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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06:31

화재 경보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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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다.

 

필자가 일하는 회사는 런던 시내 금융가에 위치한 42층 대형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근방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가끔 어떤 분들은 찾아오셔서 건물이 좋다고, 심지어 이런 건물에서 일한다고 필자가 부럽다고까지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런 고층 건물도, 또 이렇게 빌딩숲이 우거진(?) 초현대식 도시 자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아침 출근길에 우리 회사가 있는 건물을 바라보며 영화 ‘다이하드’ 1편에 등장하는 건물 같다는 상상을 하곤 한다. 영화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초고층 빌딩을 점령하는데, 우리 회사 건물이랑 정말 닮았다.

 

건물이 워낙 크고 고층인데다가, 또 영국은 아주 사소하더라도 조금이나마 의심 소지가 있으면 화재 경보를 울리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문화가 발달한 곳이어서, 가끔 화재 경보에 건물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다 대피하는 소동이 몇 번 있었다.

 

물론, 그 때마다 다행히도 진짜 화재는 한 번도 없었고, 건물 바깥에서 동료들과 잡담을 하며 서성이다가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곤 했다.

 

42층 건물이고, 또 화재 경보가 울리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탓에, 그나마 6층에 위치한 우리 회사는 괜찮지만, 30, 40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계단을 다 내려오려면 어지간히 힘도 들고 약도 오를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건물 관계자가 오더니 잠시 동안은 건물 자체에 아무도 출입을 못 한다고 전달했고, 이윽고 화재 경보가 울렸다.

 

보통 때 같으면 아래층부터 한 층씩 대피를 하는데, 이번에도 그런가 했더니 갑자기 지금 당장 모두가 건물에서 최대한 신속히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당장 대피하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경찰차들이 출동했고, 건물 주위 도로들을 봉쇄하고 있었다. 순간 전날 BBC가 런던에 폭탄 테러 첩보를 보도했던 게 떠올랐다.

 

순간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혹시 누가 이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을 수도 있겠다는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이미 여러 차례 테러를 경험한 런던이고, 또 요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영국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 등으로 얼마든지 폭탄 테러가 발생할 분위기(?)도 조성된 데다가, 예전 9.11때 미국 금융가의 상징적인 건물인 쌍둥이 빌딩을 표적으로 삼은 것처럼, 우리 회사가 있는 건물 역시 충분히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끔찍한 장면들이 생생하게 상상이 되는데, 만약 몇 초 뒤에 이 건물에서 폭탄이 터지고, 건물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니 정말 무서워졌다.

 

난 아직 죽을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다면 너무 억울해서 귀신이라도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 순간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잘못한 것들만 떠오르고, 좀 더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좀 더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파도와 같이 몰려왔다.

 

내가 일상 속에서 갖고 있던 고민, 스트레스들이 별 게 아니었는데, 괜히 그것들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버렸구나 하는 후회가 막심했다.

 

몇 초 내에 폭탄이 터져서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돈 몇 푼 더 벌기위해 부렸던 욕심도, 공연히 내세웠던 자존심도, 내가 가진 것들이 늘어감에서 오는 만족감도 결국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당장 죽는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고 후회스러울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상상과 상념들이 불과 몇 초 만에 정신없이 스쳐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새 수 많은 인파들과 함께 부지런히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확실히 이번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평소 화재 경보 대피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지, 여느 때보다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고들 있었다.

 

내 옆을 스쳐가는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일본인 동료 여직원은 내 표정이 너무 진지해 보였는지, Nobody is going to die!(아무도 안 죽어!)”라고 외치면서 지나간다. 아마도 그녀는 너무 젊어서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훨씬 윗층에서 아직 건물의 반도 내려오지 못했을 수 많은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나는 만약 폭탄이 터진다면 적어도 내가 건물을 빠져나간 다음에 터져달라고(?) 간절히 바랬다.

 

어느새 바깥 공기의 신선함과 눈부신 햇살, 드디어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살았다!

 

나중에 보니 경찰이 어떤 여행용 가방을 발견한 것 같았는데, 다행히 폭탄은 아니었고, 결국 이번에도 역시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 짧은 순간 동안 어떻게 보면 유치할 만큼 나는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셈이었지만,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던 화재 경보 소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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