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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칼 앞에 놓인 ‘그림자금융’

by eknews posted Oct 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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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칼 앞에 놓인 ‘그림자금융’


EU의 그림자금융 규제 로드맵

지난 9월 4일 EU집행위원회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에 대한 규제 로드맵을 마련하고, 로드맵에 따른 첫 번째 조치로 머니마켓펀드(MMF) 규제법안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지난해 3월 발표된 「그림자금융 규제 검토보고서(Green Paper on Shadow Banking)」(일명 ‘그린보고서’)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다. 하루 뒤인 9월 5일부터 이틀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이 기고문은  이상호 주벨기에ㆍ유럽연합대사관 주재관이자  한국은행 차장이  KDI 경제 정보 센터에서 발간하는 월간 '나라경제 10월호' '세계는 지금' 코너에 기고한 내용을 팔자의 허락하여 게재합니다 

 <편집부 주>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 문제는 2010년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주목받은 이슈 중 하나였다. 당시 정상들은 금융안정위원회(FSB)에 그림자금융 규제방안 작성을 요청했고 약 1년 후인 2011년 10월 권고안이 나왔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별로 관심받지 못했던 그림자금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전성 규제·감독 강화 등 금융개혁과 관련해 글로벌 차원, 그리고 EU 차원에서 중요한 영역이 됐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단지 투기자본으로 인식되던 그림자금융이 이제는 역설적으로 인정을 받아(?) 관리·감독 대상이 된 것이다.

EU집행위는 FSB를 따라 “전형적인 은행시스템 밖에서 은행과 유사하게 신용을 중개(credit intermediation)하는 시스템(기구 및 활동)”이라고 그림자금융을 정의한다. 구체적으로는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 수준의 엄격한 건전성 규제 밖에 놓여 있어 유사시 시스템적 리스크를 유발할 소지가 높은 기구 및 금융상품을 말한다. 그림자금융을 수행하는 기구에는 ①특수목적기구(SPV), 구조화투자회사(SIV) 등 만기나 유동성 변환을 수행하는 증권화기구 ②예금적 성격의 MMF 및 여타 투자펀드·상품 ③신용제공이나 차입이 가능한 투자펀드 ④만기 또는 유동성을 변환하거나 신용 또는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금융회사 ⑤신용상품을 발행하거나 보증하는 보험 및 재보험인수사 등이 있다. 그림자금융 활동의 대표적인 예로는 증권화(securitization), 증권대차(securities lending), 환매조건부채권 매매(Repo) 거래가 있다.


그림자금융의 두 얼굴


그림자금융은 투자자에 대한 대체 투자수단 제공, 전문화기법을 통해 특정 분야의 자금수요에 맞는 자금중개, 은행이나 자본시장의 일시적 기능 정지 시 실물경제에 필요한 자금확보 수단 제공, 리스크 분산 등 금융시스템 내에서 유용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적지 않은 위험도 함께 가지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여러 위기를 겪으며 그림자금융의 실체가 드러났다. 1994년 멕시코 금융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그림자금융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자주 거론되는 문제점은 4가지다. 첫째, 그림자금융에 의한 자금은 대부분 예금과 유사한 단기자금인데 고객들의 갑작스러운 예금인출은 시스템적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 둘째, 그림자금융은 몇 차례 회전된 담보차입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레버리지가 높게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금융 부문의 취약성을 높이고 시스템적 리스크의 원천이 된다. 셋째, 그림자금융은 은행 부문과 밀접히 연계돼 있어 시장여건이 악화되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림자금융으로 인한 리스크가 은행 부문에 파급될 수 있다. 양 부문의 상호연계(차입 및 조건부채무 관계) 또는 금융·실물자산 가격충격에 따른 대량 자산매도는 리스크 전이경로로 작용한다. 끝으로, 그림자금융은 전통적인 신용중개과정이 아닌 독립적 기구 등을 통해 운영되는데 은행에 적용되는 규제나 감독을 회피할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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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EU집행위원회는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 로드맵을 마련하고, 

로드맵에 따른 첫 번째 조치로 머니마켓펀드(MMF) 규제법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마이클 바니에(Michel Barnier) EU 금융서비스 부문 집행위원이 

규제안을 발표하는 모습


전 세계 51조유로 규모⋯은행ㆍ정부ㆍ기업에까지 연계


EU집행위는 규제의 당위성으로 그림자금융의 막대한 규모, 규제대상인 은행시스템과의 높은 상호연계성(interconnectedness), 위기 발생 시 전염효과를 통한 시스템적 리스크 초래 등을 들고 있다. FSB에 따르면 2011년 전 세계 그림자금융 규모는 약 51조유로다. 이는 전체 금융 부문의 25~30%로 은행자산의 절반에 해당되는 큰 규모다. 주요국의 규모를 살펴보면 미국 17조5천억유로, 유로존 16조8천억유로, 영국 6조8천억유로로 미국과 유럽이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문 간 상호연계성과 관련해 그림자금융은 은행 부문 외에 정부와 기업에까지 연계돼 있다. 단기자금 조달수단인 MMF는 유럽에서 정부 및 기업 발행 단기증권의 약 22%, 은행 발행 단기증권의 약 38%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해결 및 재발방지를 위해 금융, 특히 은행 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개혁이 추진돼 왔다. 그러나 그림자금융 관련 규제·감독은 소홀한 면이 많았다. 이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이 은행 부문에 대한 규제를 피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그림자금융으로 이동할 개연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도 EU의 정책담당자들이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게 된 원인이다.

EU집행위는 그동안 그림자금융 부문의 리스크 축소를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이미 발표해 왔다. 은행·보험규제를 통한 그림자금융 간접규제[예: 은행자본규제법(CRD; Capital Requirement Directive),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지급여력지침(Solvency II Framework Directive)], 건전성규제[예: 금융상품투자지침(MiFID; Market in Financial Instrument Directive)], 그림자금융 직접규제[예: 대체투자펀드매니저지침(AIFMD; Alternative Investment Fund Managers Directive)], 신용평가사 규제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집행위가 이번 로드맵 발표에서 향후 추진하기로 한 그림자금융 규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MMF에 대한 규제


MMF는 EU지역에서 정부·기업·은행 등의 단기자금 조달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유동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규제가 강화된다. 투자자들의 자금상환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유동성비율을 도입했는데 보유자산의 최소 10%는 1일 이내 만기 자산으로, 최소 20%는 1주 이내 만기 자산으로 MMF를 구성하도록 했다. 그리고 MMF의 순자산가치(NAV) 산정 시 특정채권의 과도한 편입을 막기 위해 채권발행자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에 상한(금액기준, 단기 MMF는 5% 이내, 표준 MMF는 10% 이내)을 두기로 했다. 안정성과 관련해서는 MMF 중에서 CNAV MMF(고정 순자산가치 MMF; 1주당 가치를 1유로로 유지하는 펀드. MMF의 순자산가치는 보유자산 구성에 따라 변동하는데, 통상 순자산가치 유지를 위해 스폰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약 90%는 은행이 스폰서가 됨.)의 경우 순자산가치 하락 시 투자자 환매 요구에 즉시 응할 수 있게 자산 대비 3%의 완충 자본(capital buffer)을 쌓도록 했다. 또한 대규모 상환 요구를 예측할 수 있게 고객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외부 신용평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 방지를 위해 내부 신용위험평가체계를 도입한다.


②그림자금융의 투명성 제고


그림자금융에 관한 자료수집 권한을 금융당국에 주는 한편 당국 간 정보교환도 허용된다.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중앙거래정보저장소(central repositories) 설치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FSB 주도(2009년 9월 G20 정상들은 장외파생상품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통한 시스템적 리스크 완화 등을 위해 장외파생상품시장 관련 인프라 개혁 등의 책무를 FSB에 부여)의 글로벌 표준관리체계[예: 법인식별자(LEI; Legal Entity Identifier)]를 도입하고 증권을 통한 자금조달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③금융안정을 위한 건전성 규제 강화


그림자금융과 여타 부문(특히 은행시스템)의 상호연계성 확대는 전염리스크의 원천이 돼 왔는데 은행들이 규제되지 않은 그림자금융과 거래할 경우 건전성 감독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④증권을 통한 자금조달 거래 규제 강화


증권을 통한 자금조달(특히 증권대차 및 Repo 거래) 관련 리스크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의 축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수개월 내에 발표 예정).

올해 말 종합적인 규제방안 나올 전망

그림자금융 규제 문제는 그간 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계속 논의돼 왔으며 정상회의 산하 FSB의 권고안이 지난 9월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됐다. 정상들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없애기 위해 금융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투명성을 높이고 규제 간극을 메워 그림자금융의 위험성을 줄여가기로 했다. 그간 EU 차원의 선제적인 노력에 더해 G20 정상회의 선언으로 이제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방침은 명확해졌다.


이번에 발표된 MMF 규제와 앞으로 모습을 드러낼 Repo 거래 규제 등 종합적인 ‘그림자금융 규제방안’은 올해 말 나올 것으로 보여 규제개혁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늘 그랬듯 시장과 정책당국 간 그리고 회원국 간 입장차가 있기 때문에 정책합의 및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생길 수 있다. 최근 MMF 규제법안과 관련해 금융시장에서는 의무적 완충자본 보유 등 규제 강화로 MMF의 수익성 약화와 시장위축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EU 기관(재무장관이사회, 유럽의회 등)이 어떻게 대응하고 정책합의를 도출해내는지가 관심거리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선진국에 비해 그림자금융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3년 발생한 카드사태가 비은행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 증대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그림자금융으로 인한 금융불안을 이미 겪은 바 있다. 우리도 이제 그림자금융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관련 규제들을 정비해 나갈 때다. EU 차원의 논의내용은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EU의 금융규제정책 전개방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적극 대비해야 하겠다.


* 이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주유럽연합대사관 및 외교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상호

주벨기에ㆍ유럽연합대사관 주재관, 한은 차장

shyi@bo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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