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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03.11 02:57

세상 떠난 뒤에도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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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꼭 눈이 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어느 진료소를 가는 길에 있는 여러가지 예쁜 꽃들이 만발한 그 집도 그중 하나이다.  
3월에도 눈이 오는 요즈음 얼마전에도 그곳을 지나가는 길에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잘 단장된 그 집의 화단 여기저기에서 하얀색, 노란색의 몇몇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나오는 중이었다.  
할머니께서 어쩌면 내내 신경써서 관리를 하셨을 것이다.  
작년 여름쯤이었다.  
그곳을 지나치다가 그 화단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꽃과 식물들을 보살피고 계시는 할머니께, 댁의 정원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꽃을 무척 좋아하시는 모양이죠? 하고 여쭈었더니 이 할머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아유, 말도 말아요. 우리 영감이 평생 꽃가꾸기를 좋아하고 이곳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우리집 정원을 보고 즐거워하는 걸 아주 기뻐했다오.  그 양반이 글쎄 작년에 세상 떠나고 그냥 내버려두자니 보기가 영 꼴이 아니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없이 시작했는데 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지 뭐겠수?”
한참을 그렇게 일하셨던지 할머니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소매깃으로 닦아내며 하시던 일을 계속 하실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그 정원일을 떠맡게 된 셈이었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할머니 역시 자기집의 아름다운 정원의 꽃들이 지나가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기쁨을 선사해주는 것이 영 싫지는 않은 듯해보였다.  
사람은 갔지만 그가 남긴 세상을 향한, 사람들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은  그가 정성들여 가꾼 꽃을 통해 식물을 통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내가 한 3년여정도 자원봉사로 일을 한 옥스팜 서점(Oxfam Bookshop)은 내게 있어 요즘은 어쩌다 그앞을 지나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마음 편히 들릴 수 있는 친정같은 곳이 되었다.  
그곳에서 일을 할 때 알게된 어른들 역시 여전히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행여 길거리나 버스안에서 우연히 나를 만나게되면 그동안의 새로운 변화라든지 옛 동료들에 대한 소식들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로즈(Rose)아주머니로부터존(John)할아버지의 암투병 소식을 전해듣고 너무도 갑작스런 그 소식에 함께 마음아파 한 적이 얼마되지않은 지난 주 어느 날, 왠지 모르게 내 발걸음이 옥스팜 서점으로 향하였다.  
예전 관리자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좀 나누다가 존 할아버지에 대해서 조심스레 물어보았더니 글쎄, 할아버지께서 한달전에 세상을 떠나셨단다.  
그런데 정작 돌아가신 주원인은 암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서 암투병중이라 약해진 몸이 회복을 못하고 떠나셨는데, 돌아가실 때에는 아주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고 옥스팜 가족들은 그 다음날 잠시 가게 문을 내리고 그를 위해 묵념을 올려주었노라고 얘기해주었다.  
관리자랑 얘기할 때에는 평정을 잃지않고 침착하게 얘기를 들었던 내가 돌아서 나오려다가 마주친 저 구석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시던, 나에게 처음으로 그 소식을 전해주신 로즈 아주머니를 보고서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서, 존 할아버지 소식 들었어요, 하는데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로즈 아주머니의 눈도 안경 저너머에서 불그스레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말 친절한 할아버지셨는데…  내가 그곳에서 일할 때 가끔씩 서고의 제일 높은 곳의 책들을 꺼내야 할 때 고소공포증때문에 사다리 높이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할 때에 자신의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친히 나를 대신하여 내 일을 도와주시던 분이셨는데…  
암으로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 전까지 꾸준히 옥스팜 서점에 나오셔서 자원봉사를 아끼지않은 분이셨다고 한다.  
책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사람들 돕기를 성실히 했던 그분의 살아 생전의 선행은 그분이 비록 우리 곁을 떠나가셨지만 두고두고 그분을 아는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 세상을 떠날 날이 올 터인데 나는 내 뒤에 무엇이 남길 바랄까?  바라건데 하나님을 향한 신실함과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작은 친절들이 나를 아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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