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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절상과 경상흑자 공존으로 일본형 불황 우려

by eknews posted Dec 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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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절상과 경상흑자 공존으로 일본형 불황 우려 

원화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의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려가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LG경제연구원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1980년대 후반 일본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당시 일본은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가 빠르게 절상되는 가운데서도 수입이 크게 늘지 못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장기간 지속된 바 있다.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당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었다. 오일쇼크 이후 높아져 있던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엔고에도 불구하고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크게 상회하지 못했다. 

자본재 수입의존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폐쇄된 일본 유통구조로 인해 소비재 수입도 크게 늘지 않았고 결국 경상수지 흑자와 엔고가 공존하는 모습이 되었다. 

엔고가 지속되면서 일본은 TV, 자동차 등 주력 부문의 생산기지를 해외로 빠르게 이전하였고 기존의 완성품 수출 형태에서 해외지사에 대한 부품 중심으로 수출구조를 바꾸어 나갔다. 해외생산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국내 투자와 고용, 생산이 위축되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일본의 90년대 이후 장기 저성장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수입의 가격탄력성이 높지 않다는 점, 원자재가격이 하향안정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 그리고 해외투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 80년대 중반 일본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0.8%에서 지난해에는 63.2%까지 꾸준히 높아졌으며 가격탄력성이 큰 소비재 수입비중은 10%를 넘지 못했다. 결국 원화가치가 절상되어 수입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수입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며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향안정되면서 수입이 당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국제수지 균형을 위해 그만큼 수출이 조정되어야 하는 폭이 크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원화자산의 안전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원화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으로 유럽재정위기 등 선진국 경제불안으로 전통적인 안전자산 외에도 여타 대체 안전자산을 찾는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 

결국 세계경제의 리스크가 클 때 원화가 절하되면서 국내 회복세를 높이는 과거의 경기안정 메커니즘이 점차 작용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세계경제가 부진할 때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더욱 경기위축 요인으로 작용했던 일본의 경우를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전체 투자증가에 비해 해외투자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6.9%로 국내투자 증가율 5.4%를 상회한다. 

GDP에서 해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9%에 달해 일본 수준을 넘어섰다. 현재와 같이 임금경직성이 높고 기업규제도 늘어난다는 인식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절상 기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기업들이 투자를 하더라도 해외에 투자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원화절상과 경상수지 흑자가 공존하면서 국내 제조업 생산이 정체되는 일본형 성장둔화 리스크가 우리나라에서도 커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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