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넘게 이어진 런던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이제 영국은 현실적인 '손익계산서'는 올림픽 특수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관광객은 오히려 줄었고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삼중 경기침체인 '트리플딥'까지 예고되며 영국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세계일보가 영국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간일년 중 가장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여야 할 이 시기에 예년보다 못한 수준의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대목을 기대하던 영국 소매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관광명소협회의 조사에서 올림픽 개막 후 2주 동안 런던을 방문한 방문객은 지난해에 비해 30∼3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덕분에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영국 타임스에 따르면 런던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영국박물관은 예년에 비해 방문객이 25% 줄었다. 줄리언 버드 런던극장협회장은 "공연 티켓이 남아 있으며, 런던에 머물기에 지금보다 좋은 시기는 없다"고 호소했다.
런던에 240여개 술집을 소유하고 있는 영 & 코의 스티브 굿이어 대표는 "웨스트엔드(런던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가 이상하게도 매우 조용하다"며 "관광객들은 올림픽 경기장 주변에만 몰리며, 런던 시민들은 시내로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에 따라 런던은 올림픽 특수를 누리기는커녕 '유령도시'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관광객들이 주요 호텔과 쇼핑몰에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런던올림픽은 경제적으로 실패한 올림픽"이라고 밝혔다.
◆영국 '트리플딥' 빠질 수도
애초 영국은 올림픽으로 인해 일자리 창출,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 장기적인 경제적 효과와 함께 관광 수입 증가라는 단기적 효과도 기대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번 올림픽이 4년간 약 200억달러(22조5240억원)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관광 수입이 부진하자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앞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0.8%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던 경제 자문회사 IHS글로벌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관광업이 부진하자 전망치를 0.6%로 수정했다. 그나마 대부분은 티켓 판매 수입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런던정경대의 토니 트레이버스 교수는 "올림픽이 영국을 침체에서 구해줄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분명히 '노'"라며 "단기간의 경기부양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BOE는 8일 인플레이션 분기 보고서를 공개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0.8%에서 0%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런던 올림픽과 같은 경제에 긍정적인 요소는 건설과 제조업 실적 악화로 상쇄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영국이 올림픽 특수로 반짝 회복세를 보인 뒤 내년에 다시 침체되며 트리플딥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경제는 올해 2분기에 최근 3년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져든 상태다. 런던올림픽의 장기적 경제효과가 영국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영국 정부의 기대와 대조적이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손더스도 "올림픽으로 인한 건설업 호황 등의 경제효과는 이미 2∼3년 전에 일어났다"며 "3분기의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트리플딥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로저널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