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시집 ‘그대, 내 동백이여 Du, die du meine Kamelie bist!’ 출판기념회

옥중시집 ‘그대, 내 동백이여 Du, die du meine Kamelie bist!’ 출판기념회

4월26일 오후 4시, 에센에 소재한 한국문화회관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있었다.

5년 전 한 순간의 오판으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교민사회에 큰 화제를 일으켰던 황성봉 씨가 옥중에서 40개월간 수감하면서 본인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느낀 회한과 먼저 가게 된 아내를 그리워하며 사죄를 청하는 애틋한 마음을 독일어와 한국어로 쓴 시들을 모아 한돌이라는 필명으로 옥중시집을 출간하였다.

며칠 전 만난 한돌 작가는 ‘평소에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귀한 분들을 모시고 출판기념회를 갖고자 하며 인생의 새출발을 하고 있는 저를 격려하여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했다.  

오후 4시 김무현 씨의 사회로 출판기념회와 시인의 칠순 잔치가 시작되었다. 사회자는 먼저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희생된 영령들을 위해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 약력 소개에서 1944년 북간도(중국) 독립군촌에서 출생하였다. 2세 때 부모님을 따라 서울 명륜동에 귀환, 초중고 학교를 서울에서 마치게 된다.  그는 1966년 군대 입대 1967년 월남파병 1968년 12월 귀국하여 제대, 1972년 강원도 탄광에 광부로 취업. 1977년 9월 서독일 레클링하우젠 탄광에 광부로 파독. 1979년5월 지멘스 중앙직업훈련원 연수생으로 입사. 1980년10월 건설회사에 입사 1994년재독한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는 동안 각종 회칙을 만들고 3.1절 기념 웅변대회를 만들어 자라나는 2세들에게 민족의식을 일깨워 주는 일에 앞장 섬.

1955년11월 교포신문 창간부터 10여년동안 편집과 취재기자로 활동 1999년3월 만 55세 조기퇴직함. 2008년7월 과실치사죄로 5년 형을 받고 아헨형무소에서 수감.

모범수로 인정받아 감형되어 40개월만인 2011년11월 출소.

작가는 시와 단편소설을 써 왔으며 번역시와 서사시를 쓰면서 작품활동 시작.

2013년 1월 독일시단의 인정을 받고 시인으로 등단. 시인의 시가 독일문단에 추천되어 계간문학지에 정기적으로 3-5편이 실리게 되었으며 2014년3월 옥중시집 ‘그대 내 동백이여’를 출간하게 되었다.

황성봉 저자는 인사말에서 ‘고속도로 사정도 좋지 않은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서 ‘과연 전과 같이 모든 분들이 나를 사랑해주고 반가이 맞이해 줄 것인가? 아니면 죄를 지은 사람이니까 차갑게 외면할 것인가?’ 출옥을 앞두고 많이 고민했음을 고백하면서 환대해주고 격려해 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며 ‘앞으로 남은 여생을 여러분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축하곡으로 ‘An die Entfernte’ 를 바리톤 문형곤이 김대일 피아노 반주로 들려주었다.

작가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분들이 작가로 하여금 소개되었다. 고등학교 선배이며 항상 격려해 주고 성원해 주는 김계수 박사, 죄인 된 몸으로 감옥에서 쓴 시를 출판하느냐며 공개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강력하게 출판하자는 쪽으로 격려해 주고 재정적인 지원을 해 준 최숙녀(전 재독한국문인회 회장, 현 마인츠 한인회장) 씨와 문영희(전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장) 씨, 2주일에 한번씩 감옥에서 독일어 개인지도를 해준 코리나 바화이 자원봉사자.

한 사람씩 소개될 때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그들과 함께 축하했다.

코리나 바화이 여사는 격려사에서 아헨 형무소에서 형을 사는 외국인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데 하루는 나이가 많은 한국인 황성봉 씨가 두꺼운 한독사전과 필기도구를 들고 와서 그가 예사로운 자가 아님을 첫만남부터 알았단다. 황 씨와 둘이서만 독일어를 하게 되면서 한국의 유교와 불교에 대해 알아가게 되어 본인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황성봉 씨는 모범수였다고 격려했다.

윤행자 한독간호협회장은 코리나 여사의 격려사와 황성봉 작가의 인사말을 간략하게 한국어와 독일어로 통역하여 참석한 독일인과 한국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김계수 박사는 축사에서 황 작가는 사랑하는 후배이기도 하고 원칙과 소신 의리를 지키고자 노력한 자다 라며, 나쁜 말로 하면 고집이 세고, 좋은 말로 하면 한결 같았다고 하면서 ‘새롭게 태어난 황성봉 작가의 큰 꿈이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경험하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끌어 주시고 격려해 주길 부탁했다.

이어서 시편 낭송이 있었다. 한국어는 황성봉 작가가, 독일어는 코리나 여사가 낭송했다.

‘그대 내 동백이여’, ‘눈길’, ‘얼마나 반가우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등 4편의 시가 낭송될 때 작가의 애틋하고 부인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세상 속을 나오며 두려워했던 마음들을 느낄 수 있었다.

재독한국문인회에서는 황성봉 작가와 코리나 여사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고창원 글뤽아우프회장은 건배제의를 하기 전 요즘 한국의 참혹한 현실에 건배제의를 하는 게 이치에 맞는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새롭게 태어나는 황성봉 작가를 위하여 하자며 나가자! (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를 함께 외쳤다.

황 작가가 준비한 저녁식사를 하면서 재독한국문인회 이숙희 회원이 황 작가와 딱 맞는 시가 있다며 축가를 들려주었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가곡(김달성 곡)을 불러 축하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자신의 잘못을 고스란히 사회에 내놓으며 새롭게 태어나는 한 돌 작가를 격려하며 다음 좋은 작품을 기대해 본다.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 기자(mt.199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