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공화국에 대한 책임은 그 사회와 국가에 있다.

by eknews posted Jun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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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공화국에 대한 책임은 그 사회와 국가에 있다.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자살 역시 인간이 특정한 상황에서 선택한 고도의 이성적이고 선택의 결과로 본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다양한 측면에서 오랜 고민을 거쳐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다. 

그 고통이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개선될 기미가 없을 때, 사람들은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하나 소수이긴 하지만 다른 하나는 이성적인 판단이 순간적으로 마비된 채 충동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 불행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씨는 ‘아름다운 동행’에서 물론,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게 자살이긴 하지만 그렇게 단호하게 말할 자신은 없다고 했다. 

이유인 즉, 자살을 선택해야 할 정도의 절망을 겪어보지 않은 자가 세 치 혓바닥으로 과연 삶과 죽음을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냐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몰아붙인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죄의식과 공범의식을 느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미 5 개월이 지났지만 지난 새해부터 신문과 인터넷에 올라와 우울하게 만들었던 조성민씨의 자살 소식 등 잊을 만하면 유명인의 자살소식도 안타까움과 충격을 준다. 

숨진 조씨는 한 때 유명 야구선수로 당대 최고 스타였던 고(故) 최진실씨와의 결혼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화려함의 종착은 비극이다. 2008년 최진실씨를 시작으로 2010년엔 최씨의 동생 진영씨, 그리고 최근 조씨가 생을 마감했다. 모두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그것도 40세의 한창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씨와 조씨 사이의 두 남매는 엄마, 외삼촌, 아빠를 차례로 모두 잃었다.
아직 어린 그들의 처지가 참으로 가엾다.

‘비운의 가족사’는 그들만의 문제에서 비롯됐을까. 

일각에서는 그들의 연쇄적 죽음이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진단한다. 각종 루머와 악플에 시달리고, 여론의 뭇매에 신음했던 그들이다. 유명인일수록 악플에 취약한데, 그들 모두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선택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한 명이 자살할 경우 평균 6명이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 자살자 유족이 경험하는 정신적 충격은 강간·전쟁·범죄 등을 경험한 사람과 비슷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청소년은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친구의 자살 시도를 경험한 청소년의 자살생각 지수는 일반 학생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8일 보건사회연구원은 자살 위험이 높은 ‘정신건강 고(高)위험자’가 368만 명에 달해 이들을 관리·지원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 고위험자는 스트레스 처리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로 대개 이혼·별거, 실직, 사별을 경험했고, 상당수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의 2.4배였다.

이처럼 자살 고위험군은 수백만 명에 이르지만, 정부차원의 자살예방책이 미진한 가운데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이 자살 ‘심리부검’에 나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심리부검은 죽음에 이른 심리적 요인을 조사하는 것이다.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분석을 통해 죽음의 동기 및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니만큼 자살자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가 필수적이다.

질병, 가족관계, 학력, 거주형태, 가족 갈등, 소득 등이 조사항목에 포함된다. 외국의 경우 심리부검은 전화나 우편물로 유가족과 접촉해 안내와 동의를 구한 뒤 직접 면담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는 1990년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심리부검과 함께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실행한 이후 자살이 30%가량 감소했다.

현재 우리나라 자살예방책 대부분은 선택이나 권고 사항이다. 

이러한 형식적 법안은 정작 자살을 생각하는 당사자에겐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에서 시작된 심리부검이 정부차원에서 도입돼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자살 도미노 현상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앞서는 국가의 책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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