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 벌써 2013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니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벌써 영국에서 맞이하는 아홉 번째 겨울이기도 하다.
이제 고작 30대 중후반인데도 계절의 변화와 한 해의 저물어감이 이토록 실감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느껴지니, 나중에 50대, 60대가 되어 느끼게 되는 세월의 속도는 도대체 얼마나 빠른 것일까?
어느 해가 그렇지 않겠느냐만서도 올해 역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참 많이도 울고 많이도 웃었다.
감사하게도 올 한 해 동안 그렇게 큰 삶의 풍파를 만난 적은 없지만, 나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함으로써 내 가슴 역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한 해이기도 했다.
그렇게 아픔을 간직한 채, 그러나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도 고운 낙엽이 되어 내 가슴이 쌓였다.
 
아쉽고 서운하면서, 또 감사하고 그리워지는 기분, 아마도 나 뿐만 아니라 12월을 보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 듯 하다.
사실, 월(month)이나 해(year)는 인간이 편의 상 만들어놓은 시간 구분일 뿐, 시간은 12월이든 1월이든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고 있을 뿐인데, 오늘까지가 12월이고 내일부터 1월이라는 구분으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는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만약 달력도 없고 시계도 없는, 즉 그렇게 시간을 구분하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면 우리들이 삶을 마주하는 태도가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렇게 인위적으로라도 하루를, 한 달을, 한 해를 구분하는 덕분에 우리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가올 새 해를 맞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12월이 끝나고 나서 1월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즉, 지금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정말 영원한 끝이라면 어떨까 말이다.
우리는 12월에 유난히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을 많이 느끼곤 한다.
새 해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것을 깨닫고, 그 한 해 동안 아쉬웠던 것들, 후회스러운 것들을 떠올리기도 하며, 또 다시 돌아가고픈 그리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한 편으로는 어쨌든 그렇게 한 해가 지난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과 작별할 순간도 조금씩 가까워져 온다는 것이니, 그로 인한 두려움이나 슬픔도 느껴지곤 한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과 서운함, 그리움과 슬픔을 달래며 12월을 무사히 보낼 수 있는 것은 1월이 찾아오고 새 해가 시작될 것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 해가, 또 봄이 찾아올 것을 기대하며 희망을 품게 되고, 한 해 동안 후회스러웠던 것들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지나가는 한 해를 보냄과 동시에 다가오는 새 해를 맞이함으로써 12월을 버틸(?) 수 있는 것인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12월이 다 지나도 1월이 오지 않고 새 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지금 보내는 12월이 그냥 그것으로 끝이라면, 과연 우리는 온건한 상태로 12월을 보낼 수 있을까?
아쉬웠던 것들, 서운했던 것들, 후회스러운 것들을 되돌릴 기회도 더 이상 없고, 다가올 새 해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감도 없이, 아마도 우리는 큰 슬픔과 두려움 속에서 고통스럽게 12월을 보내지 않았을까?
살아가면서 아쉬운 것들, 서운한 것들, 후회스러운 것들을 돌아보면 다른 누구로부터가 아니라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것일 때가 많다.
내가 좀 더 잘 했어야 했는데, 내가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내가 좀 더 사랑했어야 했는데, 내가 좀 더 용서를 구했어야 했는데, 내가 좀 더 용서했어야 했는데...
바로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한 해를 지내왔기에 그 한 해와 작별해야 하는 12월이 유난히 아쉽고, 서운하고, 후회스러운 것이고, 그러나 비록 올 해는 그렇게 보냈더라도 다가오는 새 해에는 좀 더 잘 해보리라는 다짐을 할 수 있기에 우리는 12월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12월이 지나면 1월이 찾아오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만,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듯 여길 일이 아니라 참 감사하고 다행인 일로 여겨야 할 듯 하다.
흐르는 눈물에 아침 햇살이 비추어 그 눈물조차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는 삶, 12월이 지나고 1월이 찾아와준다는 게 참 고맙고 고맙다.
 
 2013년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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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만에 다시 만난 공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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