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침체에 전세계 경제가 공포
미국은 세계 최고의 신용을 자랑하는 국가 중 하나다.
잘 발달된 내수시장, 전통적으로 강력한 제조업 생산력, 각종 서비스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최첨단 기법으로 무장한 금융업은 전 세계 어디도 쉽게 따라잡기 힘들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이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기축통화인 달러 발행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무한정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미국은 이러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지난 한 세기 최강국으로 군림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팍스아메리카나의 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연이은 정치적, 군사적 패배는 미국 재정 건전성을
순식간에 갉아먹었고, 때마침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의 복지 체계 개편은 이러한 재정 위기를 확대시켰다.
신용평가회사 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이러한 미국의 정책적 실패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다만 이 메시지는 단순히 경고에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문제다. 이미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충격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 동안 수차례 경고성 멘트들이 여러 신용평가사를 통해 언급된 적은 있지만, 다들 설마설마 하는 분위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현실로 닥치자 세계는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번 일은 한마디로 국제금융과 세계경제의 기준이 흔들리게 됐음을 의미한다.
무위험 안전자산으로 온갖 리스크 평가의 기준이던 미국 국채가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된 것이고, 경제 분야에서 리더 역할을 하던 미국의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기존부터 상존하고 있던 유럽발 재정위기와 일본의 재난에 의한 일시적 후퇴는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에 더블딥의 공포를 일깨우고 있다.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다.
그렇지 않아도 신흥국으로 분류되는데다, 신자유주의 추세에 맞춰 무방비상태로 열어 놓은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헤지펀드들의 좋은 먹이감이었다.
미국,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해외자본들의 회귀현상에 더불어 수출 중심의 높은 해외시장 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 경제구조는 구조적으로 해외발 경기침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때 우리나라 수출규모는 역사상 처음으로 가계의 민간소비를 넘어섰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과거의 경험을 반추해 볼 때 경사라 생각하기 쉽겠으나 당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비중 증가를 기형적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었다.
이는 사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국내 시장에 풀리는 것이 아니라 수출위주의 대기업 곳간에 다시 쌓여 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수는 늘지않고 수출만 늘어나는 불균형 성장을 한 것이다.
이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수출이 휘청거릴 수 있을 때 내수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완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증시 역시 외국인 비중이 30%로 아시아 최고 수준이어서 주가와 환율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외국인 놀이터'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한국증시 때문에 국내 경제가 실제보다 더 불안정해지는 게 문제이다.
게다가 한국의 대외부채 상환 능력이 아시아 8개국 중 가장 낮다는 외국금융기관의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 역시 악화일로다.
문제점이 파악되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우선 대기업들의 내수증진 기여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양극화, 취업난, 비정규직 양산, 출산율 저하 등 내수 기반을 위축시키는 사안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외환시장 안정성을 위해 금융거래세(토빈세)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이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미봉책이 아니라 경제 운용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사고의 대전환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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