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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만든 세상을 엿보다 – 유리공예가 박선주 님과 함께

by 유로저널 posted Mar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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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학사, 한국화 전공
- Visva-Bharati National University, India 석사, 벽화 전공
- 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 Design, London 석사, 유리와 그림 & 유리와 건축 전공
- 전시: Three Korean Artists, Cochrane Gallery, London 외 다수
- 작품: Glass Installation for Ince and Co at International House, Tower Bridge, London 외 다수
- 수상: Stevens Competition - International Glass Award 1st Prize 외 다수
- 현재 런던에서 프리랜서 유리공예가(Glass Artist)로 활동 중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그 동안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 왔지만, 유리공예(Glass Art)는 저에게도 너무나 생소한 분야입니다. 오늘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 부탁드리면서, 먼저 언제, 어떤 계기로 현재 하고 계시는 유리공예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박선주: 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8살 때부터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어머니 덕택에 서예, 사군자, 동양화를 시작했고 예술고를 졸업한 뒤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습니다. ‘고구려 벽화’를 계기로 벽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벽화를 공부하게 되었고, 인도로 유학을 가서 전통벽화를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벽화와 접목된 유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테인글라스를 공부하면서 공간에 만들어지는 색, 그리고 특히 빛과 시간 공간에 따라서 달라지는 변화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유로저널: 유리공예가(Glass Artist)가 되고자 결심하고서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요?

박선주: 유리공예를 본격적으로 배워보겠다고 결심하고서 런던의 세인트 마틴 대학(St. Martin College)에 입학하여 스테인글라스를 기본으로 현대건축에 사용되는 유리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다양한 기법들을 바탕으로 온도, 시간, 재료에 따라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유리와 간축’을 공부하면서 현대건축과 접목되는 작업들을 경험했고, 특히 런던에서 실제로 지어지던 건축물을 예로 들어가며 공부한 것이 지금 제 작업의 초석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유럽 각지의 ‘Glass studio’들을 대상으로 유리견학을 다니면서 각각의 특성들을 발견했습니다. 학교 졸업 후에는 G&G Glass Studio에서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업용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업용(Commercial)이란 순수 학문 예술을 위한 작품이 아닌, ‘일상 속에서 대중들이 접할 수 있는’의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가령, 어떤 커다란 회사 사옥의 리셉션 공간에 영구 설치될 작품을 작업한다면 이는 상업용(Commercial)이 되는 것이지요. 특히, 저는 상대적으로 순수 학문 예술 영역에서 오래 머무른 탓에 상업적인 소양이 부족했었는데, 유럽에서 해당 분야에서는 두 번째로 큰 G&G에서 근무하면서 세계 각국에 유리작품을 납품하는 경로를 배웠고, 상업용 작업이 무엇인지, 작가로서 ‘나의 작업’과 ‘타인을 위한 작업’을 어떻게 차별화해야 하는지 등 스스로 질문과 답을 찾아서 배우고 경험하는 유익한 기회였습니다.

유로저널: 유리라는 재료의 매력이 있다면?

박선주: 한 마디로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마에 구워지는 과정을 통해 매번 예상과는 다른 새로운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온도와 시간, 재료의 접목에 따라 변화의 폭이 큰 만큼 정확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점도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리의 투명성을 이용하여 3D와 같은 다양한 조각 작업을 할 수 있고, 스케일 또한 작가의 의도대로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기도한 만큼 종이, 벽, 유리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작품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유로저널: 반면에 유리공예가 갖는 단점, 혹은 유리공예가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박선주: 아무래도 유리라는 특별한 재료를 사용해야 하다보니 이를 다루는 특수한 기계를 사용해야 하고, 또 그 기계들을 갖출 수 있는 작업공간이 필요합니다. 결국, 작업 그 자체만을 위해서도 경제적으로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웃음) 또 다른 점은 작업시간입니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실수를 거듭하게 되고, 샘플작품을 만들어도 가마에 따라서 매번 작업의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소중한 경험이 되는 만큼 이를 무조건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어쨌든, 일반적인 그림 그리기와는 상당히 다른 점입니다.

유로저널: 본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그 이유는?

박선주: 두 작품이 있는데요, 일단 ‘극락왕생 하소서’(한국화, 1993년, 160X130)라는 작품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몇 날 밤을 새면서 고치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해서 완성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제 어머니를 위해 만든 작품으로, 어머니께서는 어려서부터 한복의 아름다움과 우리나라 고유의 ‘선의 미’를 일깨워주셨습니다. 평생 그분의 철학과 사상을 따르던 저였기에 엄청난 상실을 겪은 후 작업한 작품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런던 타워브릿지의 어느 법률사무소에 설치된 ‘The Elementals’라는 작품입니다. ‘바람’, ‘불’, ‘공간’, ‘지구’, ‘물’ 이렇게 다섯 가지 요소를 상징하는 다섯 개의 유리큐빅 작품으로, 무엇보다 조화(harmony)에 중점을 두고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직접 고객의 요청을 얻어내고 작업하여 설치한 작품이라 많은 애착이 남습니다.

유로저널: 영국에는 언제, 어떤 계기로 오게 되셨는지요?

박선주: 영국에는 지난 2000년도에 벽화공부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인도에서 전통벽화를 공부하고 현대의 새로운 벽화를 공부하기 위해서 뉴욕과 런던을 놓고 고심하다가 런던을 선택했습니다. 런던의 현대건축과 살아 숨쉬는 현대벽화의 미를 공부할 수 있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런던을 찾은 것이지요. (웃음) 그렇게 런던에서 지내던 중 유리공예의 분야로 본격적으로 입문한 셈이고요.

유로저널: 현재 영국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요?

박선주: 지금은 고객들의 다양한 요청과 필요에 의한 작품을 제작하고 설치해주기도 하는 상업용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전시 및 자유로운 저만의 작업 역시 병행하고 있고요. 가장 최근 의뢰가 들어온 프로젝트는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Queen Anne’s Chambers 호텔입니다. 오는 2012년 완공을 앞두고 건물의 현관과 벽에 총 60여 점의 제 유리작품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제 스타일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도심에 자리한 ‘물속의 환상’이라는 컨셉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본인의 작품을 접한 관객들, 특히 현지 외국인 관객들의 반응은?

박선주: 전체적으로 제 작품을 접한 관객들의 반응은 ‘새롭다’입니다. 특히, 상업용 작업을 위한 고객들과의 회의에서 고객들이 보이는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유리에 대해서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 제 샘플작품을 접하시고 상상이 되는 느낌들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거든요.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작품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제 전시회에 오신 분들은 제 작품을 이해하시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요, 이해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다행힙니다. (웃음)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다면?

박선주: 일단 지금 구상 중인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야 하고요. (웃음) 향후 몇 년간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또 새로운 곳에 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계획입니다. 그리고, 멀리 본다면 그저 좀 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환경예술의 차원에서 유리와 다른 것을 접목시켜서 작업해보고 싶고, 좀 더 넓고 크게 작업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세월이 흐른 뒤에는 후배들에게 저의 경험과 기법들을 전수해주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지금은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지만, 더 나이가 들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어떤 곳이 아닌 바로 한국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날까지 열심히 뛰어야겠죠. (웃음) 저에게 이런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저희 유로저널 독자분들을 위해 작품을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앞으로 박선주 님의 멋진 작품들을 런던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선주 웹사이트: www.sunjupark.co.uk
작품 의뢰 및 문의: sunju.park@ntlworld.com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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