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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째 같은 팀에서 근무 중인 일본인 동료가 있다.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많은 일본 여성인데, 부모님은 일본에 계시지만, 이 친구는 영국에서 상당히 오래 살아왔고, 어떤 면에서는 거의 영국인이 다 된 것처럼 서구화된 친구였다.

 

매주 화요일마다 전 직원 회의가 있는데, 이번 회의 때 보니 회의 시간 내내 이 친구 표정이 안 좋았다.

 

아마도 요즘 이 친구 실적이 좋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회의를 마치고 경영진과 별도로 면담을 갖는 것처럼 보였다.

 

헤드헌터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사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로 그렇게 경영진과의 개별 면담은 종종 있는 일이었으니, 이 역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우리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이 친구가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하는 말이, 아버지가 거의 돌아가실 것 같은 심각한 상태라 당장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가야 한다며, 우리에게 갑작스런 소식을 전해서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출근해서 일하는 중 일본으로부터 갑작스레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은 모양인데, 그래서 회의 시간 내내 그렇게 표정도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경영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갑작스런 일본 방문을 허락 받았나 보다.

 

나와 동료들은 그녀를 위로하면서 회사일은 신경쓰지 말고 얼른 일본으로 떠날 준비를 하라고 했다.

 

보니까 너무 갑작스런 상황이라 일본행 직항 비행기편도 당장은 구하지 못해서, 일단 무조건 공항에 가서 대기하다가 기존 예약자가 항공편을 취소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한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작년 7월에 나도 그렇게 급하게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적이 있다.

 

7월 중순의 어느 월요일 아침, 회사로 출근하는 길에 할머니께서 막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한국으로부터 받았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급히 휴가를 내고, 업무를 정리해놓고, 비행기표를 알아보는데, 마침 7월 중순 성수기라 직항 항공편도, 갈아타는 항공편도 표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당일 저녁에 떠나는 직항 비즈니스석이 딱 한 자리 남아있었고, 엄청난 가격이 부담되었지만 돈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이었기에, 나는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보았다.

 

그렇게 겨우 항공편을 구해서 한국으로 향하면서 어찌나 발을 동동 굴렀던지...

 

그래도 나는 그렇게 한 자리 남은 항공편이라도 구했지만, 무작정 공항에 가서 누군가가 취소할 항공편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동료의 심정이 너무나 딱했다.

 

게다가 직항 항공편을 구한다고 해도 열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내내 얼마나 애가 타겠는가.

 

그러면서 문득 (정말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만약 내 부모님이 그렇게 위독하다는 연락을 갑자기 받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냥 편찮으신 게 아니라, 정말 몇 시간, 아니 몇 분 내에도 세상을 떠나실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아찔해지고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나도 나지만, 그렇게 내 모습을 못 보시고 눈을 감으시게 되는 부모님의 안타까움과 슬픔 또한 얼마나 클 것인가.

 

그러고 보면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사는 설움 중 아마도 가장 큰 것이 바로 이것일 듯 싶다.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평생토록 남을 큰 슬픔이자 불효일 것이다. 그리고, 이 불행은 아마도 영국이나 유럽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누구에게나 얼마든지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예전에 어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님과 인터뷰를 하는 중, 가게가 엄청 바쁜 시간인데 한국으로부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서도, 그냥 잠시 가게 밖을 나와서 눈물을 흘리다가 얼른 다시 가게로 들어가서 마감까지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생각난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유럽 이민 선배님들 중 벌써 이런 일을 겪으신 분들도 많으실 것 같다.

 

그렇게 큰 슬픔을 감내하면서까지 우리가 이렇게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 까닭에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는 타향살이는 아무리 성공적인 삶일 지라도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있는 것 같다.

 

괜시리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기분이 착잡해진다. 살아계신 부모님께도 별로 잘 해드리지도 못하면서도, 괜한 상상에 겁도 나고, 또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남은 생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더욱 확고해진다.

 

아무쪼록 동료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었기를 조용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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