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곳이면 된다 (2)

by 유로저널 posted Jan 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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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 중 1순위로 주저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문화’를 꼽는다.

그 시선이란 다름 아닌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는 시선, 그리고 평균 이상에 속하지 않으면 낙오자, 혹은 패배자로 보는 시선들이다.

사람은 절대로 모두가 다 같을 수 없으며, 또 모두가 다 상위권이 될 수 없다. 조금 다른 사람들도, 또 중위권이나 하위권에 속한 사람들도 그 나름대로의 형편과 수준 속에서 소중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게 바람직한 사회다.

그런데, 속상하게도 한국 사회는 그렇지가 못하다. 매 순간을 남들과 비교 당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자신의 형편껏 소신있게 살기가 어렵다.

한국 사람들의 ‘집’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이것과 연결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누굴 만나면 그 사람이 얼마나 크고 좋은 집에 사는지, 그 집이 그 사람 집인지, 아니면 전세인지, 월세인지에 너무나 관심이 많다. 그리고, 심지어 그것으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

당연히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집은 집 본연의 가치를 넘어서 능력과 지위를 과시하는 상징, 불로소득을 올리는 투자 수단 등 온갖 사회적 의미로 범벅이 된 괴물(?) 같은 존재가 된다.

형편 상 절대로 모두가 다 집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인데, 사회 분위기가, 또 타인의 시선들이 무의식 중에 ‘그래도 너는 집을 사야 한다’라는 암시가 되어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그럼에도 끝까지 형편이 안 되면 집을 못 사는 게 정상인데, 여기서 더욱 무서운 한국 사회의 병폐가 마지막 꼬드김을 시도한다.

‘빚을 지면 되잖아’

휴가 차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놀라운 게 한국 사회는 빚을 지는 것을 점점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빚을 지는 게 마치 필수적인 생활 방식인 것처럼 아예 대놓고 빚을 권유하고 있다는 느낌 마저 든다.

케이블 TV에서 대출 광고가 쉴 새 없이 등장하고, 휴대폰, 이메일로 대출 관련 스팸이 쏟아지는 나라는 부끄럽게도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빚을 진다는 것에 대해 무감각하게 되고, 집을 사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막대한 빚을 져서라도 집을 사도록 최면을 건다.

그렇게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빚을 져서 집을 산 사람들이 비록 남들의 시선으로부터는 조금 편해졌을지 몰라도, 그 막대한 빚과 이자를 갚을 길이 까마득한데 정말 진정으로 그 집에 살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아마 그랬다면 ‘하우스 푸어(House Poor)’와 같은 슬픈(?) 신조어가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날 이렇게 막대한 빚을 져서라도 집을 사면 집값이 올라서 나중에 그것을 통해 차익을 남겨 재미(?)를 본 사람들이 제법 많았던 것 같다.

일단 집 한 채만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불로소득이 되어 돌아온다니, 어지간히 달콤하게 들렸을 법도 하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 역시 그렇게 집을 사서 돈을 벌었다는 사연들을 들을 때면 슬그머니 부럽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불로소득은 사회적으로 과열될 경우 더 이상 ‘투자’가 아닌 ‘투기’가 되고, 투기는 반드시 그로 인해 불행해지는 피해자들을 양산하며 사회 문제를 초래하기 마련, 결국 바람직한 게 아니다.

그렇게 집을 가지고 재미를 본 사람들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 그냥 거기까지다. 그렇게 집을 가지고 재미를 본 사람들이 마냥 부러워서 역시 투기 목적으로 형편에 맞지도 않게 집을 샀다가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이 미안하지만 나는 하나도 불쌍하지 않다.

투기는 곧 도박과도 같다. 만약 누군가가 도박판에서 큰 돈을 잃고 속상해한다면, 우리는 그를 동정하고 도와주기에 앞서 그가 도박을 한 것에 대해 먼저 꾸짖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집을 가지고 불로소득을 기대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나는 앞으로 우리 나라에서 더 이상 그렇게 집을 가지고 돈을 버는 일이 가능하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집을 둘러싼 그 모든 투기들이 다 실패로 돌아가서 더 이상 집이 투기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제 집은 그저 그렇게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기만 하면 되는 집 본연의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비록 그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 분들도 많이 나오겠지만, 더 나은 사회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과도기에는 어쩔 수 없이 희생이 따라야 하는 법이다.

지금과 같이 비정상적인 한국의 ‘집’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당장 나는 조금 손해를 볼 지언정, 바뀌어야 할 것은 바뀌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아닌 바로 내 자녀들과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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