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피사, 역사적 도시 그리고 젊음의 도시 
   현지인들을 만나는 수단으로 카우치서핑을 이용한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다소 인위적으로 보여서 소극적 자세를 취한 것이다. 사실 이런 매개체 없이 보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원했었다. 친퀘테레를 벗어나 바로 만난 큰 도시 라스페찌아(La Spezia)에서 맥도날드에 들려 무료 WiFi로 피사의 한 호스트가 날 초대한 것을 확인했고 기꺼이 오늘 밤에 도착하겠다고 답장했다. 현지 사람으로부터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첫 자발적 초대를 받은 것이다. 의외로 기분이 매우 좋고 좋은 인연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문제는 무릎이다. 왼쪽 무릎의 통증이 심하고 잘 굽힐 수 조차 없다. 밀라노를 벗어나서 산과 언덕의 계속된반복으로 왼쪽 무릎은 이미 친퀘테레 도착하기 전부터 가끔 아파왔다. 숙달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별거 아닌 하루 90여 km는 이렇게 이미 문제가 있던 무릎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사실 오는 길 내내 중간에 멈춰 서서 하루 캠핑 후 다음날 피사로 오고 싶었지만 일기 예보도 비가 온다고 하고 구름도 잔뜩 낀 습한 저기압의 하늘이 날 굳이 무리하게 만들었다. 빗속에서 야영하기는 싫었기 때문에 어쨌거나 오늘 밤은 피사의 호스트 집의 지붕아래서 자야겠다는 강한 관념이 있었다.
    이런 국제적인 요소와 더불어 젊은 커플이 스스로 돈을 벌어 동거하는 것은 유럽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정말 보기 드믄 일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언어의 장벽을 없애 자국에만 얽매이지 말고 보다 넓은 세상을 무대 삼으면 좋겠고, 부모로부터 독립적이며, 혼전 동거에 대한 불합리한 편견도 갖지 않으면 좋겠다.
   오후에는 아르투로, 실비아와 헤어져 나디나와 카롤린과 함께 시내를 돌아다녔고 다른 모든 여행객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을 지탱하는 포즈 등 여러 포즈와 재미있는 방법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겼다.
   말을 사육하는 농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된 작업이 많아 보이는데 역시나 이 강인한 이들이 메는 배낭은 30~40 kg이나 되었다.
   덴마크에서는 학생 주거 아파트에나 이런 형태의 주거 공간이 있는데 비록 학생이 많긴 하였지만 여긴 굳이 학생만을 위한 주거 공간은 아니였다. 우린 저녁쯤에 리아의 집에 도착했고 당시 이들은 다른 복도의 사람들과 합쳐 모두 15여 명의 젊은이들이 부엌에 모여 함께 저녁을 요리해 먹은 후 와인을 마시며 떠들며 놀고 있던 중이었다. 이 모든 이들이 새로운 우리 세 명의 여행객을 열렬히 환영했고 우린 만나자마자 함께 시끄럽게 와인을 마시고 밤 늦게까지 놀았다.
   우리는 무릎까지 오는 커다란 장화를 신고 흔들리는 작은 보트에 올라 타 늪지 같기도 한 호수 안쪽으로 주욱 들어갔다. 호수의 이름은 Lago di Massaciuccoli이고 7 km²의 면적으로 꽤 넓은 호수이다. 호수 중앙은 넓어 보였지만 가장자리에는 갈대가 많고 수심도 낱아 넓은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여기는 늪지 한 중간으로 갈대 키보다도 낮게 통 형태의 구조물을 땅 속부터 박아서 사람이 들어가 새를 관찰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곳이다. 남자 하나는 아직 설치 중인 구조물 하나의 내부를 시멘트 칠 하였고 나머지는 버팀목으로 쓸 작은 통나무 여러 개를 늪지 깊숙이 박았다.
   비싸서인지 동물을 보고하고 싶어서인지 고기를 거의 안 먹고 거의 채식주의자라는 리사와 그 친구들을 위해 참치와 살라미를 뺀 나의 캠핑용 “짝퉁 리조또”를 리조또의 원산지 사람인 여기 이탈리아 친구들에게 선보였고 이들은 하나같이 맛있다며 우린 엄청난 칭찬을 받았다. 아, 기분이 좋아지고 와인을 더 마셔야 할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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