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일체를 몸의 오감으로 감지하는 순간 사진 찍듯 찍어서 감지한 것을 마음에 담습니다. 그...

by eknews15  /  on May 05, 2013 14:11

사람은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일체를 몸의 오감으로 감지하는 순간 사진 찍듯 찍어서 감지한 것을 마음에 담습니다. 그 때의 공간, 감정과 느낌, 그리고 거기 있는 인연, 자기 자신마저 찍어 담습니다. 고향시절 친구들과 물놀이 하던 일을 생각하면 물놀이 하는 장면(물놀이하는 고향친구들, 배경이 되는 고향의 산천과 마을의 모습,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이 떠오르고 어린 나의 모습도 장면 속에 있습니다. 오늘 아침을 먹었던 것도 생각해 보면 아침을 먹는 장면(식사 장소, 같이 식사한 사람, 식탁 위의 음식, 음식의 냄새와 맛, 식사하며 나눈 이야기, 목소리 등 식사하면서 오감으로 감지된 것 일체)이 떠오르고 식사하는 나도 그 장면 속에 있습니다. 정지(停止) 화상(畵像)이 아니고 동화상(動畫像)입니다. 이렇게 태어나서 지금까지 사진을 찍고 나는 사진 속에 있었습니다. 현재도 사진을 찍고 그 속에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합니다. 따라서 사람은 세상에서 살지를 못하고 세상을 찍은 사진세상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사진 속에서 삽니다. 세상과 사진이 겹쳐져 있어 세상에 사는 줄 착각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허상이고 참이 아닌 거짓입니다. 그러므로 사진은 생명이 없습니다. 사진 속의 나는 의식이 깨어있지 못합니다.

사람은 마음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며 삽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에는 태어나서 지금 이 순간까지 찍어놓은 사진만 가득 있습니다. 사진은 진짜가 아니므로 사람의 마음에는 가짜(거짓)만 있고 진짜(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행하는 것도 모두 거짓입니다. 사람에게는 참마음이 없어 참사랑도 참믿음도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바름(義로움)도 없습니다.

사람은 마음에 있는 것(사진 찍어 담아놓은 것)밖에 모릅니다. 영어를 배운 사람은 그 마음에 영어 지식이 사진 찍혀 있기 때문에 영국 사람을 만나면 그 사진을 떠올려 영어로 말합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람을 만나면 사진이 없어 한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또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나?’ 하는 질문을 받으면 자기 마음속 사진에 답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철학 서적이나 경전을 본 적이 있어 그 답이 마음에 담겨 있으면 그것으로 답을 하지만 질문에 적합한 답이 마음에 사진 찍혀있지 않으면 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마음속에 담겨있는 것은 모두 거짓이므로 답을 한다하더라도 거짓일 뿐입니다. 사진세계에 있는 사진인 내가 사진으로 답하는 거짓입니다.

사람은 마음에 담아놓은(마음 먹어놓은)만큼 알고 그것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또 행하고 삽니다. 마음에 담아놓은 것은 있는 실상을 사진 찍어 마음에 담아놓은 카피(허상)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허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고 삽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허상(거짓)만 있고 실상(참)이 없습니다. 참이 없기 때문에 참을 모릅니다. 참을 말해주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참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참을 가지려면(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허상을 다 버려야 합니다. 허상을 버린 만큼 참이 들어오고 참이 들어온 만큼 (참이 되어) 참을 알게 됩니다. 허상을 다 버리고 허상을 담고 있는 나마저 버리면 참만 남습니다. 참만 남아서 참의 존재로 다시 나면 거짓존재를 벗어나 대 해탈이요, 자유자체이어서 일체의 매임과 머무름이 없고 지혜자체이어서 아는 것(지식)이 없지만 세상을 다 알고 가장 높고 크고 넓고 낮은 무한대 의식이어서 오고감이 없고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는 항상삼매(恒常三昧)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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