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와인칼럼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10 : 프랑스 와인 자습서 – 1. 워밍업 그래서 나는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하나?

by eknews posted Mar 0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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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10 :

프랑스 와인 자습서 – 1. 워밍업  

“그래서 나는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하나?”


필자가 유로 저널을 통해 쓴 칼럼이 벌써 10편 정도 된다. 주변의 지인들이 칼럼을 읽고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졸작에 대해 칭찬을 해 줄 때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작은 칭찬에 이어 아쉬운 점 및 요구사항이 봇물처럼 뒤따랐다. 훌륭한 순서다. 화술을 비롯한 대인관계 기술은 과외를 해서라도 배워야 한다. 그 요구사항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위의 질문이었다. 마트에서 파티에 필요한 와인을 직접 살 때, 또는 파리에 여행 온 지인들과 레스토랑에 갔을 때 자신 있게 와인을 고르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백번 이해가 간다. 필자의 칼럼을 아무리 꼼꼼히 읽는다 해도 와인을 직접 고르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씩, 10회에 걸쳐서 프랑스 대표 산지 와인의 특징과 등급체계를 아주 간략하게 알아보고, 각 산지의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및 치즈를 추천하려고 한다. 아무쪼록 본 칼럼이 독자들의 프랑스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길 바란다.

 

오늘은 본 게임을 치르기 위한 워밍업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워밍업을 충분히 해서 몸이 따뜻해지면 운동을 더 쉽고 잘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오늘 시간은 앞으로를 위해서 무척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워밍업의 주제는 와인 에티켓, 즉 와인 레이블 읽기이다. 우리가 직접 와인을 고를 때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은 결국 에티켓 밖에 없다.

 

물론 가격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품질에 대한 기준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 와인의 가격과 품질이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가격은 정직하다. 안타깝지만. – 그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에 대한 정보는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샤블리(Chablis) 지역의 화이트 와인처럼 매우 드라이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10유로짜리 쁘띠 샤블리가 꿀물 같은 100유로짜리 소테른(Sauternes) 보다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와인을 고르는 데 있어서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은 품질 이전에 스타일이다. 그 스타일을 알기 위해서는 에티켓의 암호를 풀 수 있어야 한다. ! 이제 암호 해독을 시작해보자.

 

monvigneron.com.jpg

출처 : monvigneron.com

 

우선 쉬운 것 먼저 보자. 와인을 거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3번과 4번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3번은 알코올의 도수, 4번은 용량이다. , 이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4도이고, 750 ml의 일반적 용량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12도에서 14.5도 사이의 알코올 함량을 보이고, 우리가 보통 사는 와인은 대부분 750mL이니 이 부분은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참고로 용량은 병을 제외한 순수한 액체의 양이니 실제 한 병의 무게는 거의 1kg에 가깝다.

 

다음으로 2번은 “Contient Sulfites”로 이산화황이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산화황은 와인의 산화를 막는데 필요한 성분으로, 일부 와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와인에는 모두 일정량이 들어가 있다. 인체에는 무해한 수준의 양만 들어가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법으로 10mg/l 이상의 이산화황(SO2)을 첨가할 경우 이와 같은 표기를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작은 글씨로 표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무리 무해한 수준에서만 허용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산화황이 몸에 좋은 성분이 아니고, 입맛을 돋우는 내용은 더더욱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2007년부터는 임산부에게 해롭다는 로고도 포함하도록 했다. 아무리 자녀를 천재적인 와인 전문가로 키우고 싶다고 하더라도 뱃속에서부터 조기교육을 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5번은 와인의 양조가 끝난 후 병에 넣는 작업, 즉 병입을 해당 샤토(CHATEAU)에서 직접 했다는 뜻이다. 와인 중에는 포도의 재배, 와인의 양조, 병입을 모두 같은 샤토나 도멘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재배 따로, 양조 따로, 병입 따로일 수도 있다. 와인을 좀 더 알게 되고 즐기게 되면 이와 관련된 부분을 좀 더 주의 깊게 보게 되겠지만 워밍업 단계에서는 이 정도만 알고 넘어가도록 하자. 나중에 부르고뉴 지방에서 좀 더 다루도록 하겠다.

 

6번도 좀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번 칼럼에서도 한 번 다뤘듯이, 이 숫자는 프랑스어로는 밀레짐, 영어로는 빈티지라고 불리는 것으로 해당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된 포도가 수확된 연도를 뜻한다. 즉 위의 와인은 2010년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 밀레짐은 와인을, 특히 날씨가 변화무쌍한 프랑스 땅의 와인을 더 재미있게 해 주는 요소이다. 같은 땅에서 같은 사람이 와인을 만들어도 작년과 올해의 날씨가 다른 만큼 와인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 차이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와인 애호가로서의 자질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점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맥주도 좋은 음료이다.

 

이제 두 가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았다. 7번은 해당 와인의 브랜드명, 즉 그 와인을 만들어 내는 생산자의 이름이다. 유명한 생산자가 만들어 내는 와인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믿고 사도 된다. 명성은 하루 이틀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유명한 생산자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에티켓이 깔끔하고 멋있다고 훌륭한 생산자의 와인은 아니고, 각종 콩쿠르에서 메달을 많이 받았다고 훌륭한 생산자의 와인도 아니다. 사실 유명한 와인은 굳이 콩쿠르에 나갈 이유가 없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생산자의 숫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이다. 결국, 생산자의 이름은 품질을 가장 빠르고 확실히 알 수 있는 지름길이지만, 그 지름길을 찾기 위한 길이 너무 어렵고 험난하다.

 

드디어 오늘의 핵심 과정에 도착했다. 1번의 작은 글씨에 프랑스 와인 암호 해독의 열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말로 원산지 보호 명칭이라고 할 수 있는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ée)는 프랑스 원산지 호칭 국립연구소 INAO에서 원산지, 포도품종, 포도의 재배 및 양조 방법 등의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는 최고 와인 등급을 의미한다. 2012년부터는 AOP(Appellations d'Origine Protégée)로 개정되었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앞의 사진에서 ‘Appellation POMEROL controlée’라고 적힌 걸 볼 수 있다. 포므롤은 보르도의 지롱드강 오른쪽에 위치한 마을의 이름이다. 참고로 세계 최고의 와인 중 하나로 불리는 샤토 페트뤼스(Château Petrus)’가 이 마을에 있다. , 이 와인은 프랑스 중에서 보르도, 보르도 중에서도 포므롤이라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범위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고급 와인이라고 보면 된다.

 

이해를 쉽게 하도록 쌀을 예로 들어보자. 쌀을 사러 시장에 가 보자. 베트남, 중국, 미국 쌀이 있고 옆에는 우리나라의 쌀이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쌀을 선택하겠다. 그중에서 경기미라고 표기된 것은 조금 더 비쌀 것이다. 그리고 경기미 중에서도 이천쌀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또 조금 더 비쌀 것이다. 또 그중에는 해당 쌀을 생산한 밭의 주소와 생산자의 이름 및 사진이 떡하니 붙어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단순히 국산 쌀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의 이 아무개 씨가 생산한 쌀 중에서 어떤 쌀의 품질이 더 좋고, 가격이 더 비쌀까? 쌀과 와인은 똑같이 농작물로 만드는 상품이기에 원리는 비슷하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난관에 봉착한다. ‘포므롤의 와인은 무슨 포도로 만드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결론은 다 외워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는가? 대단히 미안하지만 와인에는 왕도가 없다

 

Thewinemerchant.jpg

출처 : Thewinemerchant

 

그럼 위의 에티켓은 무엇인가? 와인을 좀 마셔본 사람은 이 에티켓의 가운데에 있는 빈티지 위의 샤르도네(CHARDONNAY)라는 글씨를 보고 이야기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에티켓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같은 유럽, 구세계 와인과는 달리 미국, 호주, 칠레 등의 비유럽, 즉 신세계 와인의 에티켓에는 보통 포도품종이 표기된다. 처음에 와인을 마실 때 신세계의 와인이 훨씬 쉽게 다가오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이처럼 포도품종을 보고 와인을 고를 수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물론 프랑스의 와인 중에도 일부 지역이나 일부 등급에서는 포도품종이 표시된다. 하지만 우리가 주로 선택하게 될 AOC 등급의 대부분의 와인은 포도품종이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AOC를 잘 알게 되면 그 정보 하나만으로 그 와인의 산지가 어디인지, 포도는 어떻게 재배했는지, 포도품종은 하나만 썼는지, 여러 종류를 섞었는지, 양조는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 등 신세계 와인의 에티켓보다 훨씬 더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암호는 해독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기호의 나열에 불과하지만, 해독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에게는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수단이다. 영화에서 유능한 첩보원이 아무도 못 푸는 암호를 순식간에 해독해 내서 주변으로부터 천재라는 찬사를 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선천적으로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피나는 노력과 훈련으로 터득될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의 에티켓을 잠깐만 보고도 그 와인의 지역, 포도품종, 양조방식, 맛의 특징 및 어울리는 음식을 줄줄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와인 천재가 아니라 와인을 많이 마셔보고 공부하고 익힌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도 처음에는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샤르도네라는 포도로 레드 와인을 만드는지,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지도 몰랐다. 한 걸음씩 나아가보자.


프랑스 유로저널 박 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0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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