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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맥도널드(9월3주)

by 유로저널 posted Sep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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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맥도널드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나는 사실 맥도널드나 기타 패스트 푸드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근처에 변변한 식당 하나 없는 사무실 일색의 거리에서 아침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정신 없었던 어느 날, 오후가 되자 배는 꼬르륵 꼬르륵 밥 달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오고 어디서라도 점심은 먹어야 했던 그 날 처음으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어쩔 수 없이 내키지않는 마음으로 제일 가까운 맥도널드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내 나이 서른이 넘고서였다.  
그랬던 내가 맥도널드의 창업자인 레이 크록(Ray Kroc)에 대한 어린이 문고용 위인전을 읽고나서는 맥도널드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한 권의 책이 주는 힘이 이처럼 대단하다.  
이전에는 맥도널드를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비만을 제공하고 또 씹으면 딱딱한 돌 같은 빵으로 음식같지도 않은 걸 음식이라고 만들어내는 그래서 비만인들을 더욱 더 양성하는데 일조하는 제법 나쁜 기업으로 인식했던 나였다.  그러니 자연히 발걸음이 멀어질 수 밖에는.  우리 가족에게 맥도널드는 일년에 한두번쯤 가는 곳, 그것도 아이가 장난감 받아서 노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동안 어른들끼리 커피나 한잔 느긋이 마시면서 얘기를 나눌 때뿐이다.
여름방학때 TV시청을 좋아하는 아이를 자신도 모르게 도서관과 책에 친해지도록 토요일 오전마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으로 데리고 갔다.  일단 가면 한시간씩 허용된 컴퓨터부터 쓰고 나서 그 다음에는 읽을 책을 골라서 집에 오는 게 순서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온 어린이 문고용 위인전들이, 나를 읽어 주세요! 하고 광고하듯이 쭈욱 늘어져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레이 크록의 생애(The life of Ray Kroc)’였다.  맥도널드의 상징인 황금아치와 함께 M자가 씌여진 그리고 맥도널드 식당 그림이 그려진 제법 귀여운 책이었다.  아이에게 읽기 연습도 시킬 겸, 제가 좋아하는 맥도널드 식당을 누가 처음 생각해냈는지를 책을 통해 알아보는 것도 참 좋을 것같아서 빌려온 책이었다.
레이 크록은 정말 타고난 사업가였다.  어려서부터 그는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버는 걸 좋아했고 또 세일즈맨으로 일할 때에는 최고의 세일즈맨이 될 정도로 일에 열정이 있었다.  맥도널드를 전 세계 곳곳에 들어가도록 한 것도 다 사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신념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그렇게 열심히 부지런히 번 돈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썼다는 것이었다.  자선단체는 물론이고 학교, 도서관, 박물관, 병원, 등등 게다가 그는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사람들 뿐만아니라 맥도널드를 운영하는 사업가들에게도 사업에서의 성공을 거두도록 돕는 것에 그치지않고 사회공헌을 하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었다.  맥도널드에서 지은 아픈 어린이들을 위한 ‘로널드 맥도널드 집’은 정말 아픈 자녀들을 둔 부모들에게는 얼마나 마음 따뜻해지는 이웃의 아니 지역사회에 있는 한 친근한 사업체의 사랑의 손길로 다가갔을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패스트 푸드점 혹은 정갈한 레스토랑 하고 구분하며 잣대로 재기 전에 먼저 마음으로 다가오는 그 따뜻한 나눠주는 손길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그 자선을 맥도널드의 창시자, 레이 크록의 사업상의 광고효과를 위한 선택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아무리 부자라해도 사실 굉장히 어렵다.  누군가를 위해 단돈 한 푼이라도 자기 호주머니에서 내놓는 것은 다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의 마음이 있어야만 그 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패스트 푸드 싫어하는 나도 이제부터는 맥도널드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참이다.  물론 여전히 맥도널드의 상징인 햄버거는 아니고 가끔 가다 생각나면 커피나 한잔씩 팔아줘야겠다.
우리 애에게 그 책을 몇번 읽어준 후에 넌지시 물어보았다.  
“애, 너도 나중에 돈 아주 많이 벌면 이 레이 크록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좀 나눠줄꺼니?”
“아니.” (우리 애가 욕심꾸러기인가 싶어 좀 슬퍼지려고 한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왜?”
“한국 갈려고...”
휴가철마다 자꾸 한국에 가자는 아이에게 내가 한국에 갈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든다고 했더니, 이 애의 나이 수준-일곱살-에서는 기대할 수 있는 게 아직은 이만큼인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누구 나랑 함께 맥도널드에 커피 한잔 마시러 갈 사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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