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학원, 미술 학원이 사라지는 시대

by eknews03 posted Aug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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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뉴스를 검색하다가 동네마다 몇 개씩은 있는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의 자료를 인용한 해당 기사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까지 만6천여 개에 달했던 전국의 음악 학원은 지난 2012년도에는 만 4889개로 줄었고, 미술 학원도 2009 6402개에서 지난 2012년도에는 5446개로 3년 새 천여 곳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본 기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규 교육과정 중 예체능 교육 홀대를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에 이 기간 동안 안 그래도 원래부터 가장 많았던 영어 학원은 2천여 곳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감사하게도 사교육이 매우 드물었던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운 좋은 세대에 속한다.

 

나의 어린이 시절, 그리고 중고교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학과 성적을 높이거나 입시를 위해 학원을 다니는 이들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다.

 

우리 세대에 학원을 다니는 것은 둘 중 하나였다. 정말 공부를 더럽게 못해서던가, 아니면 부모님의 정말 유별한 교육열 때문이던가.

 

그렇게 학과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나 입시를 위해서 다니는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어릴 적에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주판 학원, 서예 학원, 그리고 남학생이라면 태권도장을 다녀봤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특별히 웅변 학원도 다녔었다.

 

지금이야 수천 명 관객들 앞에서 음악도 연주하고 멘트도 능숙하게 날리는 뮤지션으로, 그리고 늘 새로운 사람들과 활발한 의사소통을 하는 헤드헌터로 살고 있지만, 나는 형제 하나 없는 외아들로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탓에 아주 어릴 적에는 정말 너무나 숫기가 없었고, 남들 앞에서 노래는커녕 말 한 마디조차 하지 못하고 쭈뼜거렸던 아이가 바로 나였다.

 

그런 나의 숫기 없음을 고쳐주시려고 부모님은 나를 웅변 학원에 보내셨다.

 

동네마다 있었던 작은 규모의 그 학원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다녔던 그 학원들마다 정겨운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다섯 살에 만나 지금까지도 죽마고우로 지내고 있는 친구 성훈이를 처음 만난 곳이 성산 체육관이라는 태권도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성훈이와는 모래네에 있는 피아노 학원도 같이 다녔다.

 

그 당시는 내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사랑하기 전이어서 아쉽게도 그렇게까지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방과 후 피아노 학원에 가서 피아노를 뚱땅거리고 같은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던 그 시간들은 참 즐거웠던 것 같다.

 

사실, 피아노 학원보다 더 생각이 나는 것은 미술 학원, 정확히는 내가 다녔던 화실이다.

 

초등학교 시절 한 3년 정도 같은 화실에 다녔던 것 같다. 어쩌면 내성적이고 차분한 나에게는 그렇게 혼자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맞았을 듯싶다.

 

화실에 가서 이런 저런 그림을 그렸던 그 시간들, 그 때는 몰랐었는데 지금 와서 떠올려보니 그렇게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렸던 시간들이 나의 정서에 참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그것은 단지 영어 단어 몇 개를 더 외우고 시험 대비를 하는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시간들이었고, 한창 자라나는 시기에 그렇게 정서를 가꾸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게 차분하게 정서를 가꿀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듯 하다.

 

너무도 이른 나이부터 시작하는 영어 사교육,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온 종일 자극에 노출되는 그들에게는 더더욱 음악 학원이나 미술 학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인간이 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행복한 인간이 되는 게 더 중요한데, 행복한 인간이 되려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하고 감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음악, 미술을 통해 그렇게 정서적인 안정과 풍부한 감성을 키울 수 있다.

 

나는 성인이 된 요즘, 그리고 한창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기타라는 악기를 다루면서 음악을 여전히 곁에 두고 살아가고 있음에 너무나 감사할 때가 많다.

 

직장에 다니고, 월급을 받고, 그렇게 제 앞가림을 하면서 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기본이고) 사람이 그것 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 어느 곳에서든 한 편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한 편의 시가 낭송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자연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성인들, 특히 평범한 한국 남성들은 그나마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 외에는 정서를 가꾸는 취미나 여가활동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런데 이렇게 음악 학원, 미술 학원이 사라져가면 요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더더욱 그렇게 정서를 가꾸는 삶을 살아가기가 어려워질 텐데...

 

정작 인생을 살아가면서는 영어 단어 한 개 더 아는 것보다 지치고 슬플 때 부를 수 있는 노래 한 곡이 더 필요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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