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그늘 (3)

by eknews03 posted Sep 0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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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전 유럽에 확산되어 있는 청년실업 문제는 슬프게도 도무지 답이 안 보인다.’ 지난 회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이번 주 유로저널 영국판 1면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 현재 영국 내 388만 가구는 가족 구성원 중 아무도 근로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실업 가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2007년도에 영국 대학을 졸업한 이들 가운데 27.7%는 졸업 후 3년 반이나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영국뿐만이 아니다. EU 공식 통계청 Eurostat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간 27 EU 회원국들의 15~24세 청년실업률이 평균 20.5%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학생 시절,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던 스웨덴 친구가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나는 뭣도 모르고 스웨덴은 너무 좋은 나라고, 그래서 니가 정말 부럽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 친구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스웨덴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등의 서비스 업계에서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간혹 한국 대기업 고객사에서 외국인 직원을 구해달라고 해서 영국에서 구직 중인 영국인 인력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다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국의 명문대학을 나왔는데도, 역시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구해서 단순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에서 종사하면서 치열한 구직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런던은 서비스직 일자리라도 많아서 다행이다. 영국의 지방 도시들, 시골 지역들은 서비스직 일자리도 부족해서 놀고 있는 젊은이들이 태반이다.

 

예전에 서른 즈음에에 웨일즈 이야기를 썼던 것처럼, 웨일즈에 잘 아는 영국인 가정들이 몇 있다. 헤드헌터가 되어 직장생활을 하는 중 웨일즈를 놀러가서 그들과 식사를 했는데, 그 집의 큰 아들이 대학을 나왔는데도 일자리가 없어서 콜센터에서 근무 중인데, 그 일이 너무 싫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너는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영국인들보다 일자리를 찾기가 유리하지 않냐는 얘기를 했다.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으로서, 영국에서 일하고 살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취업비자도 받아야 하고, 정말 그 누구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영국에서 취업한 나로서는 조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발상이었다.

 

영국인인데다가 영어가 모국어인 그들보다 오히려 내가 영국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더 유리하다니, 어떻게 보면 본토 영국인들은 실업자가 속출하는데 이민자들이 번듯한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게 마냥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 영국인들의 불편한 심기가 엿보였다.

 

한 편으로는 사실일 수도 있겠다. 이민 근로자들은 본국을 떠나 왔기에 기본적으로 더 악착같고 성실하다. 게다가 동양인들은 그 특유의 근성이 있고 야무지다. 일단 이민 근로자가 체류(비자)가 해결되고, 언어(영어)가 어느 정도 극복되고 나면, 오히려 평균치 영국 토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영국은 전 유럽에서도 이민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특히, 지난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의 영국은 이민자를 적극 환영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노동당 집권 10년 동안 이민자의 규모가 폭증했다.

 

토니 블레어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된 고든 브라운 전총리는 참 운이 없는 사람이다. 노동당 정권의 막바지에 총리가 되어, 어떻게 보면 블레어 총리가 어질러 놓은 것들의 뒷마무리를 하느라 죽도록 고생하고 욕만 엄청 먹다가 초라하게 퇴진했으니 말이다.

 

브라운 총리가 집권한 시기는 이미 노동당 정부의 이민정책의 실패에 따른 결과들이 심각하게 드러난 상황이었다. 거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불경기가 터진 것은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영국인들의 실업률이 급상승하고, 반면 이민자들이 급증하고, 또 그런 이민자들이 영국에서 생성되는 일자리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토종 영국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고, 급기야 브라운 총리는 'British jobs for British workers(영국 내 일자리는 토종 영국인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기에 이르렀지만, 때는 이미 한참 늦은 상황이었다.

 

이에 반해 노동당에 10년 이상 정권을 빼앗겼던 보수당은 보수당의 전통적 가치인 이민자 반대 내지는 제한정책을 꾸준히 고수했고, 결국 데이빗 카메론 보수당수가 총리로 당선되면서 정권 교체를 이루었으며, 이들은 정권을 잡자마자 실제로 취업비자 및 학생비자 규정을 엄청 까다롭게 재편하여 실제로 이민자 제한정책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영국의 이 같은 이민자 제한책은 결국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민자 제한책은 결국 필자와 같은 비 EU 출신 이민자들만을 타깃으로 할 뿐, 정작 영국 이민자 급증의 가장 큰 요소인 EU 출신 이민자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 EU 이민자를 제한한들, EU 출신 이민자들이 아무 제약 없이 영국으로 이민을 올 수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애꿎은 비 EU 이민자들만 억울한 희생양이 될 뿐, 영국을 찾는 이민자의 규모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영국은 이로 인한 사회 기반시설과 복지제도의 포화 위기에 대비해야 할 운명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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