가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약자인 자가 강자로부터 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안 좋다. 가만히 보면 강자라고 해서 약자한테 다 못되게 굴고 지독하게 구는 건 아니다. 즉, 인격의 문제인 것이다.

가끔 정말 엄청한 강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약자를 향해 따뜻한 배려와 예의를 갖추는 훌륭한(?) 강자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약자들로부터 더없이 존경받으며 멋진 향기를 풍기는, 이 시대 진정한 대인배들이다.

그러나, 강자의 위치에 있기는 한데 인격은 바닥이라 어떻게든 자신보다 낮은,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지독하게, 까칠하게 구는 소인배 강자들이 더 많다.

말 한 마디를 해도 참 못되게, 기분 상하게 던지고, 어찌나 약자들에게 지독하게 구는지 그 사람한테서는 그냥 구린내가 난다. 그렇게 못되고 지독한 탓에 어느 정도의 지위와 어느 정도의 돈을 거머쥐고 있지만, 아무도 그 사람을 존경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사람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외로워지고, 안타깝게도 세월이 흐를수록 더 못되지고 더 지독해진다. 더욱 많은 이들이 그 사람을 싫어하고 떠나가며, 그래서 그는 더욱 못되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들은 약자에게 그렇게 구는 게 오랜 세월 일상화가 되어서 그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자존심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따스한 말 한 마디 건네는 법을 잃어버렸다.

필자 주위에 이렇게 추악한 강자들이 딱 두 명 있다. 한 명은 입만 열면 다른 사람 흉을 보는, 말 한 마디를 해도 꼭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그리고 돈 몇 푼에 목숨걸고 지독하게 구는 사람이며, 다른 한 명은 히스테리가 있어서 자신보다 약자인 이들에게 어떻게든 자신이 강자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려 안간힘을 쓰면서 까칠하게 구는 사람이다.

필자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강자도, 약자도 아닌 입장이지만, 이들이 다른 약자들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종종 목격하게 되면 그것 만으로도 그야말로 술맛이 다 떨어진다. ‘지 자식이 사회에서 지금 지가 다른 이들에게 하는 것 같은 대우를 받아도 저럴까?’ 싶을 만큼 약자들에게 참 못되게 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들이 밉기보다는 불쌍해 보이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비록 그들이 강자의 위치에 있음에도 그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그늘은 그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보다도 더 짙고 어둡다.

비록 날마다 약자에게 말 한 마디를 해도 까칠하게 던지는 그들일 지언정, 그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에는 아무도 그를 존경하지 않는, 아무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데 따른 외로움, 그리고 타인들이 자신의 추잡함을 눈치채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서려 있었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그들, 지난 세월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약자들에게 얼마나 못되게 굴었을지, 그 긴 세월 못된 강자로 살아온 댓가로 그들은 누가 봐도 알아챌 수 있는 추잡함이 얼굴에 서려있다. 얼굴빛과 표정이 그 사람의 평소 말과 행동 스타일에 어울리게 변해있다. 얼굴만 봐도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지, 다른 이들을 어떻게 대하면서 살아왔을지 짐작이 될 정도다.

이제는 더 이상 어떻게 바꿀 수도 없는 그 그늘을 얼굴에 담고서, 갈수록 더욱 외롭고 쓸쓸할 인생의 말년을 향해 걸어가는 그들이 불쌍하다.

반면, 늘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강자의 얼굴 역시 그의 평소 말과 행동 스타일에 어울리게 환한 빛으로 가득하다. 단지 어쩌다 한 번 친절을 베풀어서 만들어지는 빛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늘 그렇게 남을 배려하고 사랑을 베풀면서 살아오다 보니 자연스레 그 얼굴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빛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넉넉해지고 더욱 따뜻해지는, 그래서 그를 존경하는, 그를 사랑하는 이들이 날마다 늘어만 가는 그들이 부럽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어느 누군가에 대해 강자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거울을 보라, 당신의 얼굴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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