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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나무에 우정 걸렸네

by eknews posted Sep 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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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나무에 우정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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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마냥 높게 보인다. 질펀한 푸른 초원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끝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시원하다.

화창한 주말 날씨 때문인지 골퍼들이 삼삼 오오 떼를 지어 찾는다. 간편한 캐주얼 차림의 남녀 노소가 한결같이 날씬하니 몸매가 좋다. 

필자처럼 비대한 사람이 없다. 모두 날염한 근육질에 활기 차게 푸른 초원을 향해 공을 친다. 상쾌한 소리와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창공을 나르는 하얀 공은 푸른 초원에 가볍게 착지 힘차게 굴러 간다. 주차장에 빼곡하게 주차한

각종 차들의 번호판이 알파벳 영문자가 아니면 한국 어느 경치 좋은 골프장으로 착각하리만큼 한국인이 북적거리고

숯 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허기를 재촉한다. 간혹 눈에 띠는 몇몇 현지인을 빼고 모든 것이 한국적이다.
골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가 있는 잔디 밭 곳곳에 탐스러운 한국 배들이 주렁주렁 했다.

가을 햇빛을 받아 달콤하게 뜸이 들어 가는 향기가 콧속을 간지럽게 하는가 하며. 메추리 알만큼 큼직한 한국의

거봉 포도 알이 푸른 색에서 자주 빛으로 탈바꿈하는 완숙의 과정이 대단하다. 알알이 익어 가는 포도 송이에

이 때를 놓칠 새라 꿀벌들의 날개 짓이 요란 했다. 그리고 가지가 휘어지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 대추 알이 풍요로운

고향 마을, 마음 넉넉한 가을의 향수를 가슴 가득 뭉클하게 불러 왔다. 9월 10일 주말 일찌감치 서울 농장을 찾아 든

호남 남부지역 향우들은 형님 아우 손을 잡고 서로 얼싸 앉은 채 인사가 한창이다.

엊그제 만난 향우도 있고 몇 년 만에 얼굴을 맞댄 향우도 있었다.
“ 성님! 신수가 훤한 것 보닝께 어찌 세월이 뒤로 돌아 빠꾸 하는 것 같구만이라우.”
“어허! 정말 그런가? 오늘 향우회에 간다고 아침 일찍 얼굴에 칼질도 하고 마누라가 아끼는 구리무를 쪼께 슬쩍해서

   얼굴에 찍어 발랐더니 그런가 보네, 그런다고 나무 양판이 쇠 양판이 된다던가…"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떨며 천규형님이 말을 했다.
<구리므> 잊혀진 낱말이다. 동네 좁은 골목 길을 동동 구리므 장사꾼이 북을 두우둥 두우둥 치고 돌면 동네 아낙네들은

좀 들이 쌀 독에서 쌀을 퍼 담아 들고 우르르 몰려 오던 그 시절 그 때의 광경이 떠 올라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
“ 아니 이 사람 누구여? 케닉스타인에서 식당 하던 전사장 아닌가? 식당 문을 닫았다고 해서 나는 한국에 귀국 한 줄 알았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반갑네…” 하얗게 서리 내린 머리를 도리우찌로 살짝 감춘 순성형님이 필자를 향해 하는 말이었다.
오랫 동안 상봉치 못한 고향 선후배, 언니 동생을 만나 정담을 나누는 흐뭇한 만남의 자리가 걸 차게 자리를 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일가 친척보다 가깝게 사는 이웃이 사촌이라는 우리 나라 속담이 있다.
생면부지 남남이라 해도 밤낮으로 자주 만나다 보면 서로 낯이 익고 대화가 통하고 정이 들고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다..

특히나 외국 땅에 살면서 누구나 절실히 통감하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다. 하물며 같은 지역 출신에

같은 향토 사투리를 쓰는 향우회 모임에서는 더욱 각별한 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꼬리를 감춘 고향 사투리를 마음껏 구사 해도 누가 흉 볼 사람 없고 기 죽을 이유가 없었다.

지난 날 차곡 차곡 가슴 속에 담아 놓은 케케 묵은 얘기를 꺼내 추억을 되 새기고 화제를 삼는 것도 향우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허용이 되었다. 남을 비방하고 헐뜯는 욕이라 해도 향우회 모임에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보내는

칼로 물을 베는 자리다. 상대방 얘기를 재미 있게 들어 주고 맞장구를 치며 외국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는 자리이다.

나이가 많으면 형님이고 언니다. 어려운 일, 괴로운 일, 고통스러운 일, 아들 딸 자식들의 말 못 할 사연을 하소연하고

남편의 흉을 보고 쌓인 설움과 울분을 털어 놓고 공감하며 위로하고 다독거려 주는 더불어 사는 향우들의 모임은 멀리 사는

일가 친척 보다 가까운 고향 향우가 듬직하고 믿음이 간다. 자주 만나 소통을 하다 보면 정이 들어 형제애를 느낄 수 있다.
오늘 한가위 모임에 참석한 향우 가정은 누구나 한가지 음식을 지참하자고 지난번 임원회의에서 결의를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준비한 음식이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푸짐했다. 뜬금 없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는 전 회장 경석씨가

향우들이 가지고 온 음식에 출신 지역 이름을 명명하자는 기발한 제안을 했다. 그의 제안에 따라 명명한 보성 수박은

인기 짱 이었다. 입안에 설설 녹는 과육의 단 맛은 단연 최고라 하니 경석씨 어깨에 금새 힘이 실린다. 신 바람이 나서

다시 소개하는 Made in 보성이라는 무 생채는 별로 였다. 순창 산 찹쌀 도나스는 눈 깜작 할 사이에 동이 났다.

김치도 마찬가지 였다. 노릇 노릇 잘 구워진 곡성 삼겹 살과 나주 삼겹살은 깻 잎에 싸 먹는 쌈 보다 술 안주로 바닥이 났다.

뙤약 볕 아래 봉사하는 석순씨, 용길씨, 김 원장 세 사람이 쉴 새 없이 삼겹살을 구워내도 수요에 공급이 따르지 못 했다.

준비한 연호(독일 판 김우중)영숙 부부와 선유 휘래 부부에 모두 감사 드린다. 안 안팎 박사 집 Dr 채 Dr 유, 두 박사 집안에서

손수 양념한 잡채는 일미 중에 일미였다. 한 삼태기 가득 지게에 지고 온 당나귀 회장 병인,영희 부부의

푸짐한 과일은 먹고 남아 다들 귀가 할 때 한 봉지 싸 가지고 가도 남아 났다.고실 고실하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아끼바리 장성 쌀 밥은 황회장 애래 부부의 밥 짓는 숨은 비법이라 하니 일류 식당 전문 요리사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법 했다.
명수 경자 부부가 준비한 퓨전 반찬 연근 조림과 와사비 무우 저림은 느끼한 위장을 개운하게 만들었다.

모두 한몫을 차지한 연실씨의 포도 한 상자 하며 소희씨 파인애플 한 상자, 영희씨의 송편 한 상자, 영훈 수정씨의 김치,

서울 농장에서 즉석 현지 조달한 싱싱한 깻 잎과 각종 쌈 종류 김원장 주원부부의 오이 무침 무 절임, 협찬한 에쉬보른에

김식당 오징어 무침과 홍어 무침 등등 너무 푸짐하고 입 맛 당기는 반찬 솜씨에 어느 향우는 365일 내내 오늘 같은 날만 같아라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고 일갈 했다. 사랑과 우정이 익어 가고 봉사하는 많은 향우들 손길마다 행복이 넘쳐 나길 빈다.
대추 나무에 대추가 주렁주렁 열리듯 대추 나무에 우정이 걸렸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한가위 추석을 맞이하여 Karben 서울 농장에서 열린 호남 남부지역 향우회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줄도 모르고

정다운 정담은 끝이 없었다. 이날 참가한 모든 분 현숙,종호,춘토,무진,순옥.길상,은별,건양,태근,완 회장, 그리고

미자,윤해씨한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다음 모임에도 오늘처럼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얼굴 다시 만나 살아가는 얘기,

살아 온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우리 향우 손 도장을 찍자.
팔월 한가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라는 말과 같이 오늘 모인 호남 향우, 그 마음 그 기분 오늘처럼 영원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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