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런던의 한국인 헤드헌터 (4)

by 유로저널 posted Aug 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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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계약직 동안 Marketing & Communications Officer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우선 나는 우리 회사를, 그리고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국인들과 한국 기업들에 알리는 일을 했다. 그리고, 직업이 필요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우리 비즈니스의 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직자 후보들을 발굴해나갔고, 그러면서 후보들을 인터뷰하고 파악하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전초전일 뿐, 진짜 중요한 업무는 고객사를 발굴하고, 고객사에서 원하는 인력을 공급하여 그로 인한 성과, 더 정확히는 매출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잠시 리쿠르트먼트/헤드헌팅 업체 혹은 서치펌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우리 회사를 비롯 이러한 업체들은 모두 고객사, 즉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기업에게 인력을 소개시켜주고, 그에 대한 소개료를 부과하여 비즈니스를 운영한다. 후보(구직자)들에게는 어떤 비용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어떤 분들은 “기업이 직접 직원을 채용하고 말지 굳이 소개비를 지출하면서 헤드헌팅 업체를 이용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겠다. 특히, “직원 채용은 인사과에서 담당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을 다루고, 채용과 관련된 업무라는 점에서 헤드헌팅 비즈니스를 HR(Human Resource: 인사) 업무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필자 역시 그랬으니까. 또, 가끔 본인이 HR을 전공, 경험했기에, 혹은 HR에 관심이 많아서 헤드헌터가 되고 싶으시다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사실 두 영역은 별 상관이 없다는 게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물론, HR/인사과의 역할 중 하나가 직원 채용이기는 하다. HR/인사과 지식이나 경험이 일정 부분 헤드헌팅 업무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헤드헌팅과 HR/인사업무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헤드헌팅 업체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최적의 인재를 찾아내는 전문성, 그리고 그렇게 인재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절감시켜주는 편리성을 고객사에 제공한다. 쉽게 말해서 그러한 전문성과 편리성이라는 일종의 서비스를 고객사에 판매하는 셈이다.

알다시피 현 시대에서는 단순 노동직이 아닌 이상, 한 명의 직원이 비즈니스의 성과에 또 기업이라는 조직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사람 하나 때문에 비즈니스의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그런 만큼 어떤 비즈니스에서든 적임자를 채용하는 일은 이제 너무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런데, 어떤 기업이라도 본연의 업무가 있는 이상, 마냥 인력 채용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개중에는 대충(?) 뽑아도 되는, 조직 내에서 아니면 비즈니스에 끼치는 영향 면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자리도 있다. 그런 자리는 굳이 헤드헌팅을 이용하지 않고 역시 대충(?) 뽑아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제법 중요한 자리일 경우는 그렇게 대충 뽑아서도 안 되고, 대충 뽑을 수도 없다. 공식적으로 채용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수백, 수천 명에 달할 경우, 담당자는 그 이력서들을 검토하는데만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게 되어 오히려 자신의 진짜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물론, 무대뽀 정신으로 야근을 하고 밤을 세워서라도 직접 담당자가 채용 업무를 맡아서 완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차라리 비용을 조금 들여서라도 헤드헌팅을 이용해서 인력 채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고, 헤드헌터라는 전문가가 추천하는 최적의 인재를 쉽고 간편하게 채용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날로 증가했고, 그에 따라 헤드헌팅 업체들도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고객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무조건 헤드헌팅을, 더 정확히는 그 헤드헌터를 이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물론, 그 헤드헌터의 능력과 신뢰성이 어느 정도 검증되면, 그 때부터는 고객사가 먼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헤드헌터를 찾아온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 헤드헌터는 자신의 전문성과 편리성을 고객사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업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헤드헌팅은 영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로 볼 수도 있다. HR과 헤드헌팅이 전혀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헤드헌팅이 사람을 다루고, 직원의 채용을 다루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HR과 연관성을 갖지만, 그와 함께 헤드헌팅은 영업을 해야 하는, 즉 최종적으로는 매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헤드헌팅에서의 영업은 단순히 어떤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만큼, 일반적인 영업 보다는 B2B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그에 따른 영업 방식이나 매너도 달라야 한다.

다시 필자의 얘기로 돌아와서, 3개월 계약직 근무 종료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은 단 한 건이라도 한국 고객사에 채용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적어도 한 건 정도는 얼마든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부딪혀 보니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필자 역시 헤드헌팅이 영업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전혀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정말 어디를 봐도 나는 영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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