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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와 애국심 (4월 3주)

by 유로저널 posted Apr 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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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아주 순해보이는 그래서 세상물정에 좀 어두워보이기도 하는 도모코가 내 허를 찌를 때가 있다.  평소에 아주 세심하게 눈여겨 보지않으면 결코 알 수 없을 한국인에 대한 것들을 도모코는 제법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전혀 변화가 없는 반면 한국인들은 군대를 다녀오면 그 전과 후가 아주 달라져서 특히 애국심이 강해진다고 얘기해서 듣는 나까지도 사뭇 놀랍기만 했다.  도모코는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관찰력이 아주 뛰어난 모양이다.  
한참 대학 공부에 전념해야될 그 아까운 청춘시절에 나라를 위하여 군대에 가서 도대체 어떤 훈련과 교육을 받기에 한국인들이 그렇게 애국심에 투철한 사람들이 되어 나오느냐 하는 것이 연이은 그녀의  궁금증이었다.  이럴 때 내가 군대에 한번쯤 다녀왔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내가 아는 어떤 분의 예를 들어 주었다.  자신의 높은 지위-군목으로서 대령이면 최고의 지위라는데-를 이용해서 충분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않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군대에 가더라도 그 아버지의 입김 하나로 군생활이 아주 편한 곳으로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동아들이 최전방으로 배치되어 겨울의 혹한에 손발이 다 얼어서 그걸 보는 엄마 마음이 몹시 아파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일본인의 눈에 비친 다수의 한국인들이 애국심이 강한 것은 어쩌면 이러한 사고방식이 제대로 된 아버지들과 아들들이-권력과 돈을 이용하여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고 보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을지라도-여전히 살아있는 깨끗한 양심을 지니고 ‘하나님을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 살려고 애쓰는 까닭이리라.  
그렇다면 군대의 건빵맛조차 모르는 분들이나 동사무소 혹은 기타 등등의 기관에서 방위로 제대하신 분들은 애국심이 없느냐 할 것같으면 그건 또 ‘아니올시다’이다.  군대 안간 남자고 여자고 할 것없이 그 어느 누구나 자기가 현재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으로 한 개인, 한 한국인으로서 충분히 애국심을 발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한 동생은 국내 유수의 회사에서 해외로 파견근무 나와서 일하고 있는 그 남편이 너무 회사일을 열심히 하니까 얼굴 볼 틈도 별로 없어서 가끔씩 투정을 하면, ‘이게 바로 회사에 충성하고 또 나라를 사랑하는 거야.  외국의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나라의  수천 수만의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면 일하는 게 신날 수 밖에.  그러다보면 언제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가버린다고’이유를 댄단다.  그렇게 제 일처럼 성실히 회사일을 돌보는 직원을 지닌 회사는 참 복된 회사-그 회사가 나라밖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회사가 된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임이 틀림없고 그러한 분들이 있기에 ‘한국인은 애국자들’이라는 말들이 이웃나라 일본인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게 된 것이리라.
도모코를 안지 3년쯤 되었는데 자기 아이들에게 나를 ‘이모’라 부르도록 교육을 시켜놓은 걸 보고 조금 놀랐다.  약속시간에 칼처럼 정확한 나더러 ‘한국인같지않은 별난 한국인’이라 부르던 그녀가 이번에는 나를 ‘진실한 한국인’이라며 나도 괜찮은 한국인중 하나로 쳐주었다.  이쯤이면 나도 한국인으로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세우는데 약간의 공헌을 하지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려한다.  아서라, 자만은 금물이나니…  내속의 또 다른 내가 사소한 일에 제법 잘난 척하려는 자아에게 소리친다.  
내가 도모코에게 마음을 다해 전하려고 하는 건 사실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 변함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인데, 그건 어디로 가고 내 나라 한국만 우뚝 서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신실한 크리스쳔이 되려고 하다보니 덤으로 나도 모르게 애국자가 된 꼴이다.  이제는 도모코를 통해 얻어진 두 귀여운 조카아이들에게 ‘참 괜찮은 한국인 이모’가 되어야 하는데, 평생 숙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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