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령의 자전거 모험 10. 수채화가 된 도시, 피렌체와 아르노강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친구, 비쥬얼 아티스트이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친구도 있었고, 한 명은 자신의 아버지가 우리나라에서 몇 년간 일했었는데 한국 음식이 그렇게 다양하고 맵고 대단하다고 들었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가는 길 중간에 밀라노에서 자전거를 구입한 데카틀론의 다른 체인지점을 발견하였고, 자전거 앞바퀴가 조금 이상하기도 하고 추가로 필요한 물품도 있어 데카틀론에 들렀다. 자전거 앞바퀴가 이상하다며 봐달라고 자전거 전문 직원에게 부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앞바퀴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지만 뒷바퀴 축 내부에 문제가 있다며 바퀴 통째로를 무료로 교환해 줬다.
 표지판을 보고 피렌체를 따라가면 결국 자전거가 입장할 수 없는 고속도로가 나오고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한다. 이렇게 이탈리아는 도로 표지판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들은 노령의 부부로 집에서 직접 구운 몇 종류의 빵과 몇 종류의 잼, 자기 친척이 직접 만든 파르미자노 치즈(카르보나라 파스타의 필수 재료이자 우리나라에서 피자에 뿌려 먹는 파마산 치즈의 원조이다) 그리고 역시 집에서 만든 화이트 와인 등으로 날 환영해 주었다.
 우리나라는 손가락을 모두 핀 상태에서 엄지 손가락부터 하나씩 접어가면서 숫자를 하나, 둘 세는데 반면 이탈리아는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 손가락부터 하나씩 펴가면서 숫자를 하나, 둘 센다. 그러다가 하게 되는 “우리식”의 농담은 결국 이진법의 원리에 의하여 손 하나의 다섯 손가락으로 0부터 31(=25−1)까지 셀 수 있다는 걸 언급하며 새삼 깨닫는 것이다.
 어떤 곳은 올리브와 당근만 제공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간 키취 디 피아짜 베카리아(Kitsch di Piazza Beccaria)는 마치 뷔페에 온 것처럼 파스타, 피자, 고기류 등의 음식이 풍부히 있기 때문에 저녁 대신으로 배를 채울 수가 있었다. 안젤리카에게 한글을 가르쳤는데 이건 여행 시작하고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친 것이다. 안젤리카는 역시 꽤나 빨리 한글을 이해했고 한글 자모음 표를 보면 한글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영화제 동안 여러 영화를 한 번씩 만, 그리고 한 시간대에 하나의 영화만 상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영화를 골라 볼 수 없었고 우리가 갔을 때 상영하는 영화인 ‘아저씨’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며칠간의 일정표를 보니 김기덕 감독 등의 여러 좋은 영화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갔을 때 하필 단순한 줄거리에 그저 잔인한 액션 영화 ‘아저씨’라니, 다소 아쉬웠다.
  우리도 맥주 한 잔 마신 후 두 명이 기타를 치는 한 무리에 끼어 땅바닥에 앉았다. 격이 없는 자유로운 이곳, 어느 낯선 자가 오더라도 우선 ‘차오(ciao: 안녕)’라는 말과 함께 앉을 자리를 내어주고 술이나 담배를 권한다. 이 무리는 주로 현지 이탈리아 사람들이었지만 소피를 알아본 다른 두 외국인 친구도 나중에 합류했다.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기타로 반주를 쳐주면 누구 하나가 즉흥적으로 가사를 지어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잘 부를 필요도 없고 가사가 정교할 필요도 없다.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비교 당할 필요도 없다. 그저 모두 웃으면 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유럽에서는 가능한 일 같다. 나에겐 아직도 어색하지만 유럽 문화를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재작년 덴마크 공대(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 친구들 여섯 명이서 노르웨이 오슬로에 놀러 갔을 때 우리는 호스텔의 한 방에 함께 머물렀는데 그 때도 한 벨기에 여자애가 팬티만 입고 자서 놀라운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호스텔의 공용 방에서 팬티만 입고 자는 여성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한 방에 단 둘이 있는 경우는 처음이다. 
  피렌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이곳, 쾌청한 하늘 아래 조밀한 피렌체의 심장을 관통하는 아르노강과 그 위를 지나는 폰테베키오 다리가 웅장한 두오모 성당과 베키오 궁전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붉은 지붕과 어우러져 익어가는 노을 지는 강에서 카누를 젓는 사람들, 이 곳이 바로 나의 피렌체 최고의 장소이다.
  또 카우치서핑이라는 매개를 통해 현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생각 보다 자연스럽고 현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앞으로의 여행이 더욱 기대가 된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키아라와 연락하여 집에 도착할 시각을 약속하고 저녁 거리를 장보고 갔다. 오늘은 첫날부터 내가 요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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