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런던의 한국인 헤드헌터 (1)

by 유로저널 posted Aug 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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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종종 ‘서른 즈음에’를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하는 회사일이 한국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일이고, 전성민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흔한 이름이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정체(?)가 탄로나는 듯 하다.

어차피 이렇게 점점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니, 또 많은 분들이 필자의 런던 취업 이야기를 궁금해 하시니, 또 그 동안 필자가 회사일을 하며 쌓은 경험이 혹시 모를 그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니 앞으로 몇 주간에 걸쳐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눠보려 한다.

2007년 여름, 필자는 런던에서 저널리즘 공부를 하면서 고정 프리랜서로 유로저널에서 기자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 만으로는 정규직 근무를 할 만큼 일감이 충분하지 않았고, 필자 역시 여느 유학생들처럼 여기 저기 CV(이력서)를 뿌리고 있었다.

지금도 유학생 출신으로 현지에서 취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때도 이력서를 수십 곳에 넣어도 대부분 아무 반응이 없었고, 그나마 연락이 와도 비자 문제 때문에 번번히 무산되었다. 요즘 막 학업을 마친 대졸 신입 구직자들에게 필자가 이런 저런 조언을 건네면서 필자 역시 그들과 똑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얘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필자 역시 아무리 이력서를 넣어도 아무 반응이 없는 사회와 세상의 높고 차가운 벽에 부딪혀 봤고, 또 그에 따르는 심리적 부담과 답답함을 고스란히 느껴봤기에 그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그들에게 더욱 진심어린 조언과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런던에서 취업에 열을 올리고 있던 중 그 해에는 킹스톤에서 개최되는 한인축제(Korean Festival)이 6월에 개최되었고, 필자는 가야금과 기타 듀엣으로 연주를 하기 위해 참석했다.

연주 순서를 마치고 행사장을 돌아보던 중 기업들의 홍보부스들이 설치되어 있는 곳을 지나다가, 파소나(PASONA Europe)이라는 한 외국회사의 홍보부스를 우연히 들렀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리크루트먼트(Recruitment) 업체인데, 직업을 소개시켜 주는 곳이니 관심 있으면 이메일 주소를 적어달라고 했다. 안 그래도 취업 때문에 애가 탔던 시절이었던 만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에게 이메일 주소를 남겼다.

며칠이 지난 뒤에 파소나에서 Hiroo라는 직원이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역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력서를 보냈고, 그는 며칠 뒤에 다시 이메일이 와서 괜찮다면 직접 회사를 방문해서 자기네와 인터뷰를 갖자고 했다.

이 인터뷰는 필자를 채용시키기 위한 인터뷰가 아니라, 그곳이 리크루트먼트 업체기 때문에 자기들과 등록한 구직자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인터뷰였다. 그렇게 자기네들이 먼저 자체 인터뷰를 통해서 자기들이 보유한 구직자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고객사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파소나를 방문했고, 그런데 정작 꼭 만나고 싶었던 Hiroo는 그날따라 몸이 아파서 늦게나 출근할 예정이어서 일단 다른 컨설턴트들을 먼저 만나서 인터뷰를 가졌다. 여기서 잠깐, 나중에 관련 용어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컨설턴트(정확히는 리크루트먼트 컨설턴트)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헤드헌터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조금 다르긴 한데, 일반인들에게는 헤드헌터라는 용어가 더욱 익숙할 것이다.

파소나의 컨설턴트들이랑 인터뷰를 가지면서 이들이 한국기업, 한국인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서를 막 신설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리크루트먼트 비즈니스에 대해 잘 몰랐지만, 대략 감이 오는 게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그런데, 그 비즈니스를 개척하려면 그들은 반드시 한국인이 필요해 보였다. 당시 파소나는 일본인, 영국인, 뉴질랜드인 등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있었지만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고, 이들은 한국기업이나 한국인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그 얘기를 듣자마자 필자는 그 컨설턴트에게 대뜸 “당신들이 이 비즈니스를 하려면 한국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말해버렸다.

그 컨설턴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필자의 들이대기(?)에 살짝 당황한 듯 하더니, “그럼 너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냐?”면서 일단 참고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이 비즈니스를 야심차게 기획하면서도 정작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려던 계획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얘기를 듣고 보니 ‘이 비즈니스를 하려면 한국인 직원이 필요하다’는 필자의 의견이 맞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그렇게 여러 명의 컨설턴트들과 인터뷰를 마치고서 이제 그만 떠나려던 찰나, 몸이 아파서 늦게 출근한 Hiroo가 막 회사에 출근했으니, 만나보고 싶으면 만나고 가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큰 맘(?) 먹고 찾아왔는데, 당연히 만나고 가겠다고 했고, 그렇게 해서 드디어 직접 만난 Hiroo, 이제는 Hiroo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지금까지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는 그 분이 필자의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 필자의 취업에 일등공신이 되어주실 줄 그 때는 정말 몰랐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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