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과 협박

by eknews posted Sep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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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등 대중매체에서 비롯된 잘 알려진 용어 중에 '가십gossip'이라는 게 있다. 

원뜻은 '세례 입회인'인데 속어로 '친한 친구'를 지칭하기도 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원래 사교계 명사의 소문 정도를 뜻하였으나, 의미의 외연이 확장함에 따라 연예계·문단·정계 등의 유명인사를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매스커뮤니케이션 문화의 사생아라고도 할 수 있는데, 긍정적인 면에서는 대중의 참가로 낡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점검하는 역할을 하며, 대중의 선망이나 욕구의 반영으로도 파악할 수가 있다. 
반면 흥미 본위로 흘러 논리적 판단이나 문제의 본질에서 동떨어질 위험이 크다는 부작용도 있다.

며칠 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정치권에 논란이 되고 있다.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밝힌 바는 이렇다. 지난 6일 정 위원이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고, 뇌물과 여자 문제 등 안 원장에 대한 가십수준의 내용들을 언급하며 "출마하면 죽는다"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금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정 위원이 ‘협박’한 내용은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안랩 설립 투자를 받은 것과 관련, 투자팀장인 강 모 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과 안 원장이 30대 음대 출신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어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은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 이걸 터뜨릴 것이기에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협박했다”고 주장한 것이 일단의 사실이다.

예상치 못한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 측은 부랴부랴 이 사건을 사적인 영역으로 몰고가려고 프레임을 조장하고 있다. 즉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의 오랜 인연을 들먹이면서 '농담'을 '협박'으로 '과장'한 구태의연한 행태라는 것이다. 물론 금태섭 변호사와 정준길 위원은 대학 동기에다 사법연수원 1년 선후배로서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 위원은 “친구 사이의 대화를 협박이다, ’불출마 종용‘이다라고 하는 건 너무 과장된 얘기”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 위원은 “시중에서 들은 얘기를 전한 것뿐인데 마치 비호 세력이나 조직이 있고 정치사찰을 한 것처럼 과대포장한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렇듯 두 사람의 설명이 다르긴 하지만 일단 정 위원이 느닷없이 전화해서 그러한 상황들을 얘기했던 것만은 부적절하다. 더구나 정 위원은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후보 측 공보위원이라는 직책을 맡아왔고, 사정기관의 정보를 입수하기에 용이한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그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매입, 포스코 스톡옵션 행사 등 안 원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잇따라 특정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물론 안 원장이 유력 대선주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에게 충분한 검증의 기회를 주는 건 그의 의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기관이 뒷조사를 하거나, 갖고 있던 정보를 흘린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지난달 경찰이 안 원장의 사생활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경찰은 전면 부인했지만 이번 금 변호사의 폭로에 비춰볼 때 경찰이 아니더라도 국가기관이 안 원장을 사찰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여당 후보 측이 이러한 정보들을 악용하여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를 협박해 출마를 막으려 했다면 도덕적 지탄은 물론 법적 심판의 대상까지 될 수 있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게 야당 측의 주장이다.

물론 대통령으로서의 도덕성이나 자질, 능력은 철저하고 엄격하게 검증하되 인격을 말살하다시피 하는 ‘죽이기’나 ‘때리기’는 용납될 수 없다. 그러잖아도 우리 정치권은 대선 때마다 ‘병풍’이니 ‘안풍’이니 하는 폭로전을 거듭해왔다. 

정치권의 이전투구 속에 국민들은 사건의 정확한 진상도 모른 채 투표장으로 향해야 하는 개탄스런 상황이 되풀이돼왔다. 이번 대선에서는 절대로 과거와 같은 부끄러운 진흙탕식 싸움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그런 구태를 보인다 해도 국민이 이제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정치권은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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