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친구들을 만날 때면 거의 항상 신촌에서 만난다. 그렇게 신촌이 나의 놀이터(?)가 된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
일단, 고향집이 있는 경기도 일산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서울 지역이 바로 신촌이다. 버스를 타고 넉넉하게 40분이면 갈 수 있고, 막차가 새벽 1시 반까지 있다.
신촌을 언제 처음부터 다니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시절에는 지금은 없어진 다주쇼핑센터에서 장난감도 사고, 당시로서는 엄청난 것이었던 첫 전자오락기도 샀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중학교 친구들이 살고 있는 성산동과도 가깝고, 또 죽마고우 친구 성훈이가 살았던 연희동과도 가까워서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자연스레 신촌을 찾았던 것 같다.
신촌은 수 많은 젊은이들로 늘 붐비는 곳이었고, 그래서 항상 젊음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곳이었으며, 신촌에 나가면 이것 저것 먹을 것도 많고 구경할 것도 참 많았다. 
나는 멋 모르고 신촌이 좋아서 다니다가 나중에서야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신촌이 문화와 낭만이 있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 시절에는 생생한 라이브 음악 공연이 펼쳐지는 곳들이 신촌에 여럿 있었고, ‘들국화’, ‘해바라기’ 같은 위대한 가요 그룹들이 속칭 뜨기 전에 신촌에서 활동했으며, 아예 신촌을 팀 이름에 넣은 ‘신촌 블루스’ 같은 그룹도 탄생되었다. 
그 시절에 내가 대학생이었더라면 진짜 신촌의 전성기를 경험했으련만, 너무 늦게(?) 태어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어쨌든, 나는 20대 시절 신촌에서 늦은 밤까지 친구들과 어울리고, 또 첫 사랑이었던 여자친구와도 수도 없이 쏘다녔으며, 심지어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신촌에서 밤을 샌 적도 몇 번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신촌은 주머니 가벼운 젊은이들을 주로 상대하는 탓에 저렴한 가게들이 참 많았다. 그 중에서도 지금은 없어진 돼지 껍데기 골목은 정말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중에는 돼지 껍데기의 콜라겐이 피부에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가격도 올라갔지만, 내가 다녔던 시절에는 1인분에 3천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외에도 신촌에는 내가 좋아하는 맛집들이 몇 군데 있었고, 또 먹자골목 사이에 있는 좁은 골목 안 지하에는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작은 가게가 있었는데, 이곳은 손님이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있어서 나는 그곳에 갈 때마다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고, 그러고 나면 주인이 우리 일행에게 생맥주를 서비스로 주곤 했다.
20대 시절부터 줄기차게 신촌을 다니다 보니 나는 아직도 신촌 거리에 들어서면 여전히 내가 20대인 것 같고, 지난 시절의 추억들이 하염없이 떠오른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나는 이제 신촌에서 놀기에는 다소 늙은(?) 축에 속하게 되었다. 거리를 오고가는 이들이 대부분 나보다 어려 보이게 된 것이다.
지인들도 내가 한국에 갈 때마다 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촌에 오는 것이지, 더 이상은 신촌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보다 훨씬 어린 애들이 활개를 치는 신촌이 다소 낯설기도 하고, 또 이제는 그렇게 수 많은 인파가 북적이는 곳을 피하고 싶다고 한다. 
신촌에서 꼬박 밤을 새우며 신나게 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신촌은 이제 우리에게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가게를 2002년도에 발견해서 영국으로 떠나오기 전인 2005년도까지 열심히 다녔는데, 그 이후 한국에 갔더니 가게가 없어졌었다. 그러다가 이번 한국 방문 중 다시 가봤더니 반갑게도 재오픈을 했다.
그런데, 가게의 새로운 경영진이 나보다도 어린 친구들이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방문한 김에 이번에도 역시나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그 분위기나 반응이 예전과 달랐다.
우리 일행이 손님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고, 손님들 대부분이 대학생들로 보였다. 그들은 마치 ‘저 아저씨는 누군데 저기서 노래를 하나?’하는 표정으로 낯설게 나를 바라봤고, 통기타를 치면서 오래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재미가 없었을 듯 하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나를 흘끔 쳐다보는 대학생들의 낯선 시선을 느끼면서 새삼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나이를 먹었고, 시대가 바뀌었다. 내 마음은 여전히 그들과 같은 젊은 시절에 머물러 있건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신촌은 이제 전성기를 지나 예전 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신촌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근사한 먹을 거리, 볼 거리들이 많은 홍대로 옮겨갔다. 내가 좋아했던 신촌의 맛집들은 사라지기도 하고 변하기도 해서 이제는 신촌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만한 가게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친구들을 만날 때면 여전히 신촌에서 만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 대학생들이 눈을 흘길 정도로 늙은 모습이 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신촌 거리를 걷고 싶다. 그리고, 그 신촌 거리 곳곳에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는 내 젊은 날의 모습들을 언제라도 다시 만나고 싶다.
 
 모든 기억이 사라질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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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 captain, my cap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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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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