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혜의 세계 여행기

손선혜의 사하라 사막 기행 (2)

by eknews posted Oct 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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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hara 825.jpg 


베르베르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텐트는 털로 짠 담요를 여러겹으로 만든 것이다. 그 천의 무늬가 독특하고 텐트를 고정시키기 위해

땅에 박아 놓은 나무 기둥들도 섬세하게 조각한것으로 예술 작품같다.
벨기에에서 온 34세의 아가씨는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이 지내는 호스피스에서 일하는 약사다. 어느 오아시스에 있는 허술한

베르베르 유목민들의 텐트에서 자던 날, 쏟아지는 소낙비에 잠 못이루는 내게 조용히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들을 해 주었다.

그들이 마지막 단계의 인생을 어떻게 살며 마지막 순간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대한 얘기들은 나를 말할 수 없는 감동 속에

날을 지새게 했다. 무엇인가를 성취해 놓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조금은 덜 어렵게 죽음에 당면하더라는 얘기도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나는 그날 밤, 사막 한 가운데서 엔진 고장으로 불시착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생각했다. 해 질 녘이면 ‘나는 외롭다’고

칭얼대는 어린왕자의 쓸쓸한 목소리가 들리고 ‘마음으로 보는 법’,’길 들이는 법’을 깨우치려 어린왕자와 친구하자고 하늘의

별을 헤며 생각했다.‘아주 간단하거야,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그런데 어린왕자야, 내겐 그게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어느 석양이 고운 날 내게 살짝 내려 왔다가 해 뜨기 전에 돌아갈 수는 없겠는지?
사막에서 잠간 쉬는 동안 몸을 숨길 만한 나무를 찾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뜨거운 태양아래 죽은 동물의 뼈만이 남아 있는 곳을

보게 되다. 하긴 사하라사막이 세계에서 수분 증발율이 제일 높은 곳이니 인간의 몸에서 습기가 증발하여 죽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사하라사막에서 자동차가 고장나면 첫째로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 된다고 한다. 길을 잃으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하루고 이틀이고

그 자리에 가만이 앉아 있으라고 한다. 당황해서 이리저리 돌아 다니면 방향감각을 잃어 결국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락락이라는 사람은 어느 날 길을 잃고 며칠을 헤메다 트럭의 기름도 떨어지고, 갖고 있던 물도 다 떨어져 하는 수 없이 트럭 밑 그늘에

구덩이를 파고 알라의 뜻만 기다리며 죽음과 내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식량이 조금 남아 있기는 했지만 갈증이 더 심해질까봐 먹는

양을 줄이고 있었다. 사막에서는 기아가 사람을 죽이기보다는 탈수가 사람을 죽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은 다름아닌 갈증이

다. 갈증이 극에 달하면 아무거나 다 마시게 되는데, 우선 자신의 소변을 마시고 다음에 피를 마신다. 이 단계를 지난 락락은 자동차에

있던 라지에타의 물을 마시며 트럭 밑에서 몇주를 지냈다. 그에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 올라 엔진에서 기름을 빼내어 디젤탱크에 넣고

시동을 걸었더니 파란 연기를 내며 차가 몇 마일의 거리를 갔다. 어디에서 차가 멈추었는지 몰랐던 그는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발견하고는

그 길을 따라 가다 다른 차에 구조되었다고 한다. 길을 잃은 곳은 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이었다. 그는 알라 신이 그를 구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사막에서 죽는 사람들은 대개 죽기 전 까지의 기록을 남기고 죽는다고한다. 생각할 시간이 많고 쓴다는 자체가 외로이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덜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하라사막을 횡단하던 벨기에의 한 가족이 길을 잃은 후, 소변을 마시고, 피를 마시고, 리지에타 물도 마시고 나중에는 기름까지 마시며

연명하다 끝내는 자동차를 태워 연기를 피워 보았지만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 부인은 가족이 심한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다 못해 아들과

남편을 죽이고 자살을 했다. 남긴 유서에는 그래도 사하라는 아름답고 사하라에 오기를 잘했으며 ‘람보 3’에 나오는 실베스터 스텔론을

못 본것이 유감이라고 썼다. 이것이 부인이 남긴 유서의 마지막 줄이었다.
이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거대한 아프리카대륙은 국가간의 분쟁도 많고 자연환경도 혼자 여행하기에는 위험하다. 모로코에서도 어디를

가나 초소가 많고 일일이 검문을 받아야 했다. 국가간의 분쟁을 핑계삼아 사람들이 험악한 일들을 많이 저지른다고 한다.
모래사장의 연속이 사막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던 것은 큰 잘못이었다. 영화에서 보듯 공 모양의 가시덩굴이 바람에 날리고 갖가지 크고

작은 돌들로 덮힌곳, 식물이 자라지 않는 광대하고 혹독하기조차 한 벌판일 뿐이다. 그래서 트럭은 늘 덜컹덜컹 흔들린다. 돌들 때문이다.
땅바닥에 얼굴을 대고 사막을 보면 그 벌판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다 저편 하늘에 닿아 지평선이 되어버린것 같다. 옛날 사람들이 이래서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다. 시야에는 달리 보이는 게 없다. 트럭은 이런 데를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야자수들이 한 군데로 모여 서있는 곳이 나타난다. 이것이 오아시스! 그 곁으로 몇 채의 진흙으로 지은 집이

보인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살까 궁금해진다. 그 넓은 사막에도 희미하나마 차가 다니는 길이 보이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도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무슨 일로 그 먼 길을 걸어서 왔다 갔다하는지도 궁금하다.
얼마를 달렸을까? 주위가 온통 붉은 진흙 빛의 절벽 아래에 몇채의 진흙집들이 마치 주위 환경에 따라 몸의 빛갈을 바꾸는 카멜레온의

보호색처럼 숨어 있는 듯 모여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우리 일행의 가이드 집이다. 음식재료를 사가지고 가서 그의 어머니에게 그들의

음식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멀리서 보기에 절벽에 매달려 있는 집 처럼 보였으나 집안은 겉에서 보기와는 달리 넓으나 유리창들은 아주 조그맣다. 밖의 뜨거운 볕의

열기가 들어 오지 않게 하기 위한것 같다. 실내는 깨끗하고 놀랍게도 매우 시원하다. 그의 어머니는 일일이 악수를 하며 우리를 반가이

맞아 주었는데, 눈만 내놓은 옷을 입은 여인이 외간 남자들과 악수를 하는것이 의외이고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다.
응접실은 넓고 매트리스, 쿳숀, 화려한 색의 카페트가 깔려 있는 전형적인 사하라 스타일의 방이다. 구석에는 기타가 놓여있고 벽에는

봅 말리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허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계나 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일행이 없는 이 집을 상상해 보면 소음이라고

는 없는 적막 그 자체일것 같다. 가이드의 말대로 더위가 살인적인 여름에는 머리 속의 정신도 문을 닫아서 음악이고 책이고 다 싫어지고

무료한 생활을 하며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게 된다고 한다.
이윽고 어머니의 음식이 상에 올랐다. 먹는 도구는 손 이외에는 전혀 없다. 큰 쟁반에 수북히 놓인 쿠스쿠스를 오른 손으로 먹을 만큼

집어서 동그랗게 빚어 입에 넣는것이 식사방식이다. 먹는 기술이 부족한 우리들의 먹는 모습이 산뜻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어디를 가나 화장실에는 귀한 물이 한동이 놓여있다. 수동식 수세식 변소다. 물은 천연수로 땅속에서 나오는 물을 저수지에 보관했다가

가느다란 파이프로 여러 집에 공급된다. 식구 수에 따른 배급제인데 그 양은 조상때부터 변함이 없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이웃끼리 물

배급문제로 다투는 일은 없다고 한다.
식사후 뜨거운 해를 견딜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밖으로 산보를 나가다. 대기는 먼지가 가득한 우유빛이고 그늘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거리에 인적은 없고 강렬한 태양은 눈과 가슴을 압박해 오는 듯 강하고 살갗은 곧 타버릴것 같다. 수분이 굉장한

속도로 증발하는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삭막하고도 거친 자연환경에서도 땅에서는 조그만 식물들이 솟아나 있는 걸 보면 자연은 참으로 강인하고 생명력은 정말 경이롭다.

새소리, 바람소리, 사람소리 모두 전혀 들리지 않는 이 적막한 곳에 잠시 서 있으려니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유인이 되어 삶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것 같다. 진정 시간과 공간, 사회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응접실에서 화려한 색의 카페트위에 어우러진 쿠숀에 기대 앉아 뜨겁고 달콤한 차를 마시는 의식을 배우며 조심스레 한모금 한모금

음미하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티지니트라는 마을에서 장을 보고 3시간 반 동안 첩첩산중으로 급경사를 오르니 정상에 케르더스란 마을이 나온다. 주위는 나무 한그루 없이 바위산들로 첩첩이 싸여 있고 정상에는 짙은 핑크빛의 호텔이 하나 서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호텔의 핑크빛은 점점 더 진해지는 것 같다. 나는 트럭의 그림자 안으로 피신하여 내 키 만한 트럭의 바퀴 옆에 앉아 태고가 이곳에 와 정지해 있는 듯한 느낌에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다시 3시간 반을 산을 돌고 돌아 내려가다. 타프라오트에 도착, 7시간의 주행 후여서인가 여행의 리더겸 운전사는 트럭을 또 점검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머지 이 직업을 갖기 위해 트럭의 엔진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아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다. 엔진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기회가 있을때 마다 점검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필요할 만한 부속품을 모두 트럭 밑에 싣고 다닌다고한다. 사막에서 차가 고장나면 구조대를 부를 수가 없지 않은가. 언제 어디서나 차를 고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하니 비행기 엔진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어린왕자를 만나는 따위의 행운은 내게 없을 모양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재영 한인동포 자유기고가 손선혜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ommasdre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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