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와 ‘부바’ 전투중

by eknews16 posted Mar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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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와 ‘부바’ 전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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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초저금리 자금 제공에 ‘부바’우려

지난해 11월 1일 취임한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 총재가 취임한지 4개 월 만에 독일 연방은행(분데스방크, 이하 부바 Bundesbank)와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17개 회원국이 유로존이다. 독일은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약 28%의 경제력 규모다. 유로존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독일과 독일의 중앙은행, 그리고 ECB가 갈등을 빚는다면 이는 유로존 위기 극복에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왜 이런 전투가 발생했는지 한 번 알아보자.


문제는 ‘엘트로’(LTRO)야!

드라기 총재는 취임한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1월 중순 ECB 본부에서 유로존 대형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작년 7월부터 유로존에 투자했던 미국계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유로존 은행들은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렸다. 드라기 총재는 은행장들과 대화에서 ECB가 이러한 돈 가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주술사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 모임이후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나온 것이 바로 엘트로(Longer-term refinancing operations: LTRO, 장기대출 프로그램)다. 금융기관들은 보통 기관투자가들로 유로존 회원국이 발행한 국채를 많이 매입했다. 경제위기 때라 아니라면 국채는 가장 안정적인 투자수단이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국채시장이 얼어 붙어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채를 만기 이전에 매각하고 싶어도 구매자가 없거나 가격도 평상시와 비교해 매우 낮다. 엘트로는 바로 금융기관이 국채를 ECB와 유로존에 가입한 중앙은행에 담보로 맡기로 중앙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장기라는 말이 앞에 붙게 된 것은 이전의 이런 자금 대출이 보통 1년 만기였는데 이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났고 금리도 1%로 아주 낮게 되었기 때문이다. 돈 가뭄에 시달리던 유로존 금융기관들은 중앙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제출하고 3년 간 초 저금리의 돈을 빌리게 되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ECB가 시행한 1차 엘트로에 523개 은행이 4890억 유로(우리 돈으로 약 684억 원 정도)를 대출받았다. 그만큼 은행들이 엘트로를 적극 활용해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월 28일 2차 엘트로에는 더 많은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렸다. 800개 은행들이 5295억 유로(741억 원 정도)를 대출해갔다.


이런 엘트로의 효과는 컸다.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는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마지노선이라는 7%에 근접했다. 투자자들이 한 나라의 경제가 좋지 않다고 여기면 더 높은 국채금리를 요구한다. 그러던 것이 엘트로 시행이후 양국의 국채금리는 5%대로 낮아졌다. 은행들이 엘트로를 활용해 자금을 확보했고 이런 자금을 바탕으로 유로존 회원국들의 국채를 매입했기에 금리가 인하되었다. 올해들어 유로존 위기가 심각한 국면에서 만성적으로 바뀌었다는 이유가 바로 엘트로 때문이다. 이것이 없을 때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하루살이 비슷하게 위태위태했는데 이런 위기를 일단 벗어났다.


부바는 왜 발목을 잡나?

부바는 이렇게 좋은 엘트로에 왜 딴지를 걸까? 중앙은행이 받는 담보물의 완화를 우려하고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점을 비판한다. 경제위기로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국채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회원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당연히 그 국가가 발행한 국채도 등급이 떨어진다). 드라기 총재는 1,2차 엘트로에서 7개국(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사이프러스,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프랑스)의 담보를 확대했다. 즉 신용등급이 떨어진 국채도 담보물로 받아들여 금융기관들에 많은 자금을 대출해주었다.

옌스 바이트만(Jens Weidmann) 부바 총재는 이런 담보물 완화를 비판했다. 시중에 돈을 너무 많이 풀면 나중에 결국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경제위기를 불러 온다는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ECB의 독일 부바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여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물가안정이다. 그런데 이처럼 시중에 돈을 많이 풀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중앙은행의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


바이트만 총재의 서한은 2차 엘트로가 시행된 바로 다음날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공개되었다. 총재가 드라기 총재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서한이 독일 일간지에 공개된 것은 바로 저의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즉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엘트로에 불만을 가진 부바와 독일 식자들이 의도적으로 서한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드라기 총재와 바이트만 총재. 유로존 위기 해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의 수장들이다. 두 사람이 이런 갈등을 봉합하고 위기 해결에 협력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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