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그려보는 노후

by 유로저널 posted Jul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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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신문 1면 기사로 ‘英 퇴직 후 화려한 노후는 옛말’이라는 기사를 썼다. 퇴직 후에도 모기지(주택대출금) 상환에 허덕이고, 저축액은 없고, 연금 수령액은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퇴직 후에도 먹고 사는 걱정을 해야 하고, 그래서 60이 넘은 나이까지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영국의 소식이다.

왜 세상은 이렇게 날이 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지는걸까? 평생 현상 유지를 하느라 죽도록 일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 노후까지 걱정해야 하다니...

기사를 쓰다보니 자연스레 ‘노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노후, 아직 30대인 필자에게는 어쩌면 먼(?) 훗날의 얘기일 수도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냥 먼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오늘 하루가 쌓여서 훗날 그 노후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내가 현재 노후를 잘 대비하고 있는건지 의문도 든다.

먹고 사는 걱정을 해야하는 초라한 노후, 당연히 누구도 원하지 않겠지만, 슬프게도 많은 이들이 이미 그렇게 초라한 노후를 보내고 있고 또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에 문득 두려움이 파도와 같이 몰려온다.

우리의 인생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린 것이라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분명 우리가 노력하고 이루어야 하는 것들, 유지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내 책임이고 내 역할이다. 단언코 필자는 게으른 놈팽이도 아니고, 이날까지 신용카드도 가져본 적 없고, 노름이나 투기를 하는 사람도 아니며, 언제까지나 성실히 일할 각오가 되어있는 놈이지만, 그렇다고 노후가 보장된 것은 아닌 것이다.

꿈을 꾸면서, 낭만을 즐기면서, 인생을 여행하듯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필자 역시 현실적인 두려움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내가 앞으로 몇 년 간 얼마의 돈을 벌게 될지, 더 이상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그 때는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렸을 때는 정말 몰랐었다, 인생을 마지막까지 순탄하게,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초라한 꼴 안 보이면서 잘 마무리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정당하게 남의 돈을 버는 게, 또 꾸준히 버는 게, 그리고 그 돈을 잘 간직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재산을 물려받았거나 뛰어난 능력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 아니면 공무원처럼 연금을 통해 노후가 보장된 사람들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 시대 평범한 서민들의 대다수는 초라한 노후를 맞이할 운명(?)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빚을 내서라도 남들 하는 것은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처럼 강요하는, 그리고 자식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게 만드는 한국의 그릇된 문화가 안 그래도 어려운 노후 대비를 더욱 어렵게 한다.  

화려하진 않아도 안정적인 노후를 갖추어 놓은 부모님이 존경스럽고 한 편으로 부럽기까지 하다. 평생을 성실하게, 잔꾀 부리지 않고, 바른 길만 걸어오신 삶에 대한 보답으로 부모님은 충분히 안정적인 노후를 선물받을 자격이 있으시다. 과연 나는 부모님 만큼이라도 안정적인 노후를 누릴 수 있을까?

당장 40대가 되면 지금 다니는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글을 쓰고 음악을 하지만 그것들로 마냥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혹여나 나만의 창작품으로 인해 대박이 날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필자가 인생 역전할 기회는 그것 뿐일 듯) 그게 쉬운 일도 아니고, 10원짜리 동전 하나 남한테 꿔본 적 없지만 대신 쓸 돈은 쓰면서 사는 필자라서 (주로 먹는 것에 쓰는 게 문제지만) 돈을 잘 모으는 재주도 없고, 그렇다고 연금이나 보험 하나 들어놓은 게 없고, 이런 저런 현실적인 밑그림을 그려보니 노후가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  

결국 할 수 있는 노후 대비는 지금 이 순간부터 무조건 저축하는 것 뿐인데, 버는 돈의 한계가 있으니 저축할 수 있는 돈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몇 십 년 뒤를 위해 현재를 마냥 희생하는 것도 사실 망설여지는 일이다. 인생 말년을 대비하자고 젊은 평생을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한다면, 비록 말년에 밥은 굶지 않을 지언정, 지나온 젊은 날이 너무 아쉽지 않을까? 인생은 매 순간이 소중하고, 매 순간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기에, 말년을 위해 마냥 젊은 날을 희생하다가 말년에 갑자기 행복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겠지. 결국, 오늘 하루 주어진 일에 충실할 때, 오늘 하루 주어진 시간에 행복할 때,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언젠가 노후를 맞이할 그 날이 오면, 적어도 내가 평생 들인 노력 만큼의 노후가 기다리고 있기를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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