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 남은 산악인 박영석

by eknews posted Nov 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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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남은 산악인 박영석
"어린 시절 나는 담벼락이든 지붕이건 가리지 않고 높은 곳이면 어디든 오르곤 했다.

특히 내가 좋아한 나무는 노량진 이모댁 근처에 있던 커다란 나무였다. 그 나무는

높고 오르기 힘들었다. 수도 없이 오르다 떨어지면서도 나는 오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나무 위에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얼기설기 엮어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거기서 놀고 잠도 잤다."(박영석 저 '산악인 박영석의 끝없는 도전' 중에서) 한국의

산악인들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를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끈 이들이 있었다. 엄홍길,

박영석 이 두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철(鐵)의 산악인 박영석은 유달리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그는 1993년 아시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올라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97년에는 단 6개월 만에 8,000m급 5개를 등정해 일약 세계 산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2005년 마침내 북극점에 도달하면서 8,000m급 14좌 등정, 7대륙 최고봉 등정,

세계 3극점 도달이라는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인류 최초였다.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엄홍길 대장에 비해 박영석 대장은 경쟁심과 과감성이 두드러졌다. 기존 탐험대들의

등반루트가 아니 더 험난한 일명 ‘코리안 루트’를 찾아 다니곤 했다. 지난 2007년

박영석 원정대는 에베레스트를 오르며 남석쪽 수직 절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다 갑작스런

산사태로 오희준, 이현조 두 대원을 잃고 만다. 그 뒤 두 차례 시도를 더 한 끝에 그는

에베레스트 코리안 신루트를 개척하고 만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코리안 신루트 개척의

대상이 된 산이 바로 그 악명높은 안나푸르나였다. 그가 안나푸르나를 처음 등정한 것은

96년이었다. 해발 8,091m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는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산이다.

특히 이 산은 한국 원정대와 악연이 깊다. 엄홍길은 98년 4번째 도전에서 발목이 180도

돌아가는 치명적 부상을 당하고 겨우 살았다. 이듬해 엄홍길은 결국 안나푸르나를 올랐다.

그는 내려오던 중 후배 지현옥을 만났다. 93년 에베레스트에 오른 한국 최초의 여성

산악인이다. 바로 정상까지 10분 거리 고개 하나를 앞두고 마주친 것이다. 그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지현옥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박영석은 두 번째인 안나푸르나 남벽에 다시

도전했다가 "상황이 어렵다"는 교신을 남기고 이번에는 아끼는 후배 2명과 함께 실종됐다.

대한산악연맹측은 지난 18일 마지막 교신이후 연락이 끊긴 박영석 원정대를 찾기 위해

사고대책반을 꾸려 수색작업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의 수색시도도

지난 30일 중단되고 위령제를 올렸다. 그는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다"고 했다. 그동안 죽을 고비를 수차례나 넘기고 동료 대원들이 사고를 당해 만류했지만 그는

"산악인은 산에 못 가면 사는 맛이 없다"며 끝까지 고집했다. 산악인으로 이룰 수 있는 모든

명예를 가졌으면서도 그는 스스로를 계속 한계로 몰아 넣었다. 어쩌면 그것이 그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온갖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는 인내와

도전, 박영석은 마지막 드라마를 보여주고 삶의 대부분을 보낸 산에서 전설로 스러져갔던 것이다.

그는 정상에 오르면 아들 이름을 불렀다 한다. 그 아들(21)이 안나푸르나에서 열린 위령제에서

아버지에게 술과 절을 올렸다. 박영석이 가려 했던 '길 없는 길'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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