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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07.23 00:42

엉터리 담장이들 (7월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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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영신(영국,Glasgow거주)

어느 날 아침 아직 여덟시도 채 되지않은 이른 시각에 지속적으로 망치소리가 들려왔다.  아랫집에서 이른 아침부터 또 무슨 수리를 하나?  평소에는 저녁 늦게까지 하던데, 참 이상도 하지.  아침 출근길에 나설 때에야 그 소리의 근원이 사실은 제일 아래층 담벼락을 두들겨된 데서 비롯되었음을 알게되었다.  제일 아래층에 붉은 벽돌을 다 붙인 게 바로 며칠 전 일인데 뭔가가 잘못되었구나, 즉각적으로 감이 왔다.  아마도 공사 표준에 맞지않았다든지 혹은 약속된 제품을 쓰지않았다든지 전문가가 아닌 나는 상세히 알 수 없지만 분명 뭔가가 잘못되었기에 이미 공들여 붙여놓은 벽돌을 사람이 일일이 망치를 들고 부수어내는 것이다.
“엄마, 저 아저씨들 또 부수네.”
“그러게 말이야.  처음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일을 했으면 저렇게 일을 두번 세번 하지 않아도 되는 건데.  그러니까 너도 공부를 하든 뭐를 하든 아예 처음부터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한 거야.”
같은 어른으로서 실수연발을 보여주는 칠칠치못한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아주 좋은 산교육이다.  하긴 어른들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걸 아이들도 자라면서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집을 드나들면서 인부들이 하는 언어에 귀기울여보니 영어는 아니었고 폴란드어같기도 한데,  이 글의 제목을 ‘폴란드 담장이’로 하면 인종차별이라 욕을 먹을 것같고 그렇다고 ‘글라스고 담장이’라 하면 내가 살고있는 모든 글라스고인들-은근히 글라스고인들은 자기들만의 자부심이 좀 있다-에게 예의가 아니고 그래서 ‘엉터리’를 붙였다.  어쨌거나 일을 엉터리로 해서 같은 일을 두번 세번씩 정말 제대로 할 때까지 계속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제일 아랫층 붉은 벽돌 뿐만이 아니었다.  1,2,3층의 외벽에는 말끔한 회칠을 했는데 부수고 바르고 하기를 세번씩이나 하고서 겨우 통과되었다.  
어느 날 아침인가는 베란다에 나가보니 아니 이게 뭔가?  21세기에 살고있는 우리집에 오래전 케케묵은 알라바마의 사십명의 도둑들을 막아내는 하녀가 밤새 왔다간 것도 아닐텐데 벽에 초록색으로 X자가 그려져있었다.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않아서 오래전 설치한 철제구조물을 통해 누구든 정말 맘만 먹으면 남의 집 베란다는 물론 집안으로 칩입하기도 아주 용이한 상태라 공사시작시 인근의 경찰서에서 평소보다 더 유의하라는 편지까지 보내왔었다.   아니, 도대체 어떤 싸가지없는 인간이 남의 집 베란다로 들어와 이런 볼썽사나운 X자를 그것도 두개씩이나 그려놓고 갔단 말인가?  
그날이 제법 조용한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는데 일부러 밖에 나가서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길을 건넜다.  통틀어 스물네 가구가 사는 우리 아파트 전체를 살펴보니 우리집처럼 X자를 받은 집이 몇몇 있었다.  휴,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나 혼자만 나쁜 일 당하면 엄청 억울하고 서러운데 나랑 똑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 더 있으면 그 사실만으로 왠지 위로가 된다.    
언젠가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아주 인내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이곳 사람들은 일이 다 끝나기까지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렸다가 일이 다 끝나면 계약에 맞게 실행했는지 몇번씩 검사하고 확인하고, 그 와중에서 뭔가 잘못되었으면 어김없이 다시 하게 만드는 지독한 아니 철저한 구석이 있다.  
“저렇게 시끄럽게 하면서 맨날 미안하다고 말해.”
“그래, 너도 잘 봤지?  저러면 시간낭비, 물자낭비, 일손낭비 결국은 돈낭비가 되는 거야.”  
이 담장이들이 좀 더 자기들 일에 긍지를 가지고 했더라면 두벌 세벌 고생을 안해도 됐을 건데, 내 돈이 낭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참 안타까운 맘 금할 수 없다.  우리 아이가 이런 걸 보면서 자신이 할 일을 처음부터 제대로 해내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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