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떠오르는 얼굴들 (2)

by 유로저널 posted May 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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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첫 이야기를 쓰고서 문득 궁금해져서 충암초등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았다. 지난 이야기에 등장하는 박혜련 선생님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충암초등학교에 근무하고 계셨고, 현재 1학년 매화반 담임을 맡고 계셨다. 필자가 무서워했다는 김동호 선생님은 안 보였고, 그 외에 아는 선생님이 세 분이 더 계셨는데, 한 분은 당시 평교사셨는데 현재 교장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6학년 시절 인상에 남는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중학교로 넘어가려는데, 오늘 약간 부정적인 이미지로 등장하는 이 선생님께서 아직 충암초등학교에 근무 중이시라, 혹시나 누가 될까 싶어서 이 분의 실명은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6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은 그다지 인상에 남는 분이 아니셨다. 그보다는 오히려 옆 반인 난초반의 담임이자 산수부라는 특별반을 맡았던 이XX 선생님이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산수부는 6학년들을 대상으로 각 반마다 산수를 잘 하는 애들을 뽑아서 방과 후 이들에게 고난이도의 수학을 가르치는 특별반이었다. 각 반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산수 점수가 좋은 애들을 일단 추려내고, 그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엄청 어려운 산수시험을 치도록 하여 그야말로 산수 귀신(?)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간단한 덧셈도 잘 못하는 필자는 그 시절에는 그래도 산수를 제법 했었나보다. 사실, 시험에서 다섯 문제 이상을 맞추면 산수반 합격인데, 필자는 딱 다섯 문제를 맞춰서 턱걸이로 들어갔다. 참고로 필자는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철저한 문과성향을 드러내면서 수학 점수가 하향세를 타더니, 결국 수학을 혐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여하튼, 이 산수반에 들어가서 목격한 이XX 선생님은 비록 산수, 수학을 가르치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솔직히 교육자로서는 빵점을 주고 싶다. 이 분은 교사가 되기 전 원래 대기업에 다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적성이 교사를 하기에는 참 안 맞는 분이 왜 교사가 되셨는지 모르겠다.

이 분은 너무 다혈질에 걸핏하면 폭력을 쓰는,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가장 끔찍한 교사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학교에서는 적정 수준의 체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체벌은 어디까지나 학생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그것을 고치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성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하면 교사의 개인적 감정이나 성격이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도 사람이니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저기압인 날도 있을 것이고, 하다못해 집에서 부부싸움이라도 하고서 마누라한테 아침밥도 못 얻어먹고 출근한 날이라면 괜히 한 대 때릴 것을 두 대 때릴 수 있는, 감정을 지닌 인간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 제 분에 못이겨서 그것을 그대로 폭력으로 표출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XX 선생님이 딱 그런 유형이었다. 누가 봐도 그렇게까지 할 일이 아닌데, 가령 엄청 어려운 문제를 맞춘 녀석이 있었는데 이XX 선생님이 그 녀석보고 앞으로 나와서 어떻게 문제를 맞췄는지 칠판에 풀이를 하면서 우리보고 설명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본인은 문제를 맞추긴 했는데, 체계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웠나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본인은 할 수 있는 것인데 이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그 녀석은 그렇게 칠판 앞에 서서 시간을 몇 분 끌었고, 이윽고 이XX 선생님은 그 녀석을 자기 앞으로 오라고 하더니 사정없이 따귀를 몇 대나 후려쳤다. 자기 성질을 돋구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 이XX 선생님이 무섭기도 했지만, 그런 식으로 자기 감정에 따라 폭력을 쓰는 것은 정말 옳지 못하다고 여겼다. 지난 시간에도 언급했지만, 지금 와서 떠올려보면 그렇게 남자 선생님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사정없이 (체벌이 아닌) 폭력을 쓰는 것은 죄송하지만 참 못나보인다.

필자도 한국에서 영어강사 시절 잠시 초등회화반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애들이 어렸다. 그 어린 애들에게 뚜껑이 열려서 열을 내고 따귀를 때릴 만큼 무지막지한 폭력을 쓴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초등학교 남선생님들에게는 다소 죄송한 얘기지만, 아무래도 초등학교 교사는 천성적으로 남자에게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초등교사는 어린애들을 잘 다스리는 동시에 챙겨줘야 하는 일인데, 아무래도 천성적으로 어린애를 잘 보는 여자들이 더 적합하다.  

남녀차별을 하자는 게 아니라, 필자도 초등반을 경험해보니 확실히 남자들은 어린애들을 다루는 게 어설프다는 것이다. 그러자니 성격이 온순한 분들이야 그럭저럭 견뎌내지만, 이XX 선생님 같은 분들은 부작용을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교사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정말 애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강해야 하며, 교육자로서의 소명이 확실한 이들만 해야 한다. 철밥통만 보고 교대를 지원하는 분들께 정중히 드리는 충고다. 애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 교육자로서의 소명이 확실하지 않은 분이 교사가 되면 어느 누군가의 인생에 악몽같은 교사로 기억되는 것은 물론, 본인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절대 좋지 않기 때문이다.

* 중학교 시절 선생님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세 번째 이야기는 내년 스승의 날 즈음에 다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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